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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177

나 혼자서도 잘 먹을 거야 몇 주째 딸내미 없이 집에서 잘 보낸다. 나도 혼자 있어도 장 봐서 해 먹을 건 해 먹고 살아야지. 2020. 12. 3.
신의 한 수? 지난 금요일에 집에 돌아온 이후 문밖에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혼자 집안에서만 지냈다. 어제까지 재택근무가 끝났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거리 두기 지침 때문에 수능 감독관도 많이 필요해서 중학교 교사까지 수능 감독관으로 들였다는데 나는 계약 기간이 일주일 모자라서 수능 감독관으로 차출되지 않았다. 코로나 19로 학기 초부터 온라인 수업을 했고 학사 일정에 문제가 있어서 9월에 개학을 일주일 늦게 하는 바람에 내 계약 기간도 일주일 늦춰졌다. 그 일주일 때문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도 없다고 툴툴거렸다. 수능 감독관으로 서기엔 그 긴장감과 고통스러운 시간이 부담스러울 정도인 내게는 오히려 모자란 일주일이 신의 한 수였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많은 일이 그렇듯이 늘 일장일단이 있다. 내년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 2020. 12. 3.
카페 게시판 읽다가..... 공복에 커피를 즐겨 마시는데 장기적으로 내 장기에 위협이 될 것 같아서 오늘부터 빈속에 커피 마시는 것은 피하기로 했다. 아침에 꼭 커피를 마시는데 아침밥은 딸내미 재수하면서부터 끊었다. 늘 아침밥 해서 차려줬는데 재수생이 된 뒤엔 늦게 잠들고 늦게 깨서 아침을 먹지 않겠다고 해서 딸의 바람대로 아침을 차리지 않고 나도 같이 아침을 먹지 않게 됐다. 커피 마시려고 뭔가 먹으려니 아침부터 밥 먹기는 싫고 어제 사놓은 빵도 밤에 잠들기 전에 먹고 잠들었는데 또 먹기 싫어서 오랜만에 달걀 프라이를 했다. 간단한데 기숙사에 살면 결코 먹을 수 없는 메뉴에 해당한다. 가넷찡 님의 무쇠 팬에 구운 달걀 프라이 두 개와 빵 사진에 꽂혀서 달걀을 깨면서 프라이팬 그득하게 꼬마 달걀 3개를 깼다. 주말 지나고 또 가면 .. 2020. 12. 3.
별에서 온 그대 넷플릭스에 돈 낸 거 아까워서 다시 보기 하는 드라마에서 도민준과 천송이의 대화는 아직도 공감 가는 게 더러 있다. "너네 별에선 그러니?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한테 막 키스하고 그래? 우리 별에선 이건 아니거든. 우리 별 남자들은 지가 좋아하는 여자한테만 그러거든. 이건 아니지. 도민준 씨, 안 그래?" 필요충분조건(해 떨어지고, 깜깜하고, 지붕 있고, 벽도 있고, 이불도 있으면)만 갖춰지면 남자는 다 그렇다는 천송이 동생의 말에 등장하는 남자와 천송이의 말에 등장하는 남자는 자웅동체처럼 한 몸에 기생 혹은 공생하는 두 존재의 표현이 아닐까. 2020. 12. 2.
12월 1일 집에서 일주일 이상 지내게 되어서 새 커피를 주문했다. 망설임 없이 한 잔씩 뽑아서 마시기 좋은 익숙한 네스프레소 버츄오 머신용 캡슐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된, 눈에 띄는 커피부터 한 잔, 나머지는 평소에 즐겨마시는 종류의 캡슐 간혹 이렇게 커피를 내릴 때마다 딸이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난다고 해서 웃었는데, 오늘 새 캡슐로 커피를 뽑으니 그런 냄새가 난다. 고소한 커피 향이 좋다. 혼자 지내면서 맛있는 커피도 없었다면...... 얼마나 맹맹했을까. 내일 오후까지는 커피만 한 잔씩 마시고 잘 버텨야지. 오늘로 닷새째 혼자 집콕. 이렇게 혼자 오래 지내보기는 처음인 듯..... 그나마 오늘은 고장 난 도어벨을 새로 사서 택배가 하나 왔고, 딸내미 새 코트 산 것도 내가 받았고, 커피 캡슐 택배까지 문 앞.. 2020. 12. 1.
