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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177

모닝커피를 마시며...... 어딘가 돌아갈 자리가 있다는 것이 주는 안도감에 서울에서 보낸 주말은 번잡했으나 나에겐 다채로운 자극이었다. 퇴근과 동시에 곧 해가 지고, 햇볕 없는 산길은 서늘하고, 침통하여 차마 나설 수 없었다. 어딘가 이야기할 누군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 일없이 사람이 모여든 카페라도 가서 낯선 사람이라도 간혹 바라보며 책이나 읽을까 했다. 산청은 카페조차 한산하여 이방인인 내가 들어서면 더 어색한 기운이 돌 것 같아서 걸음이 헛돌았다. 사람의 온기가 필요한데 책 속에 시선을 두고 마음을 내려놓으면 흔들리던 마음은 어느새 눈물이 되었다. 사람, 온기, 대화, 그리고 와인....... 덕분에 얼굴엔 화색이 돌고 편안하게 웃던 내 모습으로 돌아왔다. 돌아갈 자리는 꼭 집이 아니어도 간혹 떠돌다가 떠나야 할 곳이어도 잠.. 2020. 11. 16.
11월 13일 어제는 산청 읍내 어딘가에 빵 맛이 괜찮다는 빵집인지 카페인지 대화 중에 흘려들은 가게를 찾아 나섰다. 딱히 빵을 사겠다는 것도 아니고 분위기 괜찮으면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책이나 읽을까 했는데 읍내 카페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마침 딸이 전화해서 이번 주말엔 친구 따라 학회 모임 간다고 집에 못 가니까 나도 집에 가지 말고 놀러 가란다. 이 번주에 왜 택배가 안 오나 궁금했는데 지난 주말에 주문한 것은 전부 딸 물건이었던 모양이다. 도착한 옷이 다 마음에 든다는데 나는 뭘 입고 놀러 갈 거냐고 묻는다. 주말에 그냥 집에 있지 말고 수다라도 떨게 오란데 연극 보러 가는 것도 싫고, 모르는 사람 만나는 것도 싫어서 가봐야 잠만 자다 올 것 같으니 집에서 자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계속 말을 뱅뱅 돌리다가 .. 2020. 11. 13.
11월 11일 오랜만에 강변 산책길을 걸었다. 하루에 15,000걸음은 채우고 싶은데 14,000걸음 걸었다. 뭔가 잘 안 될 때는 완전히 그만두고도 살아남을 수 있다면 몰라도, 잘 안 되는 지점에서 처음처럼 다시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 오늘은 따뜻하게 입고 가볍게 걷고 싶은 만큼만 걷다가 돌아오려고 익숙한 길을 걸었다. 조금 어두워질 무렵이었지만 바람이 이전만큼 차지 않아서 상쾌하고 좋았다. 어제 운동장 한 시간 도는 동안 반복되는 트랙에서 느낀 갇힌 기분을 끊임없이 극복하려는 시도와 달리 열린 결말이 있는 시도가 한결 나를 자유롭게 했다. 남 선생님께서 이웃집에서 얻었다는 무김치 한 통이 이틀 동안 밖에 있었다더니 벌써 쉬었다. 기숙사에서는 냉장고를 사용할 수 없지만, 연구실 냉장고에 김치가 있으니 간혹 퇴근 시간.. 2020. 11. 11.
점심 시간에 잠시 햇볕 쬐며 찍은 사진 몇 장 11월 11일 점심 시간 11월, 점심 시간에 잠시 운동장에 나갔다가 찍은 사진 모음. 한낮에 볕이 좋을 시간에도 바람이 많이 부는 날도 있었고, 거의 혼자 있어서 혼자 운동장 한 구석에서 조금 걷다가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의욕 없는 날의 연속이었을까. 왜 이렇게 사진이 없나...... 2020. 11. 11.
Beethoven's silence 간혹 심장이 타거나 혹은 녹아내릴 것 같은 지독한 외로움과 통증에 시달릴 때, 겨우든 잠에서 깬 새벽의 소리없는 흐느낌처럼 어느 날 전신에 물들듯 흐르던 선율이 영화 '식스 센스'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여인이 주인공을 그리워하다 잠든 의자에서 손에 쥐고 있던 반지를 잠결에 눈물처럼 떨어뜨리던 장면과 함께 기억 속에 남아있었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피아노 선율만 떠오를 뿐, 곡의 제목도 작곡가도 떠오르지 않고 단지 Ernesto라는 속삭임만 희미하게 떠올랐다. 오늘 2000년대 중반의 일기를 뒤적이다가 우연히 그곡의 제목을 발견했다. 어느 날은 일기에 그 곡의 제목을 기록해둔 것이 있었다. 오늘 애플뮤직에서 그 곡을 찾아서 다운로드하고 작곡가 Ernesto Cortazar의 다른 곡도 찾아서 들었다. 그대.. 2020. 11. 11.
