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2284

7월 10일 오후 늦게 결국 발동이 걸렸다. 출근하지 않는 날이니 평소 퇴근 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각에 나서서 창선도에서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과 반대 방향으로 단항마을을 거쳐서 남해로 건너갔다. 물건리 숲 주차장에 차 세워놓고 처음으로 차를 닦았다. 이제 나흘 지나면 차를 받은 지 꼭 한 달 된다. 나중에야 별 의미 없어지겠지만, 지금은 한 달 지나는 시점이나 3주 만에 2,000Km 이상을 달린 것이 나에겐 기억할만한 잡다한 기록에 속한다. 이 길은 주차금지 구역이다. 숲 바깥쪽에 주차장이 있다. 스티커 붙여놓은 자리에 줄줄이 차를 세워놓았고, 그 자리에서 텐트 치고 밖에 상 차리고 고기를 굽거나 불을 피우며 노는 사람이 있었다. 31번 나무 몸통에 홈이 패인 곳에 바닷가에서 기어올라온 게가 산다. 차 안에 남.. 2022. 7. 10.
7월 9일 * 능력에 넘치는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욕심이다. 과분한 것을 받지도 말 것이며, 하려고 나서지도 말아야 한다. 사람을 만나는 일도 비슷하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내가 사랑할 수 없는 부류의 사람을 내 삶에 끌어들이거나 끌어안으려고 하는 것도 다를 바 없다. 너무 과한 사람을 탐내는 것도, 내게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계산하게 되는 사람을 특별한 감정 없이 끌어안으려고 선심 쓰듯 마음을 내는 것도 중용에서 벗어나는 위선에 속한다. 이미 한 번의 교훈으로 충분하다. 어떤 상대 거나 계산도 안 되는 감정이 몰아치는 게 아니라면 굳이 애쓰지 않을 거다. 이 나이에 그런 상대를 만나는 것조차 희귀한 일일 테니까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 무조건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늘어질 참이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2022. 7. 9.
7월 8일 자동차가 없어서 그동안 친구들이랑 어울려서 다니던 곳에 다시 가보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한 일종의 한(?)이 있었다. 딸이 그래서 토해내는 목록은 기억했다가 빠짐없이 확인해서 시간 맞을 때 같이 가기로 했다. 그중에 금요일 퇴근하고 가기로 한 집은 간장 오리불고기를 잘하는 음식점이다. 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그 집은 택시 타고 가기엔 다소 멀어서 또 가고 싶어도 같이 갈 친구가 섭외되지 않으면 가기 곤란해서 딸에겐 아쉬움이 남았던 모양이다. 시에서 받은 재난지원금을 날짜가 넘어가기 전에 써야 하는데 하필 올해는 둘 다 통영을 떠나서 생활하게 되어서 그 돈을 제때 쓰기 위해서 만나서 가끔 통영에 가서 뭔가 먹기로 했다. 그래서 둘이 통영에 가다가 뜬금없이 고성에 있는 샤부샤부 뷔페 이야기가 나왔다. 이곳이.. 2022. 7. 9.
7월 7일 퇴근 30분 전에 저녁 같이 먹자는 연락을 받았다.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선약이 있지 않은 한에 무조건 나간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면 일도 미루고 나간다. 내가 차를 금세 살 수 있게 자동차 전시장 연락처를 길가다가 찍어서 보내주셨던 B.K샘이랑 메뉴 조율해서 이 동네 김밥집에 가기로 했다. 근데 오늘 차가 없다며 픽업을 부탁하셨다. 아침에 차 키를 찾지 못해서 택시를 타고 시외로 출근하신 거였다. 남편이 퇴근한 뒤에 모시러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모셔다 드리기로 했다. 그리하여 이 동네 김밥집이 아니라 그 선생님 사시는 동네 김밥집에 가게 됐다. 하동에 근무하실 때 알게 된 집인데 하동에서 사천으로 옮긴 어묵집이라고 소개해주셨다. 직접 튀긴 어묵을 종류대로 팔고,.. 2022. 7. 9.
