흐르는 섬 <2020~2024>/<2022>240 어제 하늘 기온은 높았지만 바람이 좋아서 구름이 춤추듯 흩어진 하늘이 그림 같았던 어제 한낮 일주일에 두 번 만나는 저곳의 나이 어린 직장 동료가 있다. 20대여서 내 나이를 알고 나서 나를 좀 어려워하는 것 같아서 살짝 신경 쓰이지만, 그 친구는 나의 대나무 숲이다. 새로 발굴한 베트남 음식점에서 같이 식사하자고 언제든 내밀면 되는 '자유 이용권'을 발행했다. 매번 나와 점심 같이 먹고 운동장 몇 바퀴씩 도는 동안 쉴새 없이 남발하는 아무말 대잔치를 묵묵하게 들어주는 고마운 친구다. 따로 만나서 밥 먹자고 하면 부담스러워할까 하여 그동안 밖에서 밥 한 번 먹자는 말도 하기 어려웠다. 동성이어도 나이 차이가 그렇게 나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거절하기 어렵고 귀찮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말 건네는 것을 너무.. 2022. 5. 27. 5월 25일, 동네 맛집 찾기 오늘은 처음으로 오후에 저녁 약속도 있는데 점심 메뉴는 평소와 달리 왜 이렇게 푸짐한지...... 이웃 학교에 원정 경기 가서 받은 간식은 또 어찌나 넘치는지...... 나처럼 혼자 객지 생활하는 직장 동료와 동네 맛집을 찾아갔다. 1차 맛집 탐방 가게로 정한 베트남 쌀 국숫집은 쉬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문을 열지 않아서 다른 곳으로 가야 했다. 그 동네 근처 다른 가게를 얼른 탐색해서 쪼르르~~ 배달 안 되는 베트남 음식점 한 곳을 점찍어 둔 곳이 있었다. 혼자 식사하면서 가끔 배달 음식을 먹는데 그중에 우리 동네에서는 흔하게 맛볼 수 없는 이국적인 음식점 메뉴를 즐긴다. 그간 배달 주문해서 먹은 쌀국수며 베트남쌈 등의 메뉴가 상당히 괜찮아서 직접 가서 먹어보려고 했는데 손님이 드문 평일에 한적한.. 2022. 5. 26. 5월 24일 15km, 2만 걸음 꾀가 나서 산책길 상류(?) 지점까지 버스를 타고 갈까 해서 열심히 시내버스 시간 검색해서 하루에 서너 번 겨우 다니는 버스 시간 중 내가 접근할 수 있는 시간대에 맞추려고 무척 노력했는데 그 버스가 정차하는 버스 정류장이 흔하지 않고 찾기도 어려워서 간발 차로 그 차를 놓쳤다. 더운데 쫓아 나와서 버스를 놓치고 나니 살짝 심술이 났다. 정말 대중교통 시스템이 좋지 않은 동네여서 차 없이는 불편해서 못살겠다. 차를 사야 해~~ 그래도 그냥 들어갈 수가 없어서 일찍 나선 김에 슬슬 걸어서 평소 걷던 길을 지나가다가 평소에 걷지 않던 코스로 살짝 바꿨다. 오르막 피하려다가 더 퍽퍽한 오르막을 만났다. 돌아서 내려가자니 애매하다. 어디 가서 등 기대고 앉았다가 한참 뒤에 오는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 볼까 생.. 2022. 5. 26. 감사합니다. 더운데 불 앞에서 이리 맛있는 음식을 집밥처럼 맛깔나게 정성 들여 만들어주셔서 늘 감사하다. 요즘 일주일에 두 번 출장가는 곳에서 먹는 맛있는 점심 식판을 앞에 두고 매번 그 생각을 한다. 아주 근소한 차이지만 단체 급식이어도 맛과 질의 차이를 느낀다. 철학이 있는 사람이 자신이 속한 자리에서 성실하게 일할 때 그 풍미는 많은 사람에게 만족감과 소소한 감동을 준다. 유일하게 제대로 된 한 끼를 그곳에서 해결하면서 아무리 내 돈 내고 먹는 음식이라지만 더 깊이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2% 추가된 정성이 느껴진다. 2022. 5. 26. 5월 23일, 어이 상실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일일이 기억할 필요는 없지만, 지나고 나면 내 인생의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버렸는지 어쩌다 이렇게 나이만 들어버렸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나에겐 아쉬운 일이다. 그래서 기록한다. 이미 희미해져서 사진을 봐도 기억나지 않는 하루도 있다. 공개수업을 했고, 민망한 주제를 민망하지 않게 뻔뻔하게 큰소리로 말하는 자신을 보니 이제 어떻든 나는 일종의 프로가 된 것 같다. 