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섬 <2020~2024>/<2022>240 ...... 이야기 금요일 오후 5시 40분쯤이었을까. 112 신고가 접수된 시각이 6시 13분이었다고 찍혔고, 내가 휴대전화를 찾아서 전화를 걸기까지 걸린 시간이 30여분이나 걸린 것처럼 기억한다. 실제로는 그보다 짧았을 것이다. 신고하고 112에서 신고 전화를 받는 상담원과 계속 통화를 한참 한 다음에 문자를 받았으니까 내 기억이 맞을지도 모른다. 금요일은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가 누적되어서 몸이 가장 피곤한 날이다. 아침에 잠에서 깨는 게 힘들어서 누운 자리에서 오늘이 토요일 아침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고 착각도 할 정도다. 지난 금요일은 유난히 피곤해서 퇴근하면 도망치듯 이 동네를 빠져나가는 버릇이 든 나도 속절없이 피로감에 짓눌려서 집에 와서 씻지도 못하고 누워버렸다. 입고 나갔던 원피스를 벗고 발만 씻.. 2022. 9. 18. 혼자 산다는 것 혼자 지내면 번잡하지 않고, 필요 이상의 일을 할 필요도 없고,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혼자 여행도 시간만 나면 떠날 수 있다. 그 외에도 장점이 있겠지만, 난 태어난 이후에 부모님이 살던 집에서 독립하기 전까지 4남매가 북적이던 집에서 살았다. 스무 살 이후에 대학가에서 살 때도 하숙생이 18명쯤 되는 하숙집에서 같이 밥 먹고 룸메이트와 같이 살아서 온전히 혼자 살아본 것은 딸이 대학가로 떠난 뒤에 처음이다. 2020년 가을에 학교 기숙사에 살아서 문만 열고 나가면 어떻든 아는 사람이 있었고, 아무나 침입하기 어려운 장소여서 이렇게 불안에 떨 일은 없었다. 올해 2월 말에 이곳에 이사하고 하룻밤 딸이 자고 간 뒤에 여태 여기 와서 딸이 함께 잔 것은 이후에 두 번 정도였다. 내내 혼자.. 2022. 9. 18. 주거침입 * 이곳에 이사 와서 새벽 3-4시에 떠드는 옆집 이야기를 간단하게 쓴 적이 있다. 너무 상습적으로 시끄럽게 굴어서 인사도 뭐도 하고 싶지 않아서 여태 피해서 다녔다. * 퇴근하고 녹초가 된 상태로 속옷바람에 누워있는데 누가 문을 세게 두드린다. 찾아올 사람이 없어서 문 근처에 가서 누구냐고 물었더니 다짜고짜 문을 연다. 어떻게 된 것인지 문 손잡이를 잡고 당겨서 나도 있는 힘껏 그 문이 열리지 않게 꼭 잡고 있었다. 거의 어깨가 빠질 지경으로 문 손잡이를 잡고 그 문이 열리지 않게 버텼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한다.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있지 않고, 그 여자가 열어서 손잡이를 밖에서 붙잡고 있는 문 손잡이를 붙들고 있어서 신고를 할 수도 없다. 그렇게 한참을 버티다가 도와달라고.. 2022. 9. 16. 어떤 산책 9월 14일 어제 내게 손을 내밀었던 분이 오늘도 내게 손을 내밀었다. "오늘은 어디 가서 놀 거예요?" 바로 퇴근하고 집에 갈 예정이었지만 얼른 산책할 장소를 알려드렸다. 긴 세월을 한 번에 뛰어넘는 이야기가 오갔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그냥 겉으로만 봐서는 알 수 없다. 다 자기 몫의 삶의 어려움과 고통이 있는 거다. 긴 대화 끝에 그분의 저녁 약속 자리에 끼어서 저녁도 먹고 들어왔다. 사는 게 너무 의미 없다고 말씀하시던 뜻이 뭔지 알았다. 견디는 동안은 힘든 줄 몰랐던 일이 객관적인 자리에서 보면 기절초풍할 것 같은 일이 되기도 한다. 내가 여유 없으니 사람을 만나거나 말을 들어주는 것도 함부로 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누구든 만나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직장에서 알게 된 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2022. 9. 14. 9월 13일 유난히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화요일인데 월요일 일정으로 대체한 일과를 소화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나흘 연휴의 여파는 도드라지게 눈에 띄었고, 그걸 이제 당연한 듯이 바라보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모양이다. 퇴근 후 일정을 잡다가 변수가 생겼다. 둘이 저녁 먹고 산책하기로 했는데 셋이 길을 나서게 됐다. 