남해 구름 사냥 7월 6일 퇴근하고 곧장 남해로 달렸다. 눈에 졸음이 쏟아지는데 남해 창선을 반대편으로 돌아서 보리암 입구까지 갔다가 걷기엔 더워서 돌아나가기로 했다. 너무 피곤하다. 그런데 근처에 은모래 해변이 있다. 그냥 갈 수 없어서 상주 은모래 해변에 들렀다가 돌아오던 길 창선도에서 바라본 시아도 여기서 사진 몇 장 찍고 돌아가서 그대로 자고 싶었지만,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저 너머 남해로 달리고 싶었다. 바다는 습하고 끈적하고 갯비린내가 심하게 났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이상하게 더 외롭다. 2022. 7. 6.
7월 5일 자다 깨어 휴대폰 진동음이 느껴져서 시간을 보니 6시 50분이 조금 지났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 왜 전화하셨을까? 나에게 자동차를 판매한 분이 전화를 하셨다. 차는 별 문제없는지 잘 타고 다니는지 자동차 회사 측의 서비스 차원의 전화다.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퇴근하고 환기하느라 창문 열어놓고 잊고 그대로 잠든 거였다. 입고 나갔던 옷 그대로 입고 씻지도 않고 그대로 기절하듯 잠든 거였다. 이른 아침에 전화하신 게 아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놓친 전화도 있다. 딸이 전화했는데 그때는 진동도 못 느끼고 깊은 잠에 빠졌던 모양이다. 몇 시간 몰아서 푹 잤으면 개운했을 텐데 애매한 시각에 깨서 몸은 여전히 천근만근이다. 누워서 눈만 굴리다가 딸과 통화하다가 사흘밖에 안 되는 여름 휴가를 어떻게 보낼지.. 2022. 7. 5.
7월 4일 밖으로 떠돌 때는 긴장 상태여서 덜 느끼던 갖가지 통증과 증상이 집에 혼자 있으니 크게 느껴진다. 전혀 진전 없는 이 증상도 잘 치료하면 괜찮아질 것 같은데 은근히 신경을 건드리는 정도지만 그 때문에 죽을 만큼 아픈 게 아니니까 미련하게 대충 넘어간다. 오늘은 약이라도 좀 바르고 일찍 잠들었으면 좋겠다. 어제도 밤늦게까지 잠들지 못해서 오늘 몹시 힘든 하루를 보냈다. 종일 빡빡한 일정대로 몸을 돌리느라 지쳐서 집에 와선 그대로 눈만 감으면 잠들 것 같았는데 생각이 많아져서 고문당하는 기분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잠드는 것은 억울하고, 몸은 피곤한데 포기하지 못하는 뭔가 여전히 버티고 있다. 내일은 미루고 미룬 일을 꼭 해야 하는 날이니 오늘은 어떻게든 이 잡념 망상을 꺾고 잠들 수 있기를. * 통영에.. 2022. 7. 4.
7월 3일 * 엊그제 누군가 긴장된 순간에 그랬다. "아.... 엄마 보고 싶다......" 긴장되고 극적인 순간에 외치는 한마디, 보고 싶은 사람, 안정감을 주는 원천 같은 대상이 엄마다. 많은 사람에게 그렇다. 나에게는 그런 대상이 없다. 아무도 떠오르지 않는다. 떠올릴 대상이 없다. 사람 인이라는 한자가 서로 기대어 사는 인간의 삶을 형상화한 것이고 결코 인간은 혼자 살 수는 없는 존재다. 늘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남고, 얽혀서 살고는 있지만 편안하게 이 무거운 머리를 기대고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쉴 수 있게 해주는 대상이 없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가끔 아무 이유 없이 울음을 터뜨리고 싶을 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결국 내 문제는 내가 해결하지만, 잠시 머리를 기댈 곳 없이 이렇게 사.. 2022. 7. 3.