닥터 스트레인지 1 "나는 정말 그런 존재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야."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틸다 스윈튼이 맡은 '에이션트 원' 같은 존재가 히말라야 어딘가에 정말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남 샘께서 그분 특유의 알렉 볼드윈 같은 표정을 지으시며 나를 보며 그런 말씀을 하신다. 며칠 전에 운동장 돌면서 종교와 정치적 성향이 다를까 봐 조심스럽게 하던 이야기를 잘 받은 뒤여서 마음 편하게 말씀하시는 모양이다. 엊그제 연구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내가 20대 후반에 대구 팔공산 은해사에서 받은 코끼리 꼬리털로 만든 반지 이야기를 했더니 '히말라야 수도승'이 끈이 되어 이야기가 그렇게 이어졌다. 현재 그분께서 사는 산동네 위쪽에 수련하는 어떤 부류가 집을 짓고 들어왔다며 히말라야 같은 곳에는 더한 이도 있을 것이란다. 그래서 .. 2020. 12. 1.
돌돌이 세상이 변하면 따라 변해야 할 것도 있고, 변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그것을 구분하여 취사선택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나이는 견고한 갑옷인가? 귀가 연한 아이들을 일찍부터 불러놓고 세뇌하는 곳이 허다하다. 아침에 복도 끝에 있는 정수기를 향해 2ℓ짜리 물병 세 개를 들고 간다. 세 사람이 함께 쓰는 연구실에서 하루 최대치 소비할 물의 양을 계산해서 부족하지 않게 채워놓는 것이 내 역할이다. 물론 누가 정해준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가장 발 빠르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자처해서 하게 되었다. 아침 우물가에서 그 아이의 방언 같은 중얼거림을 듣는다. 한때는 관심 있는 말 한마디로 접근하고, 그다음은 자신의 관심사를 종 칠 때까지 늘어놓았다. 그리곤 혼자 걸으면서도 그 시리즈로 설교를 한다. 자신만.. 2020. 12. 1.
두려움 나의 두려움은 생각지도 못한 통증이나 병증에 시달리며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그런 경우를 당하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건강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간혹 당혹스러운 경우는 오늘처럼 뜬금없이 아주 오래전에 교통사고 났을 때 다쳐서 솟아올랐던 왼쪽 정수리 부위에 통증이 느껴질 때다. 이 부분 두피에 아무 자극 없이도 무서운 통증이 찾아온다. 원인도 모르겠고,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쉬어야지.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그래도 어느 날 갑자기 닥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해 대비할 것이 있다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겠고, 지금도 돌아서면 거의 기억나지 않는 많은 잡다한 일을, 그저 잡다한 기억이라도 흘러나올 때 저장해두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인격의 누군가로 살게 될지도 모른다. 나.. 2020. 11. 30.
11월 30일 두 번의 당황스러운 일과를 겨우 시간 안에 처리하고 나니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한 가지 해결했으니 괜찮을 줄 알았는데 하루 9시간 재택근무 일과가 끝나기 전에 한 가지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있었다. 컴퓨터가 두 대가 아니었으면 해결 못 했을는지도 모른다. 노트북을 안고 재택근무지를 제주도 호텔이나 어딘가로 옮겼더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지인이 제주도에 일하러 갔다고 해서 한 며칠 빌붙어서 놀다가 올 생각까지 했다가 접었다. 나는 금세 기분에 휩쓸려서 순간 계획을 세우고 후다닥 떠나는 여행도 잘한다. 오늘 그럴 뻔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재택근무를 하게 된 이유가 코로나 19 때문이니 적어도 근무지 이탈은 하지 말아야지. 연가를 낸 것도 아닌데 양심은 있어야지. 금요일 오후부터 방구석에 틀어박.. 2020. 11. 30.