나에게 내민 손은 잡아줘야겠다고 생각해서 힘껏 끌어당겼다. 그 상태에서 금세 좋아질 리 만무하지만 너무 짙은 어둠을 내가 무슨 수로 거둔단 말인가. 오늘은 나를 찾는 사람이 이상하게 많은 날이었다. 갑자기 날 받아서 인기 폭발~ 그중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냈다. 다시 일어설 의지가 없는 사람을 내 힘으로 일으켜 세울 수는 없다. 의지라도 있어야 부.. 2022. 9. 13. 추석, 순천만 국가정원 2022년 9월 10일 추석 이번엔 동쪽 입구에 주차하고 동문으로 들어갔다. 전날엔 햇볕이 좋았는데 10일엔 날이 흐렸다. 덕분에 한낮에도 슬슬 걷기엔 좋았다. 세계 각국의 정원을 특색있게 꾸며놓은 곳이 동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그곳부터 둘러봤다. 코코스야자는 줄기가 독특하다. 곳곳에 쉼터가 있어서 걷다가 지치면 잠시 누워서 쉴 수도 있어서 좋다. 줄기가 꼬불꼬불 휘었고, 줄기가 아래로 늘어진 능수매화 나무 난 딸과 같은 나이에 찍은 사진이라고는 증명 사진 뿐이다. 사진 찍히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사진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나이 들어서 지난 시간의 흔적이 기억 뿐인 것이 조금 아쉬워서 일부러 사진을 찍어서 남긴다. 이런 곳은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수증기를 내뿜는 정원이 있어서 신기해.. 2022. 9. 12. 남해 가을 풍경 9월 9일 삼천포에서 남해로 들어가는 길에 삼천포대교를 건넌 뒤에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왼쪽 방향 길이 아니라 오른쪽 방향으로 창선도를 돌았다. 바다를 향해 길을 내고 누운 논밭이 내가 기억하는 남해의 인상적인 가을 풍경이다. 내 기억 속의 그림과 연결된 풍경을 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늦잠 자고 빈 속에 나와서 배고픈 딸이 차에서 내려서 사진을 찍었다는 것은 그만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는 거다. 이틀 동안 남해와 순천으로 달리면서 벼가 익어가는 논을 볼 때마다 몹시 좋아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밥이 되는 벼가 익어가는 풍경이어서 더 좋다나 뭐라나. 2022. 9. 11. 온라인 친구 작년, 재작년 서울 모임에 가서 만났던 사람 중에 그 모임에서 반복해서 만난 두 사람이 최근에 잘 있느냐고 안부를 물었다. 내 삶의 흔적을 간혹 남기던 카페 게시판에 한동안 점 하나 찍지 않고 읽기만 했더니 내가 어디 아프지는 않은지, 별일 없는지 정말 궁금해하는 사람은 그 두 사람뿐이었던 모양이다. 안부가 궁금해도 연락을 따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두 사람뿐이었거나. 내가 마음에 두고 안부를 챙기는 사람도 그 두 사람이기도 한데 안부 인사를 먼저 받고 인사를 살갑게 하지 않고 대충 답만 보내서 조금 미안하기도 했다. 그 시점에는 살짝 우울증 상태여서 감정에 이유 없는 심통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때여서 누구와 어떤 말도 하기 싫었다. 연휴 지날 무렵에 그런 이야기까지 전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내가 그.. 2022. 9. 11. 센스 등 해 뜰 무렵, 가만히 누워 있는데도 현관에 센스 등이 자꾸만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한다. 아무리 센스 등이 센스가 없다고 해도 어찌 추석 이른 아침부터 저 난리를 쳐서 겨우 든 잠을 깨우고 또 깨우는 걸까? 소리도 나지 않는데 이상하다. 고장? 아니면 뭔가 이상한 존재라도? 잠이 덜 깬 상태로 엉뚱한 상상을 하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누군가 막다른 곳에 있는 이곳 복도에 소리 없이 서성이는 탓에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 근처 반경 어느 정도에 있으면 안이나 바깥쪽이나 움직임이 있으면 켜지는 원리니까 누군지 모르지만 그 새벽에 문 앞에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는 누군가 있는 거다. 이런 원룸촌에 명절맞이 빈집털이라도..... 까지 생각하니 털어갈 것도 없을 이런 곳에 애써서 도둑질하러 들어올 사람이.. 2022. 