산청 춘산식당, 정취암 2022년 7월 2일 그리하여 산청 아모르 카페 옆집 '춘산 식당'에서 이른 저녁을 먹게 됐다. 한여름에 꼬막도 나오고 가지, 깻잎, 호박 등 채소 튀김이 바삭하고 고소하다. 우렁을 듬뿍 넣은 된장에 향이 진하게 나는 채소가 들어가서 딸이 먹지를 못했다. 딸이 깻잎, 들깻가루 들어간 음식을 꺼린다. 산초, 방아잎 들어간 음식도 일절 손대지 않는다. 나도 스무 살 때까지 가리는 음식이 몇 가지 있었다. 채소전에 방아를 넣으면 향이 역해서 못 먹고 토했고, 들깨 들어간 것도 못 먹었고, 산초도 싫어했으며, 고추냉이도 못 먹었다. 20대 중반에 음식 맛을 느끼는 것도 생각이 가로막는 것이라는 사실을 자신에게 인지시키고 다양한 맛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하루아침에 그 음식을 먹게 됐다. 먹기도 전에 생각만으로도 .. 2022. 7. 3.
산청, 함양, 거창 전엔 출발점이 통영이어서 자주 여행 가는 곳이 거제, 고성, 통영 인근이었다. 한동안 진주를 기점으로 우리가 대중교통으로는 쉽게 접근하기 곤란했던 산청, 함양, 거창의 곳곳을 다녀볼까 한다. 2022년 7월 2일 불볕 더위로 차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는 딸을 이끌고 거창에서 점심 먹고 차 마시고 돌아가는 길에 함양 개평마을에 들렀다. 옛날 부잣집 고택이 건재한 곳인데 이 마을이 이렇게 남은 것을 두고 그들이 마을 사람들에게 베풀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했을까? 아니면 돌보지 않아서 가난한 마을로 남았을까를 이야기했다. 유교 문화와 유학이 성했던 지역이라서 선비의 고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일대의 곳곳을 앞으로는 기회 닿는 대로 보고 또 둘러볼 수 있기를...... 이번엔 낮기온이 너무 높아서 도무지 같이.. 2022. 7. 3.
거창 여행 2022년 7월 2일 전날도 그랬지만, 날이 지나치게 더워서 낮에 어딘가 가서 걷기는 힘들겠다. 11시 체크아웃인 호텔에서 11시 넘어서야 밖에 나왔다. 딸이 늦잠을...... 그리곤 낮에 분명히 연꽃 보러 함양 상림공원에 한 번 다녀오기로 했는데 바로 배고프단다. 아침에 조금 느지막이 일어나서 상림공원 한 바퀴 돌고 밥 먹으러 갈 계획이었는데 어림도 없다. 2020년 가을에 산청군에서 지낼 때 아는 분이 소개해줘서 가봤던 '꽃두레' 식당에 찾아갔다. 8,000원이던 코다리 정식이 7월 1일 자로 9,000원으로 올랐다. 튀긴 코다리에 양념장을 끼얹어서 나오는데 냄새 없이 담백하고 부드럽다. 딸이 맛있는 잡채가 먹고 싶다고 해서 이 집을 생각해냈다. 이 집 반찬으로 나오는 잡채 맛이 정말 훌륭하다, 밥 .. 2022. 7. 3.
함양 여행 몇 해전에 혼자 대성식당에 한 번 찾아간 적이 있다. 혼자 밥 먹으러 가기 쭈뼛했지만 통영에서 진주까지 가서 버스 환승해서 함양까지 갔는데 밥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상림에서 산책하고 들렀더니 오후에 재료 소진으로 손님을 받지 않았다. 그 이야기를 하며 이제 혼자 여행 온 것도 아니고, 버스 환승하며 온 것도 아니니까 이럴 때 혼자 그렇게 여행 다니면서 서러웠던 부분을 풀어내게 어디든 같이 가보자고 했다. 2022년 7월 1일 허영만의 백반 기행에 나온 함양 대성식당 한우국밥 맛보러~ 반찬으로 나온 파무침과 수육의 합이 맛이 좋아서 파김치를 한 접시 더 부탁했다. 마늘 장아찌도 괜찮고 무김치도 한 그릇 더 청해서 먹었다. 수육이 부드러워서 먹기 좋았다. 한우국밥엔 큼직한 고기 덩이가.. 2022. 7. 3.