어제 나만의 프로그램을 삭제하고 나니 외적 요인에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쓰게 된다. 내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가기 위해 두 달짜리 새 프로그램을 짰다. 어차피 해는 일찍 지고, 해진 뒤에 내가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 꾸준히 실행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너무 익숙해져서 지겨워지거나 불편하면 잠시 쉬었다가 또 다른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된다. 통영에서 서울 가는 버스를 타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15분가량을 쉬고도 신기하게 4시간 만에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한다. 차량 정체 구간을 만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몇 번 유심히 관찰한 결과 과속도 하지 않고 속도를 떨어뜨리지도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일정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비결이었다. 휴게소에서 같은 시간 만큼 정차.. 2020. 11. 11.
세상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잖아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세계 곳곳에서 어디선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바로 이곳에서 일어난다고 이제야 아프다는 것은 지극히 이기적인 발상이다. 오늘 외부에서 오는 요인으로 인한 하나의 통증을 이 생각으로 정리했다.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바다에 뛰어들 자신이 없다면 바깥에서 주시하며 오래 살아남아서 그 바다의 깊이에 변화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선택지도 있다. 지금 이것이 아니면 반드시 저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분노가 불러온 내 몸의 변화에 화들짝 놀라서 다시 가다듬고 마음을 정리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악과 화를 다 내 것처럼 품고 아파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그 속에서 자신만의 영달의 위해 살지 않고 잊지 않고 살다 보면 언젠가 해결 가능한 길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이게 나의 .. 2020. 11. 10.
우울하다 뒷문으로 나갔다가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정문으로 다시 돌아왔다. 물빛도 차고 울긋불긋해진 산빛도 차게 느껴지는 해 질 녘, 이젠 강변을 걷는 것도 마음부터 서늘해져서 못하겠다. 어제부터 느끼던 체기가 다 가라앉지 않았는지 억지로 먹은 저녁이 등짝에서 걸린 것처럼 등도 아프다. 지난주에 길에서 혼자 소리 내서 울던 생각이 퍼뜩 나서 그 길로 가고 싶지 않았다. 어쩐지 그 자리에 서면 또 그 생각에 시달릴 것 같다. 그 트라우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퇴근하고 차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이렇게 부럽다니...... 기다리는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이렇게 부럽다니..... 텅 빈 기숙사에 들어가서 컵라면을 종류대로 꺼내서 가방에 담고 다시 연구실로 돌아왔다. 그나마 컴퓨터라도 마음 편하게 쓸.. 2020. 11. 9.
11월 8일 2020. 11. 08. 07:15 아르마딜로 나라는 것이 본시 경계도 장막도 없어서 누구라도 안을 들여다보면 형체 없이 허물어진다. 상대를 닮은 그림자가 생긴다. 나를 이루는 주성분이 형상 기억 합금이라도 되는 것처럼. 아르마딜로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고 쉽게 부서지는 나를 안고 있다. 2020. 11. 08. 19:19 갑자기 어느 순간 얼마 만인가 이런 절망적인 고통과 직면해본 것이..... 지나가는 것이기에 견뎌야 한다. 차에 오르자마자 어지럽더니 이내 속이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았다. 꾹 참다가 생각해보니 옆자리에 마침 딸이 앉아있다. 숨을 몰아쉬며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 곳곳을 최대한 아프게 눌러 달라고 했다. 10여 분이 지나고 내 손바닥이 헐 것 같은 통증에 잠시 멈췄다가 고개를 돌리고 몸을.. 2020. 11. 9.