나의 위기 대응 시스템 재택근무 첫날 아침에 원격업무 프로그램을 열어 열심히 로그인한다. 몇 번의 에러 메시지와 함께 5분 뒤에 접속하라는 지시를 반복해서 받고 다시 접속해도 정보가 일치하지 않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만 한다. 분명 지난 주말에 퇴근 전에 원격 로그인 패스워드를 재설정하고 왔는데 이건 웬 말인가? 수없이 반복해도 안 될 때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얼른 뛰어가서 세수부터 한다. 그리고 얼굴에 한 가지씩 발라야 할 것을 바르면서 빨리 생각한다. 10시 전이니까 점심시간 전까지 그 동네에 도착하고 일 보고 돌아오는 방법 - A 선생님께 부탁해서 함께 간다. B 선생님 차를 타고 함께 간다. 시외버스를 환승하고 간다. 세 가지 방법을 시뮬레이션해 본다. 절레절레 인근 학교에 가서 내 인증서를 써서 그냥 업무 메일을 보낸.. 2020. 11. 30.
11월 29일 간혹 딸은 며칠씩 연락이 없다. 잘 지내고 있다는 증거다. 자기 생활에 적응하고, 교우 관계에 적응해서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고 서운하지도 않다. 난 왜 이렇게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지 나의 냉정함에 나도 놀란다. 엄마가 필요할 나이가 아닌데 엄마를 찾는 게 더 이상한 거다. 잘 먹고, 잘 자고, 사람도 잘 만나고 잘 사는데 무슨 걱정. 나도 잘 살아야지. 사흘째 와인을 마셨더니 오늘은 머리가 좀 아프다. 아무래도 두 번째 딴 와인이 좀 탁한 모양이다. 품종이나 성분에 따라 몸에서 느끼는 게 다른 것인지 사흘 내리 마셔서 그런 것인지 다음에 종류를 바꿔서 마셔봐야겠다. 그래도 와인 덕분에 주말을 수월하게 보냈다. 2020. 11. 29.
사흘째 혼자..... 간혹 말괄량이처럼 날뛰는 감정에 휘둘리며 살기도 하지만 감정이란 것은 원래 그런 것이니까 완전히 길들여서 얌전하게 주저앉힐 수는 없는 것이다. 억지로 고삐를 매고 불편해지도록 옭아매는 선은 넘지 않도록 조율할 수만 있으면 적당히 풀고 적당히 조이면 삶을 유연하고 재밌게 만들 수 있는 양념 같은 것 보름달이 떴다. 달 보고 우짖는 짐승처럼 전신을 옥죄던 이성의 갑옷 벗고 맨몸으로 달 앞에 앉았다. 와인 잔에 떠오른 환영 같은 그대를 그리워하며....... 반찬을 만들었는데 안주로 보이기 시작, 그래서 또 한 잔 마셨다. 사흘 재택 근무. 그래서 오늘 기숙사 안 가고 집에서...... 또 혼자 밥 먹기 싫어서. 2020. 11. 29.
이끌림 최근에 몰아보기 하는 드라마 '사생활'의 남자 주인공 고경표는 젊고 잘생겼다. 키도 크고 몸매도 훌륭하다. 연기도 잘한다. 그런데 내 눈에는 정말 매력 없다. 주인공이 멋있으면 몰입도 잘 되고 은근 러브 라인에 감정도 이입되는데 전혀 끌림이 없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접하는 꽤 근사한 배역의 캐릭터가 아니어도 실생활 속에서도 그처럼 번듯한 외모에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 이성에 대해서도 그렇게 느낀다. 매력 없다. 그 매력이란 것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발현되는 것일까?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얼굴부터 본 상대라면 어떤 매력이 있는지 발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를 상대에 대해서도 다른 각도에서 먼저 접하게 되면 눈을 감고도 발견할 수 있는 매력 포인트를 알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눈 뜨고 앞에 멋진 이성이 있어도 끌.. 2020. 11. 29.