직업적인 자세로 당연히 다뤄야 할 주제에 관심을 두고 바른 가치관에 합의하는 시간이 되도록 노력하는 거다. * 성적 자기 결정권이 성적(grade) 자기 결정권은 아니라고 우스개를 곁들여서 성매매와 성적 방종까지 그 범위에 두는 게 아니라고 말했는데도 "성행위도 하고 돈도 받으면 장땡이 아닌가요?" 라.. 2022. 5. 26. 5월 21일 지난 주말에 딸을 만났으니 이번 주말엔 못 만나는 게 당연한가? 오후에 백화점에서 전화를 걸었다. 혼자 쇼핑하니까 재미 없다고...... 딸이 긴 머리카락을 이번에 자르겠다고 미용실 간다기에 다녀와서 국숫집 가자고 꼬셨다. 백화점은 안 먹히더니 유부김밥에 국수는 통했다. ㅎㅎㅎ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딸을 만나면 뭐든 맛있는 것을 함께 먹어줘야 해서 또 먹었다. 먹다보니 너무 맛있어서 김밥 한 줄 추가~ 이 좁고 허름한 분식집은 대학 1학년 때 같은 과 동기들과 함께 처음 갔던 곳인데 아직도 그 맛 그대로 장사하는 곳이다. 나에겐 올해 33년째 접어드는 단골집이다. 딸도 이 집 음식을 좋아해서 기쁜 마음으로 함께 간다. 음식값 또한 너무나 감사하게 저렴해서 일부러 1인분이라도 더 시켜서 먹는다. 밥 먹고.. 2022. 5. 22. 허기 지금 내가 느끼는 이것은 분명 마음의 허기다. 그런데 자꾸만 뱃속을 채우는 것으로 눈 가리고 아웅 한다. 결코 이렇게는 이 허기가 채워질 수 없음을 잘 안다. 바닥까지 훑어내려 가서 원천적인 생각, 욕심을 분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작년 가을에 한 번 보기로 한 사람을 어제야 만났다. 아침 일찍 이 외진 곳까지 찾아와줘서 처음 가보는 전망 좋은 카페에서 오전에 늘 채우는 카페인 충전을 하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인생 중에 상대가 들려주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뭔가 묻지 않고 이야기 해주는 대로 듣고, 상대를 어떤 사람이라고 판단하거나 잘라서 모양 만들지 않고 보여주는 대로 보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화 속에 감정이 개입되지 않아서 내 반응은 담담하고 객관적이다. 그.. 2022. 5. 22. 5월 20일 야외 마스크 의무 해제된 이후에 처음으로 단체 행사를 했다. 운동장에서 노는 것 구경하고 함께 응원해주는 것만으로도 꽉 찬 하루였다. 떨어진 꽃잎을 주워서 아직 품고 있는 향기를 맡았다. 온기가 남은 생체의 일부처럼 꽃잎으로 떨어져 내려앉기 전에 품고 있던 향기를 여전히 풍겼다. 바닥에 떨어진 꽃잎을 주워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흠뻑 들이켜보니 은은한 장미향이 이런 거였나 싶을 정도로 고급스러운 향기가 났다. 집에 돌아와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가끔 소통하던 온라인 카페에도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글 쓰는 일도 못하겠다. 따뜻한 물로 씻고 푹 자고 나면 좀 나아질까..... 주말에 혼자 있는 게 싫어서 아웃렛에 가서 없다는 여름옷을 사주겠다고 했지만 이번엔 통하지 않았다. 이렇게 매번 .. 2022. 5. 20. 5월 19일 산책길에...... 장미의 계절이다. 공원까지 가는 길은 혼자 걷기엔 조금 멀다. 그래도 가는 길에 집집마다 심어서 길가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꽃구경하며 가다보면 어느새 공원에 도착한다. 길가는 사람을 위한 꽃이다. 집 바깥으로 얼굴을 돌리고 핀 꽃 덕분에 혼자 걷는 길에 몇 번이나 멈춰서서 셔터를 누르게 된다. 오늘도 토끼 만나서 인사하고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서 말도 걸었다. 둘이 특별히 친한지 다른 토끼와는 달리 둘이 늘 근처에서 함께 잔다. 