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291 하동 무량원과 동정호 6월 18일 잠이 너무 일찍 깼다. 그 핑계로 누워서 빈둥거려도 머리가 맑아지진 않았다. 왼쪽 목덜미에서부터 시작하는 편두통은 진통제를 먹어도 은근히 나를 괴롭혔다. 주말에 해야 할 일이 있지만 이런 상태로는 일 못한다. 딸내미를 아무리 꼬시려고 노력해봐도 이번엔 피곤해서 계속 자겠단다. 하동 무량원 식당에 오랜만에 찾아갔다. 하동까지 시외버스 타고 가려면 몇 번 환승하고 시간 기다렸다가 하동 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한참 가야 갈 수 있는 곳이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나에게 자주 갈증을 느끼게 하던 곳이다. 2003년에 처음 가서 처음 먹어본 청국장. 나에게 청국장은 이런 맛이다. 이상한 냄새 나는 고약한 맛이 아니다. 사찰음식 같은 담백한 맛. 정갈하고 깔끔해서 좋다. 그런데 1인분이라고 반찬이 너무 .. 2022. 6. 18. 내가 원한 것은 여행도 맛집도 아니었다. 결국 잠시 들러서 인사라도 나눌 수 있는 익숙한 가게에 찾아간 것이 전부였다. 다 닳아서 새로 가져오려고 했던 세숫비누며 이것저것 집에 쟁여놓았던 물건 챙기는 것은 잊었고, 정작 그게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 만나고 싶었지만 그 시각에 만날 수 있는 사람, 편하게 잠시 인사할 사람도 없었던 거다. 혹시 주말에 가면 만나기로 했던 친구는 이미 퇴근하고 집에 돌아갔으니 불러낼 수 없는 사람이다. 가정이 있는 친구는 다 그렇다. 결국 고향에 가도 주말엔 만날 사람 하나 없는 거다. 나처럼 챙길 사람도 챙겨줄 사람도 없는 이나 금요일 저녁에 혼자 마음까지 떠도는 거다. 고향을 떠날 때가 되었다. 이제 떠나도 좋다. * 냉장고에 든 다양한 맥주 중에 한 개라도 들고 올 걸 그랬다. .. 2022. 6. 17. 금요일 * 어제 딸이 첫 시승하고 한 말 1. 와~ 이제 쇼핑하러 갈 수 있겠네.(그간 시외버스 타고도 잘 다녔는데 앞으론 더 잘 다니겠다.) 2. 유럽에 해바라기 밭 옆으로 난 길, 넓은 밀밭 옆으로 난 길..... 또 어디더라. 거기 막 달리고 싶어. 지금 하던 거 다 때려치우고 당장 가서 거기 달렸으면 좋겠어. 오늘 마지막 시험 한 과목 남았는데 그간 나름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겠지. 어쨌든 딸은 어릴 때 일찍 바깥에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여행 다닌 바람에 가고 싶은 곳이 참 자유분방하다. 어쩌다 한 번 데리고 간 파리 라발레 아웃렛도 들먹인다. 그때 참 즐거웠던 모양이다. 나는 딸이 즐거워할 일은 마다하지 않고 하게 해준다. 나쁜 일만 아니면. 난 어릴 때 뭘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유년 시절 내 세상은 .. 2022. 6. 17. 퇴근하고 쌩~~ 퇴근도 하기 전에 딸이 전화를 했다. 어쩐 일이지? 아무래도 새 차가 궁금한 모양이다. 퇴근하고 곧장 집에 가서 가방 던져놓고 딸내미 만나러 나섰다. 그 시각에 버스 타고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퇴근 시간에 물려서 시외 구간에 차가 좀 밀렸지만 별일 없이 무사히 딸을 태우고 나물밥 먹으러 헛제삿밥 집에 갔다. 주차선을 그어놓은 곳은 그 선 보고 주차를 할 수 있는데 아예 주차선이 없으니 가지런하게 차를 세우는 게 잘 안 된다. 운전 왕초보가 여하튼 꽤 멀리 가서 같이 저녁 먹고 딸내미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왔다. 오가는 시외버스와 택시를 번갈아 타고 같이 다녀도 그 정도 교통비 이상은 충분히 쓴다. 휴대전화와 연결하여 네비게이션을 쓸 수 있는 시스템이어서 휴대폰 데이터 사용량이 생각보다 많이 소모된다. 7.. 2022. 6. 16. 어언 16년 16년 전에 사고 나서 폐차하고 단 한 번도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 처음 운전한 거였다. 그 사이엔 친구들이 다 차가 있으니 한 번씩 만나서 같이 놀면 내가 운전할 필요가 없었다. 