9. 11. 딸이 자는 동안 평소와 같은 시각에 깨어서 다시 잠들지 못하는 바람에 넷플릭스로 '나는 솔로'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만남을 시작하고 연애를 시작하는지 궁금하다. 그 프로그램이라는 밥상이 차려져 있지만 처음 보는 사람과 미래를 담보한 만남을 시작하고 이어가는 것은 누구나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남과 같을 수 없으니 경우의 수를 계산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정리된 것은 있다. 여태 그리 많지 않은 경험을 토대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간접체험을 더해서 정리해본 내 성향은 이성을 선택할 때 확고한 것 한 가지 1. 나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 2. 나도 그에게 관심이 있을 것 이런 경우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내가 관심을 두고 알아보려고 노력한 대상과는 결코 이.. 2022. 9. 9. 9월 9일 50년 넘게 해마다 명절엔 집에 콕 틀어박혀서 지냈다. 많은 사람이 움직이니까 길 막힌다는 이유에 차가 없으니 나서봐야 대중교통으로는 마땅히 갈 곳도 없었다. 딸과 둘이 산 20여 년 동안에 다닌 여행도 친구들 도움 없이는 어디도 자유롭게 다닐 수 없었다. 내가 차를 사면 딸이랑 둘이서만 다닐까 봐 위험하니까 차 사지 말라고 그렇게 오랫동안 친구들에게 일종의 가스 라이팅 당한 거였는지도 모른다. 가고 싶은 곳 있으면 태워줄 테니 운전하지 말라고 말해서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인 줄 알았다. 물론 의도는 그랬을 테다. 꽤 오랫동안 기침도 많이 하고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을 만큼 내 상태가 좋지는 않았으니까. 나이가 한참 더 들었지만, 오히려 그때보다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다. 이런 기간도 내 인생에 그리.. 2022. 9. 9. 연휴 전날 9월 8일 벌써 석산 필 계절이구나..... 퇴근하고 곧장 달려가서 딸을 태우고 해지기 전에 다솔사에 다녀올 계획이었다. 그런데 연휴 시작 전날이어서 이른 퇴근 시간에도 시외로 빠지는 길은 혼잡했다. 나를 만나자마자 배고프다는 말부터 하는 딸을 데리고 다솔사 입구까지 갔다가 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미리 갈 식당을 물색해두지 않았더라면 난감할 뻔했다. 며칠 전에 혼자 가서 콩나물국밥을 먹었던 사천 할매콩나물국밥집에서 이번엔 비빔밥과 달걀말이를 주문했다. 혼자서는 도무지 다 먹을 수 없는 달걀말이가 상당히 푸짐해서 기분 좋았다. 비빔밥은 최근에 올라서 7,000원. 달걀말이는 6,000원. 미리 사서 맛본 식혜도 큰 것 한 병, 작은 것 한 병 샀다. 집에서 식혜를 만드려니 적당한 크기의 밥통이 없다. 가스.. 2022. 9. 9. 첫 손님 9월 7일 점심시간에 화사한 햇볕 아래 서 있을 수 있어서 잠시 행복했다. 피어난 꽃이며 식물의 생기가 햇볕 아래에서 더 강하게 느껴지는 순간, 푸근하고 편안한 느낌에 한껏 기분이 달아오른다. 말없이 움직임도 없이 비바람에 흔들리고 잎을 떨구고 가지 꺾이며 얼마나 많은 세월을 이렇게 서 있었을까. 쉴 새 없이 종알거리는 나보다 대단한 생명체인 것 같다. 저녁에 동료가 처음으로 내가 사는 원룸에 놀러 왔다. 며칠 전부터 받아놓은 날인데 혹시 안 오면 청소 안 하고 버티려고 꾀를 부렸다. 화요일에 재택근무하게 되어서 월요일부터 사흘 내리 우리 집에 오겠다고 하던 것이 수요일 저녁에야 만나게 됐다. 나보다 열세 살 젊은 동료인데 둘이 가끔 저녁도 함께 먹고, 산책도 가끔 함께 한다. 어린 아들이 있어서 주중에.. 2022. 9. 9. 9월 6일 태풍은 새벽에 소리도 없이 지나갔다. 거친 바람 소리에 늘 잠을 설쳤던 다른 태풍과 다르게 의외로 조용하게 지나가서 태풍이 지나는 줄도 몰랐다. 이 바닷가는 남쪽 바닷가가 아닌 모양이다. 그래서 아침에 출근해서 온라인 수업을 했다. 근래에 보기 드물게 오늘 날씨는 좋았다. 이런 날 입을 좀 다물고 있었으면 괜찮았을까. 어제 밤늦게까지 통화하고 잠을 제때 못 자서 피곤한데 오늘 그 연구실에 출근하셨던 다른 한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 좀 했더니 목이 영 깔깔하다. 