나도 저 정도 거리를 두고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피곤하니까 생각이란 것이 흐물흐물해져서 편하다. 주말엔 나와 못 놀아주겠다는 딸은 아마도..... 제 남자 친구와 놀겠지. 흥~ 2022. 5. 19. 실수연발 1. 정말 난해한 수준의 학생들이 쓴 에세이(?)를 읽고 또 읽다 보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래서 잠시 기분전환 삼아 에어 팟을 귀에 끼고 음악을 틀었다. 이상하게 소리가 좀 작게 들려서 볼륨을 높였다. 그런데 어쩐지 소리가 이상하다. 이어폰을 빼보니 그냥 폰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침에 듣는 뉴스공장 앱이 어제부터 열리지 않길래 노트북 열어서 유튜브로 틀어놓고 머리 말리는 동안 노트북과 에어 팟을 연동해서 노이즈 캔슬링 상태로 쓰던 다음이어서 일시적으로 휴대폰과 블루투스 연결에 문제가 있었다. 같은 연구실에 있던 몇 분이 얼마나 짜증났을까. 뜬금없이 그 순간에 Sia의 Snowman을 듣겠다고 볼륨을 높였다. ㅎㅎㅎ 2. 어제 건너뛴 산책을 오늘은 좀 해야할 것 같아서 느지막이 집에서 나갔는데.. 2022. 5. 19. 두려움 생각지도 못한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갑자기 내리 꽂히는 길에서 끝없는 것 같은 나락의 길로 떨어져 본 적이 있다. 갑자기 친한 사람이 죽고, 일은 이상하게 굴러서 망가지고, 집안도 갑자기 풍비박산 나고, 게다가 신생아를 안고 혼자 빈손으로 길바닥에 나앉은 내가 언제 죽을지 모를 것 같은 천형의 삶의 굴레까지 껴안게 되었던 그때, 나는 설상가상이 뭔지 알게 되었다. 그 정도 겹으로 힘들어야 비로소 힘든 게 뭔지 알게 되는 거다. 바닥을 겪게 되면 진정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나는 그 바닥에서 큰 생채기 없이 살아남았다. 정석대로 사는 게 최선이라는 것을 알아서 딱히 요령 피우지 않고 아프고 가난한 것을 주어진 대로 받아들였고, 그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주어진 현실을 살아냈다. 덕.. 2022. 5. 18. 주식을 다 처분했다. 5월 18일 목돈이 필요해서 주식을 다 팔았다.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서 오늘이 마지막 기회였다. 어제에 비해 갑자기 확 내린 주가로 인해 계획한 금액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손절했다. 작년 10월 중순에 시작해서 정확하게 일곱 달만에 주식 계좌를 정리했다. 내 경제 상황에서는 쉽게 벌어서 모으기 어려운 돈을 두 달만에 쉽게 벌고서 간이 부었었다. 그러다 최근 두 달 사이에 그때 벌었던 만큼의 돈을 금세 다 잃었다. 원금이나 제대로 건졌는지 모르겠다. 처음에 돈 벌었다고 좋아서 아이폰 13 미니를 샀고, 그것은 딸에게 주고 아이폰 13 프로를 샀다. 결국 그 물건은 내가 번 돈으로 갚게 되었다. 벌이가 적으니 간이 작아서 늘 중고폰만 사서 쓰다가 처음으로 새 휴대폰을 샀다. 어떤 계기를 마련하게 되는 시.. 2022. 5. 18. 5월 17일 산책길에..... 5월 16일엔 한참 늦은 시각에 집을 나섰더니 돌아오는 길에 꽤 어두웠다. 정작 생일이었던 그날은 퇴근하고 혼자 집에서 속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었고 기분이 조금 가라앉고 몸도 무거워져서 퇴근한 뒤에 이불속에서 나오지 못했다. 그러다 토끼가 보고 싶어서 한참 늦게 집을 나섰다. 배탈이 나서 이튿날까지 상당히 고생스러웠다. 5월 17일엔 전날 잘못 먹은 매운 음식과 연이어 먹은 찬 것이 제대로 속을 볶아서 이른 아침에 장염으로 온몸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응급실에 가야 할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아졌다. 오후에 일과를 일찍 마감하고 집에 와서 한참 누워서 쉬다가 조금 걷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해 넘어가기 전에 집을 나섰다. 