폐차할 정도로 심각한 사고를 낸 뒤에 그때 다친 머리 부위가 가끔 아파서(일종의 환상통이었지만) 차를 사는 게 끔찍하게 무서웠다. 너무나 하고 싶으면서도 두려운 일이었다. 내가 누군가를 다치게 할까 봐, 혹은 그때처럼 미친 듯이 혼자 밤길에 과속하며 세상이 끝날 것처럼 달리게 될까 봐 두려웠다. 그 두려움이 충분히 사그라들 때가 넘고 또 넘었는데도 차를 사지 못한 것은 혹시 딸이 수도권에 있는 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어림도 없는 푼돈이지만 보태서 함께 살 방이라도 구해보려고 필요 이상의 지출을 할 수 없었다. 물론 .. 2022. 6. 15. 새 차를 받았다. 6월 1일에 자동차 전시장에 구경하러 갔다가 얼떨결에 계약한 자동차를 오늘 받았다. 자동차 등록하고 새 번호판까지 달고 내가 사는 곳까지 가져다 주신 덕분에 편하게 새 차를 타게 됐다. 수동으로 된 오래된 자동차를 몰다가 폐차한 이후에 새 차는 처음 샀다. 잘 길들여서 딸내미 졸업하고 취업하면 선물로 준다고 말하고 샀으니 그렇게 되겠지. 마침 비 내리는 오후에 빗길 운전으로 20분가량 떨어진 카페에 찾아가서 내 곁에서 오래간만에 초보 운전인 나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주신 S.K샘께 간식을 사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셀프 주유소에서 기름도 넣었다. 사람도 차도 거의 없는 주차장에서 주차 연습할 때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막상 사는 곳에 돌아와서 주차하려니 진땀이 났다. 내일은 그 샘이 다른 지역에 사는 아들과 남.. 2022. 6. 14. 6월 13일 혼자 먹을 수 없는 음식이 있다. 1인분 주문해서 먹기엔 양이 너무 많은 두 가지 음식 조합. 이상하게 평소에 즐기지 않던 음식이 먹고 싶었다. 어제 잘 참았는데 퇴근하고 내 몸도 귀찮을 지경이어서 씻고 드러누우려던 참에 전화가 온다. S.K샘이 동네 산책 같이 하자는 전화다. 얼굴이 하도 까맣게 타서 화장 지운 얼굴로 밖에 나가기 싫은데 다시 씻기 귀찮으니 그냥 나갔다. "피부과에 다니시면 얼굴빛이 좀 맑아져요......" 말로만 듣던 내 얼굴 상태를 화장 지운 뒤에 처음 본 그분이 진심에서 우러난 충고를 해주신다. 피부과 다니면서 관리 좀 받아야 할 모양이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경험, 나도 언젠가 하게 될까...... 오래된 주택가 골목골목을 누비며 걷다가 돌아왔다. 서로 일상에 지쳐서 어쩐지 표.. 2022. 6. 14. 누워서 하늘 보기 어제 종일 방 안에서 뒹굴뒹굴하다가 해지고 나서야 산책하러 잠시 나갔더니 달이 떴다. 배도 살살 아프고 걷기 싫어서 그 공원 편백숲 나무 해먹에 누워있었다. 몸은 새소리에 젖어 숲에 흩어지고 숲과 한 몸 되어 어둠 속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마침내 새소리가 잦아들고 숲이 더 어두워질 즈음에야 다시 걸을 기운이 생겼다. 천천히 저수지 둘레길을 돌아서 내 전용 흔들의자에서 까딱까딱 한참 앉아서 그네를 타다가 돌아왔다. * 오늘은 보던 드라마에서 나온 관심 있는 단어를 되새김질하며 종일 누웠다 앉기를 반복했다. 늘어지게 게으름 부리고 쫓기지 않는 시간을 이틀 보내고 나서야 어쩐지 긴장이 풀린다. 일주일 단위로 반복되는 긴장감이 어깨를 무겁게 해서 목덜미에 근육이 뭉치고 신경이 눌려서 편두통과 근육통, 신경통 등.. 2022. 6. 12. 6월 11일 피곤해서 지나가고, 귀찮아서 지나간 일상이 휴대전화에 남은 사진 덕분에 옮겨진다. 사진을 찍지 않았더라면 사흘씩 일주일씩 그렇게 한 달, 두 달 지나가며 인생이 부질없이 흩어졌을 테다. 어쩌면 인생이란 게 원래 그런 것이라지만 사진으로 붙들어둔 순간, 순간에 흐르다 사라질 감정 따위를 옮겨두는 것이 나중에 아무런 쓸모가 없어도 아무 의미가 없어도 괜찮다. 계획하고 의미를 두고 숙제처럼 하는 일은 아니니까. 그냥..... 한다. 어릴 때부터 일기 쓰던 습관. 오래전부터 일상을 사진으로 담아두는 습관. 생각을 글로 옮기며 감정을 정리하는 습관. 좀 쉬고 집에 다시 갖다 둬야 할 짐을 정리해서 상자에 담고 시간 날 때 통영에 다녀오는 것이 다음 숙제다. 