11월 7일 생활의 변화 없이 담담하게 일상을 이어오다가 누군가를 문득 어느 날 만나면 당장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막막함이 나를 멈추게 한다. 그 당시엔 아무 표정 없이 담담하였지만 지나고 생각하니 오랜 시간의 끈으로 아슬아슬하게 연결된 한 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것처럼 어두운 방에 누워있으면 영사기를 통해 천정에 상영되는 영화처럼 한 장면씩 떠오른다. 밝게 웃고 있는 내 이면의 아픈 시간의 흔적을 아는 사람이 담담하게 나를 보며 무슨 말인가를 끊임없이 한다. 나는 연신 고개만 끄덕이고 만남의 시간 동안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꼭 해야 할 말조차 아끼고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가만히 듣고 있었다. 한가한 주말에 잠시 나들이 가듯 다녀온 나와는 달리 바쁘고 쫓기는 시간을 빼서 내어준 것에 대한 감각이 무뎌서 아무.. 2020. 11. 7.
PMS 어제 버스에 오르자마자 딸은 내 옆자리에 앉아서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집에 가서 마저 이야기하자고 몇 번을 물린 다음에야 말을 끊었다. 감정이 그토록 격앙되게 하는 어떤 일을 겪었는지 들어보니 평소엔 그런 일에 너무 의연해서 놀라울 정도였던 딸이 심하게 감정적이다. 내게 끊임없이 그 말을 다 쏟아내야 안정될 것 같았지만 시외버스 안에서 계속 흥분해서 이야기하도록 둘 수는 없었다. 시외버스에서 내린 뒤 그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딸이 이번엔 캐리어를 두고 내려서 다시 캐리어를 찾으러 홈을 떠나버린 버스 찾아 헤매야 했다. 집으로 가는 시내버스 안에서도 계속 뭔가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 감정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딸이 어쩐지 낯설게 느껴졌다. 3주 만에 집에서 만나게 되는 딸을 반갑게 안아.. 2020. 11. 7.
11월 5일 그리 길지 않아도, 그리 깊지 않아도 누군가와 유대관계를 가질 수 있음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사회 정의론 수업이 한창일 때 어진이를 비롯한 여학생 몇 명이 책을 가슴에 안고 나를 찾아왔다. "선생님 아리스토텔레스가 국가의 법을 지키는 것이 일반적인 정의라고 했다고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셨는데 국가의 법이 정의롭지 못하면 그것도 지켜야 하나요? 그것도 정의인가요?" 그 작은 체구에 눈빛을 반짝이며 도대체 이게 뭐냐고 묻는 그들에게 찬찬히 이야기해주고 이전 학기에 배웠을 시민 불복종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런 의문을 품고 부정의 한 것을 발견하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생각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그 수업은 충분했다고 질문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어휴~~ 예쁜 것들~~~" 그 예쁜 애들을 만나는 시간은 신난다.. 2020. 11. 5.
졌다...... 아주 사소한 것에 걸려서 감정이 촉발됐다. 비아냥거리는 듯한 태도가 내게는 거슬려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다른 때였다면 무시하고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어제는 정말 극도로 감정적이어서 그 문제에 대해 직설적으로 이야기했다. 둘이서 따져서 하나씩 풀어서 대화한 뒤에 뒤끝 없이 감정의 오류 외엔 남는 것 없이 해결되어서 그나마 1차전은 해결되었고, 그다음에 바로 이어진 수업에서 평소에 생각했던 바와 그전 시간에 사소한 충돌로 촉발된 주제로 이야기하게 됐다. 얍삽한 비열함. 수긍하고 공감할만한 이야기였어도 되도록 말하지 않고 지나치려던 내 태도가 어제 그토록 적극적이었던 것은 역시 호르몬의 역습 때문이었다. 어제는 왜 그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감정대로 다 말해버렸을까. 알아차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 2020. 11. 5.
11월 3일 잠시 외출했다가 돌아오신 남 선생님께서 퇴근하는 내 옷자락을 붙드신다. 돌아보니 가방에 반찬통 챙겨 오신 걸 슬쩍 밀어주신다. 얼마 전에도 종류대로 반찬을 담아서 갖다주셔서 안 먹을 저녁을 먹기도 했는데 오늘도 반찬 몇 가지를 담아서 가져오셨다. 올가을 들어서 여러 분의 호의를 받아서 어찌 다 소화할지 걱정이다. 자신밖에 모르고 자신밖에 챙길 줄 모르는 사람이 된 나에게 본보기를 보여주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신을 챙길 줄 몰라서 그렇게 망가뜨렸다가 사람처럼 살려니 쉽지 않다. 감사한 마음과 온기를 품고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한 사람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 어떤 선의의 말과 행동이거나 순간 넘친다고 생각하면 입을 다물고 삼키고 멈춰야 한다는 사실을 경험치로 충분히.. 2020. 11. 3.