혼자 있지 않았더라면 장을 봐서 그날은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맛.. 2022. 5. 18. 소.원.성.취 지난 토요일 오후에 와룡저수지 둘레길을 딸과 함께 걸었다. 내가 이곳에 이사하고서 가장 자주 가는 곳이니 어떤 곳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어디쯤에서 쉬는지 어디쯤에서 전화를 거는지 말하면 딸은 그 정도는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나는 그 누구와도 긴밀한 소통을 하지 않고 산다. 다른 가족과 일절 연락하지 않고 딸과 둘이 소통하는 게 전부다. 나에게 연락하면 뭐든 이야기 하지만 내가 먼저 전화를 거는 일은 거의 없다. 나를 찾으면 그때나 존재하는 게 나다. 어떤 상대이거나 무시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일상 어느 시점에서 끼어들어야 방해가 되지 않을지 알 수 없어서다. 내가 업무 중에 달리 카톡을 하거나 통화를 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친구도 각자의 삶에 누군가를 불러들이는 것이 편하지 않은 시.. 2022. 5. 18. 날지 못하는 새 울산 대왕암 공원 둘레길을 따라 걷다가, 날고 있지만 날지 못하는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바닷바람이 너무 거센 탓에 열심히 날갯짓 하지만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반대 방향으로 몸을 틀면 그대로 날려서 어디로 튕겨갈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 새는 저렇게 저 방향으로 날개를 파닥일 수밖에 없는 거다. 한참을 저렇게 한자리에서 힘껏 날갯짓하다가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슬쩍 뒤로 흘렀다. 그리곤 또 자리를 잡고 저런 날갯짓을 계속했다. 우리 삶에도 저런 경우가 종종 있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시기가 있다. 더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제자리 걸음이라도 열심히 해야만 살아진다. 그렇게 견뎌내지 않으면 방심한 사이에 뒤로 훅 밀려가서 그 자리까지 돌아오는 길은 더 고되고 어려울 수 .. 2022. 5. 15. 새 취미 생활 단편적인 사진보다 살아 움직이는 것을 찍고 싶은? 아니, 너무 심심해서 토끼에게 말 걸고 쫓아다니다가 동영상을 찍는다. 이러다 다음엔 뭘 찍고 있을지 알 수 없다. 시작은 산책하러 가는 공원에 풀어놓은 토끼 뒤 꽁무니 쫓고, 말 걸고, 꽃 따먹는다고 잔소리 하기에서 비롯하였다. 찰칵 소리 나는 것 토끼가 스트레스받을까 봐 동영상을 주로 찍는다. 나중에 음악과 음성을 입혀서 편집하기 놀이도 언젠가 하게 될지 모른다. 2022. 5. 15. 혼자 놀기 - 동영상 찍기 놀이 2022. 5. 15. 색다른 하루, 미리 Birthday~ 최대한 불쌍해 보이게 생일은 혼자 보내고 싶지 않다고 미리 신신당부했다. 덕분에 이번 주말은 딸과 함께 보내게 됐다. 삼천포대교 앞 카페에서 오후에 잠시 시간을 보냈다. 해상 케이블카도 타고 저 너머에도 다녀오기엔 애매한 시간이었다. 체육복 바지 입고 나타난 딸에게 내 옷과 내 구두, 가방까지 내주고 같이 나왔는데 풍경이 마음에 드는지 인스타용 사진 찍기 좋다며 사진을 찍어달란다. 카페 옥상에 셀카용 거울이 있어서 오늘 기념사진을 찍었다. 맛있는 점심 사 주고 전망 좋은 카페에서 예쁘게 사진 찍어주고 기분 풀어준 뒤에 내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 내가 요즘 혼자 산책하러 다니는 산책길 같이 걷기 아직도 대낮부터 술잔을 기울이는 이들이 가게 안쪽에 있는, 옛날 옛적에 보았던 선술집 같은 ○○상회 너 딱 걸렸.. 2022. 5. 14.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