왼쪽 목덜미는 여전히 아프다. 근육과 신경의 관계가 오묘.. 2022. 6. 11. 6월 10일 근무지에서 가까운 곳에서 지역 고등부 체전이 열렸다. 출장 내고 경기장에 응원을 하러 갔다. 나는 씨름 응원팀을 따라가서 경기 장면 사진 몇 장 찍고 종일 운동장에서 내놓은 부위는 온통 새카맣게 탔다. 그러잖아도 시커먼데 선크림을 팔에 바르면 끈적한 게 싫어서 바르지 않았더니 황인종을 넘어서는 피부빛으로 변했다. 벼르고 벼르다가 산 헬렌카민스키 비앙카를 게시한 날이기도 하다. 마지막 관전한 경기가 축구 결승전이었다. 결승전에 오른 두 학교 다 아는 학생이 있으니 더 관심 있게 경기를 보게 된다. 점심시간에 가끔 보던 교내 축구 리그전과 조금 다른 수준의 경기를 보는 게 상당히 즐거웠다. 주변 사람 아랑곳없이 골이 들어갈 때 힘껏 소리 질렀더니 주변 사람들이 놀라서 쳐다봤다. 점심으로 받은 빵이 너무 달아.. 2022. 6. 11. 6월 9일 삼천포엔 특정 지역에 카페가 밀집해 있다. 그곳 중 한 곳에 같이 가보자는 동료의 연락을 받고 퇴근한 뒤에 바로 출동~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있는 브런치 카페 2층엔 손님이 거의 없다. 평일 오후여서 그렇겠지. 나가서 둘러보니 이 주변엔 새로 생긴 카페가 의외로 많다. 다음엔 옥상에서 해지는 것도 보고, 저녁에 불피운 것도 구경하면 괜찮겠다. 빵과 커피만 먹었는데도 어쩐지 속은 부담스럽고 전날도 걷지 않고 집에만 있었던 게 마음에 걸려서 이렇게 나온 김에 슬슬 바닷가 산책을 좀 하기로 했다. 내가 장난스럽게 몸을 숙여서 이런 사진을 찍어대니까 함께 간 분도 숙이고 비슷한 사진을 찍으신다. ㅋㅋ 바닷가를 따라서 걷다보니 아주 옛날 옛적에 유행한 정원과 장식이 있는 가게가 있는데 문은 닫혀있다. 80~90년.. 2022. 6. 11. 6월 8일 버스킹 구경하기 관중에게 노래를 청하자 중학생이 앞으로 나와서 '낭만 고양이'를 멋들어지게 불렀다. 자기 학교도 아니고 동급생도 아닌데 용감하게 나와서 내가 아는 노래를 불렀다. 힘껏 박수를 보내줬다. 그리고..... 한 학생이 Sia의 Snowman을 불러서 눈길을 끌었다. 개인적으로 즐겨듣던 노래여서 귀에 익숙한 노래여서 더 집중해서 들었다. 다른 아이들은 오늘은 위해 약간의 준비를 한 것이고, 그 학생은 예정에 없던 상황에서 만인의 시선을 받으며 소화하기 힘든 노래를 자연스럽게 불렀다. 더 잘하는 아이들도 많겠지만, 그 순간 청중과 같은 높이의 무대에서 손에 든 많은 휴대전화에 찍힐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노래를 부른다. 그 용기 멋지다! 2022. 6. 11. 6월 7일 싱싱한 생선이나 해물이 흔한 곳에 살다가 이사한 이 동네도 찾으면 싱싱한 해물이 있겠지만 거의 장보러 나가지 않는 내 삶에 선택지는 협소하다. 쓱배송으로 주문한 냉동 고등어를 쪄서 먹기도 하고 구워 먹는 게 거의 전부? 구운 고등어를 그대로 물 약간, 맛술, 간장 등의 양념을 넣고 마늘 저민 것, 파 송송 썬 것, 매운 고추 몇 개를 넣고 살짝 조렸다. 생강가루만 있었어도 더 고급스러운 맛이 났을 텐데 아쉽다. 집에 다 갖춰놓은 양념은 사용하지 않아서 썩고 있진 않을까...... 그냥 굽거나 쪄서 먹어본 것보다 덜 지루한 맛. 2022. 6. 11. Happy thought *수입이 많아지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 봤다. 그동안 내 삶에 쉼표를 찍게 해 준 사람들을 만나서 소소하지만 꼭 필요한 선물을 한 가지씩 해주고 싶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그다음엔 살고 싶은 동네에 전셋집을 마련하고, 그 동네에 살다가 마음에 들면 집을 사고. 그다음엔 함께 여행할 친구를 만나서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거다. 우리나라보다 사회 운영 시스템이 잘 된 나라를 돌아보며 배울 점을 알아내서 구체적으로 실행하도록 방향을 잡는데 힘을 보태는 것. 어떤 특정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설계하고 투자해서 공동체의 삶을 조금 덜 비참하게 함께 이끌어가는 데에 힘을 보태는 것이 내가 정한 마지막 숙제처럼 남았다. 