강바람이 차다 그 기사를 읽고 한참 어두워진 길에서 목놓아 울었다. 영영 찾고 싶지 않은 침몰 지점에 정확히 길을 냈다.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빨리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구급차를 불러야 할 것 같아서 터진 통곡 같은 울음을 억지로 멈췄다. 말할 수도 울 수도 없는 이것이 무엇인지..... 찬바람에 몸이 더 상할까 봐 엉금엉금 기다시피 하여 얼마 되지 않는 그 길을 겨우 더듬어 돌아왔다. 껍데기를 하나씩 다 벗겨내지 않으면 결코 드러나지 않는, 내 속엔 억만 겁이 녹아 형체를 잃은 그림자가 아직 남았다. 토해낼 수도 삼켜지지도 않는 이것이 무엇인지..... 2020. 11. 2.
11월....... 이곳에서 가을은 더 짧게 끝나버릴 모양이다. 올해는 어찌 그냥 넘어간다 했더니 일찍 증상이 시작됐다. 몸 사리고 말을 아끼고 잘 챙겨 먹고 최대한 자신을 옥죄지 말고 잘 버텨야겠다. 남들처럼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는 나대로 지금 상황에 맞춰서 살면 된다. 죄책감 느끼지 말고 그냥 버티자. 그래야 산다. '마의 11월' 기록한 자료를 뒤져보고 제일 나은 방법을 찾아야겠다. 기침을 숨길 수 없을 정도가 되니 대놓고 말하는 수밖에 없다. 당분간 커피를 끊어야겠다. 나도 예전엔 이랬는데..... 딸이 수건을 색깔대로 접어서 넣어놨다. 이번 주엔 매일 택배를 받게 될 것 같다. 한 번에 쇼핑했는데 물건이 오는 날짜는 제각각이다. 점심때 더러 걸으러 밖에 나가도 소심해서 나는 혼자서는 학교 밖에 나가지 .. 2020. 11. 2.
마무리 어제 바닷가에 달 보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동네 마트에 들렀더니 싱싱한 부추 한 단에 100원이라서 들고 왔다. 일주일 이상 시간이 지나면 채소 상태가 좋지 않아서 되도록 장을 보지 않을 참인데 냉장고에 남아있는 달걀을 처리하는 데 부추를 쓰기로 했다. 한 단 전부를 다 쓰지는 못하고 최대한 많은 부추를 썰어 넣고 달걀 8개를 다 깨서 달걀말이를 만들었다. 냉장고에 있던 유일한 채소 당근도 좀 넣고 함께 말았더니 생각보다 훨씬 맛이 괜찮다. 썰다가 몇 개를 집어먹었는지 한 입 먹으면 계속 먹게 된다. 집을 비운 동안 냉장고에선 무엇이 녹았는지 폭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더러운 것이 녹아내려서 냉장고를 해체해서 씻었다. 나도 혼자 이 집에 덩그라니 남는 게 싫은데 딸도 제 방이 따로 있으니 여기 .. 2020. 11. 1.
10월 31일 집에서부터 천천히 걸어왔더니 바닷가에 뜬 달이 건물 사이로 빼곡 고개를 내민다. 조금 더 서둘러 걸었어야 했다. 통영 국제 음악당 블랙박스 공연장 위에 달이 걸렸다. 더 하늘 높이 달이 오르기 전에 바다에 비친 광경을 보고 싶어서 여기서부터 뛰어갔다. 금빛 달, 금빛 물결, 그대가 그리워서 숨 가쁘게 뛰었다. 걷다 보니 달빛이 창백해지고, 기분도 푸르뎅뎅해지고, 찬바람에 목덜미가 딱딱하게 굳어졌다. 스카프를 가져왔는데 꺼내지 않고 바람을 맞고 있었다. 달빛에 홀려서 바람이 차가운지도 몰랐다. 이대로 걷다가 어디서 폭 고꾸라질 것 같은데 마침 딸내미가 동기랑 과제 끝내고 콩나물 국밥집 간다고 톡을 보냈다. 아득하게 정신이 나갔다가 겨우 제자리로 돌아왔다. 혼잣말하다가 들켰는데 내 뒤에서 걷던 아주머니 한 .. 2020.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