곡성 섬진강 레일바이크 7월 1일 진작에 차를 살 것을...... 그동안 딸이 시간 내서 나와 같이 여행 가거나 얼굴 한 번 보는 것조차 어려워서 더러 서운했는데 이젠 내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움직일 수 있으니 딸내미 얼굴 보기가 한결 편해졌다. 미리 약속한 대로 금요일 오후에 연가 쓰고 딸내미와 오랜만에 1박 2일 여행을 떠났다. 오래전에 즐겨 찾던 구례, 곡성에 못 가본 지 꽤 오래되었다. 곡성에서 레일바이크도 더러 타고, 곡성 천문대에서 토성, 화성 관측도 했던 기억이 내 딸에겐 특별했던 모양이다. 레일바이크 주차장이라고 찾아갔더니 가정역 앞 주차장으로 안내한다. 침곡역에서 출발하는 레일바이크를 탔던 기억 밖에 없어서 머뭇거리다가 늦은 점심 먹을 장소를 찾았다. 증기기관차나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는 기점인 가정역 부근엔.. 2022. 7. 3.
남해 창선도에서 바라본 일몰 일단 다 올려놓고 사진 정리는 나중에..... 6월 30일 오늘 꽤 많이 움직였다. 내일 낮에 조퇴하고 오후에 딸과 함께 섬진강 레일바이크를 타러 가기로 했다. 딸이 오후에 전화해서 그 생각하니까 설렌다고 했다. 오래전에 몇 번 갔던 곳인데 오래 가보지 않아서 거기 가는 것 자체가 너무 설렌다며 들뜬 목소리로 전화했다. 남해 물건리에 갔다가 창선에서 네비가 안내하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돌면서 천천히 몇 차례 차를 세우고 해지는 광경을 봤다. 생각은 순간순간 흩어져서 사라졌고, 쓸데없이 예민해졌던 감정은 자연 속에서 정화되어 조금 나아졌다. 2022. 6. 30.
남해 물건 숲 어느 해 3월에 이곳에서 딸내미가 돌 던지기 하다가 몽돌을 내 뒤통수에 퍽 소리 나게 명중시켜서 119 부를 뻔했다. 그 이후에 여기 함께 온 기억이 없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니까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그때 너무 아파서 엉엉 울었다. 병원에 가봐도 별도리가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지나쳤지만 남이 그랬으면 큰 사달이 났을 사건이었다. 조금 걸으려니 배가 살살 아프다. 우리나라는 이런 곳에 화장실을 잘 갖춰둬서 사용할 때마다 늘 고마운 생각이 든다. 장애인용 화장실까지 잘 갖춘 곳에는 내가 나이 들어서 다리에 힘 빠져서 딸내미 부축받거나 휠체어를 타고라도 이런 곳에 바람 쐬러 올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다. 어디서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교통편이나 이동할 여건이 되는 사람에 한해서나 가능한 일이겠지.. 2022. 6. 30.
진주 강주연못 오랜만에 햇빛이 쨍~ 운전이 익숙해질 때까지 거의 매일 근교에 나간다. 30분 이내 거리에 있는 강주연못은 둘레길에 큰 나무그늘이 있어서 걷기 좋다. 2022. 6. 30.
6월 마지막주 수요일 6월 29일 영화 탑건: 매버릭을 기대 없이 가서 재밌게 봤다. 2022. 6. 30.
6월 28일 어제 밤늦은 시각까지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늦게 잠든 탓에 오후엔 힘들었다. 그래도 퇴근 무렵엔 또 어딘가 가고 싶고 누구든 만나고 싶었다. 오늘은 만날 사람이 없다. 진주와 사천 경계 지점에 있는 '강주 연못'을 찾아서 같이 가자고 운을 띄웠다. 비 오는 날도 걷기 좋다는 후기를 읽고 거기라도 가보고 싶었다. 동네 김밥집에서 김밥 두 가지를 포장해서 딸에게 가져다주고 잠시 얼굴 보고 혼자 연못 공원에 갔다.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두레박을 기다렸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서 힘들었던 때를 생각해냈다. 연꽃은 더러운 물에서 핀다고 나에게 던진 한마디, 그 말을 했던 그분도 위선자였다. 결국 내 온몸에 피가 나도록 우물 벽을 기어올라가서야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때는 왜 그렇게 그런 것에 집.. 2022. 6.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