그래서 건강하고, 여행 좋아하고 함께할 사람을 만.. 2022. 6. 11. 통증 오랜만에 냉동만두를 샀다. 냉면 주문하면서 1인 주문 금액 맞추느라고 몇 개 쪄놓고 오천 원 받는 만두를 사 먹어보니 속이 쓰렸다. 이건 아니지. 쪄먹으면 가장 맛있는 만두를 샀지만 구웠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운 만두 아홉 개를 간식으로 먹기엔 많다고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나 정말 만두를 잘 굽는구나.....ㅎㅎㅎ 아주 사소한 것도 순간순간 즐거워하는 이 단순함에 놀라게 된다. 진통제 먹어도 가라앉지 않던 편두통이 만두 구워 먹는 사이에 거짓말처럼 잠시 잠잠해졌다. 이 통증은 어떻게 내 몸에 작동하는지 조금 더 면밀하게 관찰해야겠다. 어떤 시간대에 어떤 변수로 잠잠해지는지...... 먹통인 글에 옛날 여행 사진 한 장씩 붙여 넣기라도 하려면 이 상태보다는 조금 더 나아져야겠다. 전.. 2022. 6. 6. 6월 6일 *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것은 습관이다. 개운하지 못한 내 뇌를 속이는 습관. 최근에 원두 3종류를 새로 샀다. 서비스로 함께 보내준 원두까지 4종류. 양도 꽤 많다. 사흘 연휴 동안 꾸준히 쉬어도 편두통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증상인 모양이다. 일주일에 네 번 이상 나가서 꾸준히 걷고, 복잡한 생각 하지 않고, 일찍 잠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한 가지 실천해야 할 것 중에 걸리는 것이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거다. 커피를 아주 끊기엔 새로 산 원두가 마음에 걸린다. 한동안은 원두 갈아서 커피 내려서 마시는 것 자체를 할 여유가 없는 이상한 상태여서 캡슐커피만 주문해서 계속 캡슐커피만 마셨다. 이젠 그 기름기 그득한 크레마에 질려서 드립 커피만 마시고 싶다. 한동안 아침 일.. 2022. 6. 6. 6월 5일 작년 봄에 감정 다툼을 크게 한 번 한 이후로 딸이 거의 매일 안부 전화를 한다. 어제는 전화해서 울산 여행 이야기를 했다. "그때 간 음식점 둘 다 가성비도 좋고 맛있었는데..... 이번에 시험 다 치고 나서 한 번쯤 더 가고 싶은데....." 시험 기간이어서 준비할 게 많은 모양이다. 다음 주에 수업 시연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습 나갔다 온 4학년 선배들이 현장에서 겪은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갔다가 들은 이야기를 전한다. 그 쉽지 않은 일을 오랜 경력 단절 끝에 해내는 내가 신기하고 고맙다는 말을 에둘러서 한다. * 수업 시간에 다른 것이 너무 하고 싶으면 버킷리스트처럼 차례대로 기록해보라고 한다. 2학기에 대입원서 쓰고 나면 갑자기 많아지는 시간에 하기에 적당하다고 그때 하면 마음 편하.. 2022. 6. 5. 6월 4일 산책길에..... 다음날 강수확률 100% 그럼 오늘은 꼭 밖에 잠시라도 나갔다 와야 한다. 이번엔 제대로 꾀를 부렸다. 오후 4시 반에 걸쳐서 시외버스 터미널 앞에서 탈 수 있는 시내버스를 기다리다가 종점까지 타고 가서 내렸다. 혼자 걸어올라 가면 한참 걸릴 거리다. 와룡마을, 와룡마을 종점까지 시내버스가 어떤 경로로 다니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동네 샛길을 타고 나와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청룡사까지 올라갔다 오기로 했다. 담장을 두르지 않고 갖가지 꽃을 심은 이댁 주변에 예쁘게 핀 꽃을 한참 보고 기운을 충전해본다. 접시꽃이 색색이 곱게 피었고, 노란 달맞이꽃은 보기만 해도 고와서 꽃 속에 얼굴을 묻고 싶을 지경이다. 겹벚꽃이 곱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초봄엔 이곳까지 올 엄두가 나지 않아서 집 밖을 벗어나지 못하고.. 2022. 6. 5. 이전 1 ··· 38 39 40 41 42 43 44 ··· 1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