아직 살아있는 이유, 살아갈 이유 밥벌이 할 수 있는 일만 있다면 계속 이렇게 살 수 있을까? 혼자 밥 먹고,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서 어디서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이들과 잡담을 댓글로 나누면서 잠시 쓸쓸함을 삼키는 것으로 연명하는 이런 주말. 이런 생활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같은 기대가 있기에 견디는 것이지 평생 이렇게 살아야만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자식에게 신경 쓰고 거기에 매달려서 내 인생을 묻어가는 시기는 이미 기한 만료. 이 너머의 삶은 거의 50년은 족히 버텨야 할 텐데 익숙해지면 혼자인 삶에도 정착하고 안주하게 될까. 혼자라고 해도 그간은 자식을 끼고돌았으니 견딜만 했다. 새 출발 지점으로 집을 떠나서 사는 삶에 첫발을 디뎠고, 이 삶 또한 길게 계획된 것은 아니어서 견디는 거다. 온전히 남을 위해 나를.. 2020. 11. 29.
11월 28일 블로그용, 카페 게시판용 두 가지 글을 썼다. 그간 미성년자인 딸이 보기엔 어른들의 농담이나 어른들의 시시한 고민이나 농담을 그대로 옮겨놓기엔 멋쩍어서 가볍고 유치한 이야기는 거의 카페 게시판에 썼다. 최근에 그것이 섞여서 블로그에 그대로 써도 될지 조금 신경 쓰인다. 카페 게시판은 글 쓰는 즉시 댓글이 달린다. 대화가 필요해서 댓글이라도 주고받아야 말이라도 한 마디 하는 사람처럼 사는 것 같아서, 사람이 그리워서, 사람과 어울리는 대화법을 잊게 될까 봐 걱정할 정도로 사람과 섞이지 않는 생활을 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시판에 남이 쓴 잡다한 글을 읽거나 댓글 쓰고, 나도 비슷하게 뭔가 써서 댓글주고받기를 하기도 한다. 두 가지 다 내가 쓰는 것이지만 글을 쓰는 자세와 내용이나 무게가 다르다. .. 2020. 11. 28.
아재 세상을 보는 눈이 이렇게나 다른데, 도대체 무슨 수로 댁이랑 평화로운 대화를 하며 마음이 한데 모이는 기적 같은 시간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얼마나 숨 막히고 답답한 생각이 기름기로 꽉 막힌 혈관처럼 겨우 움직이는지 모르고 그렇게 살아도 한 세상이니 뭐라 할 바 아니지만, 나는 싫거든요. 댁처럼 나이를 무기로 대놓고 눈 내리깔고 세상을 보는 눈이나 해석하는 머리가 딱 거기밖에 안 되는 사람은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고요. 제발 말 좀 걸지 마세요. 그렇게 눈치가 없어요? 엄청 짜증 나거든요. 내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껍데기만 보고 반응하는 아재, 개 풀 뜯는 소리 하지 마시오. 2020. 11. 28.
나 홀로 이틀째 청양고추를 사지 않아서 불고추를 좀 넉넉하게 넣었는데 맵진 않을까...... 이마트 쓱배송으로 오전에 장 본 것이 오후에 도착했다. 역시 쓱 배송 정도는 돼야 촌이라도 살 수 있다는 딸의 말이 생각난다. 산청은 배달의 민족도 쓱배송도 딴 나라 이야기다. 그나마 여긴 밖에 나가지 않아도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다. 혼자 먹을 건데 좀 많은가? 아무리 맛있는 것이어도, 아무리 좋은 것이어도 혼자일 땐 그 가치가 반감된다. 이른 저녁 겸...... 이 사진으로 딸내미 꼬셔서 다음에 꼭 같이 먹자고 해야지. 시금치 치아바타까지 곁들여서 금세 한 잔 순삭~ 하쿠나마타타에서 산 시금치 치아바타 정말 맛있다~~ 마늘이랑 새우 건져먹고 빵을 오일에 찍어 먹다 보니 와인 한 잔은 금세 바닥났다. 이번에 산 와인 마시고 나.. 2020. 11. 28.
혼자 마시는 건 별로네..... 세상의 경계도 흐려지고 마음의 경계도 흐려지고 모든 것이 안경 너머 시야처럼 점점 흐려진다. 그럴수록 저 너머로 밀쳐둔 감정은 점점 진해진다. 음악을 바꿔야 하는데 감정을 흔드는 이 곡조에 머리가 꽉 끼어서 빠져나오질 못해. 보고 싶다...... 2020.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