지난주에 억지로 떠맡은 포도 한 상자, 일종의 갑질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강매(?)한 분의 요구에 거절하기 곤란한 우리 입장은 생각지 않는 이 절묘한 분위기에 관해 결국 말하고 말았다. 포도를 씻어서 그릇째 들고 가서 열심히 먹어도 이상하게 불편한 .. 2022. 9. 6. ..... 끝내 후회할 일 한 가지 이미 길은 나뉘었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갈 수 없는 세월 생각만 해도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고통이 느껴진다. 이 괴로움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아니, 언제까지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 있을까 신과 같은 존재나 공정한 심판관이 있다면 묻고 싶다. 내가 어찌해야 좋을지 20년 남짓 참 독하게 참고 살았다. 모질고 독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견디며 살았다. 명절이 다가오는 모양이다. 덮은 상처가 또 아프다. 오늘은 문득 어떤 글을 읽고 생각이 툭 튀어나왔다. 그대로 숨이 끊어질 것 같은 통증이 느껴져서 호흡을 천천히 길게 해야만 했다. 어딘가에 하소연하며 울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 봐야 아무 소용없으니까...... 아무도 답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은 신.. 2022. 9. 6. 뻥이요~ 남쪽 바닷가 마을이어서 태풍 오는 게 신경 쓰였는데 창문 닫아놓으니 비 오는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여서 태풍이 오기는 왔는지 알 수도 없었다. 비도 안 오고 바람도 불지 않는데 이 정도에 역대급 태풍이라는 뉴스를 종일 해도 될 정도였는지...... 이번엔 갑자기 너무 심하게 역대급이라는 태풍 뉴스를 적정선을 넘어선다 싶을 정도로 한다. 재난에 대비하는 것도 좋고 예보를 잘해주는 것도 좋은데 뭔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이번엔 심한 것 같다. 역대급까지는 아닌 것 같다. 태풍 매미나 차바와 같이 강한 태풍이 왔을 때 지난 영상을 무한 반복하는 방송. 다른 뉴스를 다 덮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다른 태풍이 올 때와는 다른 이런 방송과 선제 조치가 이번엔 이상할 정도로 넘친다. 오늘 온라인 수업 하지 않아도.. 2022. 9. 6. 주고 싶다 이 낯선 곳에서 나와 밥친구가 되어서 함께 수다 떨어준 동료에겐 올겨울에 따뜻한 풀장을 쓸 수 있는 **리조트 숙박권을 예약해서 가족여행 다녀가시라고 주고 싶고, 평소에 하지 않던 공부하겠다고 진지하게 내 눈과 말소리를 따라오며 눈을 반짝이는 소녀 소년들에겐 바닷가 극장을 한 타임 빌려서 함께 영화를 보고 싶고, 내 딸 아장아장 걸음마할 때부터 우리 가족의 안위를 챙겨준 세 딸 엄마인 동네 친구에겐 그간 마음고생 많이 하게 하고 늦게 대학 졸업하는 딸 졸업식에 함께 해서 동영상을 찍어주고 싶다. 그리고 함께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축하해주고 싶다. 생각나는 사람 몇몇에게 뭔가 해주고 싶은데 어떤 것을 해줘야 좋을지 몰라서 아직 고민 중이다. 올겨울에 이 동네를 떠날 즈음 나는 뭔가 달라져 있을 것이고.. 2022. 9. 5. 이제 괜찮아 2022년 9월 5일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서 날씨가 더 험악해지기 전에 학생들이 안전귀가하도록 오후에 2시간 단축해서 일과가 끝났다. 내일은 자연재해를 이유로 온라인 수업이 이뤄진다. 일과가 그렇게 잡혀서 오늘부터 내가 사는 원룸에서 사흘 같이 지내자고 하던 동료는 재택근무를 신청하고 본가로 퇴근했다. 청소를 번듯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서 집에 와서 입고 나갔던 옷을 자유분방하게 벗어서 툭 던져놨다. 이게 뭐라고 이런 정도에서도 해방감을 느낀다. 그만큼 나는 매사에 자신을 옥죄며 살았던 시기가 길었다. 이제 이 편안함 혹은 내 멋대로에 길들여져서 반듯반듯하게 항상 정리하는 삶으로 돌아가긴 어렵겠다. 굳이 거기에 시간과 노력을 많이 기울일 필요가 있을까. 누군 쓸고 닦고 정리하는데 자기 시간의 .. 2022. 9. 5. 이전 1 2 3 4 5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