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277 지나가자..... 오늘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정도였다. 아...... 이러다 제명에 못 살고 빨리 죽겠다. 이대로 더는 못 버틴다. 며칠 전에 딸이 사는 기숙사 같은 동 건물 15층에서 학생 한 명이 투신했다. 지난 금요일 같은 업종에 일하는 분이 나보다 한참 나이도 젊디 젊은데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 생활권역이 가까운 곳에서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에게 일어난 이런 슬픈 일은 나도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그 일을 알려준 딸의 전화를 받고, 우리는 속 깊은 이야기를 한 번 더 하게 됐다.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혼자 짜부라지지 않고 아프다, 힘들다, 도와달라고 말하고 잘 넘어가겠다고. 지금은 그냥 견디기만 하기엔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뭐든지 누구든지 붙들고 살아야겠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두.. 2023. 4. 24. 해방 혹은 고립 * 한때 내 삶의 목표는 완벽한 해방이었다. 얽힌 것을 다 풀고 녹여내고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 윤회하지 않는 경지에 가닿고 싶었다. 10대에 시작하여 20대까지 고난 투성이었던 삶의 굴레에서 정신적으로 한발 물러난 자리에 서기까지 내 청춘은 그 해답을 찾기 전에는 해결할 수 없는 숙제를 지고 살았다. 30대에 완전히 새로운 삶에 진입한 뒤에 퇴행의 길을 걷고 있다. 대체로 남은 어렵게 여기는 일은 쉽게 지나왔고, 남이 쉽게 하는 일은 참 어렵게 겪어낸다. * 며칠 아픈 바람에 일과 직장에서 분리되어 오랜만에 잠시 해방감을 느꼈다. 휴대전화 어디에도 1이라는 숫자도 찍히지 않는 완전한 해방 혹은 고립. 관계는 누군가 나를 찾을 때만 이어진다. 딱히 누굴 찾는 일은 몹시 드물기에 일 할 때 외엔 거의 사.. 2023. 4. 16. 퇴원 직장에서 수시로 오는 연락을 받고 내 능력 밖의 빠른 회복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압박감을 느꼈다. 하루 더 병원에서 쉬는 것도 죄책감을 느껴야 할 만큼 이 일이 위중한 일인가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하지만 대체할 수 없는 상황이니 그 일을 하는 것은 내 책임이다. 병가를 더 쓰면 되지만, 그렇게 하기엔 필요 이상으로 양심적(?)이고 불편한 것을 못 견뎌하는 편이다. 양심적이라는 표현은 내가 극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방향으로 해석하면 양심적인 게 아니라 모자라는 인간 유형이라고 보는 게 얼추 비슷하다. 약효가 떨어지니 처음 입원하러 가야겠다고 느낀 그 시점과 다를 바 없다. 머리는 깨질 것 같고 눈은 잘 떠지지도 않는다. 엄청난 숙취가 몰려와서 그대로 고꾸라질 것 같은 상황과 .. 2023. 4. 15. 입원 2일차 어제 너무 시끄럽다고 나는 불만을 토로하고, 티비 없이는 못 산다는 분들과 함께 쓰던 공간에서 분리되었다. 꼭 병원나라에 여행와서 처음으로 도미토리에 자는 기분이랄까. 내 통증은 가라앉으면 멀쩡하니까 멍하니 약에 취한 상태로 누워서 그런 공상을 했다. 이번에 옮긴 병실 옆 침대에 계시는 분도 티비 없이는 못사는 분. 반나절만에 친해져서 링거 꽂고 병원 진료 끝난 시간에 1층을 도는 산책에 초대받았다. 약 먹어서 곧 정신을 잃을 것 같다. 링거 바꿀 즈음이어서 아래층엔 함께 가지 못했다. 약이 센지 금세 정신이 혼미해진다. 2023. 4. 13. ^^ 불과 얼마전 3.27. 내 수업 듣는 3학년들이 내준 '센터' 행복한 한때였다. 이 사진 보면서 어여쁜 너희들 생각해서 기운 내서 돌아가고 싶다. 오늘 이 순간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하기로 했다. 그순간 함께 행복하자고 벚꽃이 만발한 날 수업 시간에 잠시 즐긴 봄꽃 2023. 4. 12. 입원 1일 면회 불가능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MRI 찍어보기로 했다. 지금은 진통제 등 다양한 약을 쓰고 안정되기만 기다린다. 면회 안 되니까 조용할 줄 알았는데 병실에 티비 보는 분이 있어서 시끄러워서 짜증난다. 누워서 손가락 쓸 수 있으니 오늘의 파란만장한 장면 중 나름 안정감 있는 마무리. 티비 좀 꺼주면 좋겠다. 제발~~ 2023. 4. 12. 4.10 오늘은 일이 참 이상하게 돌아가는 날이었다. 3교시에 수업 비었으면 *장실로 오라는 전화를 받고 *장실로 갔다. 교권침해와 관련한 사항, 그와 연결된 비화로 금요일 점심시간에 내가 쓰러져서 울다가 또 쓰러진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 하다가 도무지 견딜 수 없는 인격 모독과 폭언을 들었다. 녹음기 켜놨기 망정이지. 119를 불러달라고 요청했지만, 들어주지 않고 나는 방치된 상태로 점점 상태가 나빠졌다. 결국 타인의 시선이 개입한 뒤에 보건교사가 오고 처치 곤란한 상태인 것을 확인하고야 한참 뒤에 119요원이 왔다. 나는 정신 없이 실려서 병원 응급실에 누워있었다. 온갖 검사에 CT 촬영하고 입원하라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도 병원이 너무 시끄러워서 처방전과 진단서만 들고 나왔다. 금요일에 이어서 두 번째. 다음에.. 2023. 4. 10. 4.6 억지로 견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병가를 내고 의사를 만나러 갔다. 일반적인 진료 시간보다 한참 길게 앉아 내가 말을 계속하는 바람에 의사 선생님께서 곤란해하시는 것 같았다. 다음에 이렇게 길게 상담하려면 따로 약속을 해야 한다는 말씀은 진료비를 더 받는 다른 진료를 신청하라는 뜻인 것 같다. 딸이 병원에 동행하여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마음이 한결 편했다. 그럼에도 나는 말하는 도중에 울음을 터뜨렸다. 앞으로 한동안 속에 담긴 것을 털어버리러 돈 내고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날 것인지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홀가분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서는 내가 당한 그 수모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고,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시선이 불편해서 선을 지키느라고 감정을 억누르고 또 억누르느라.. 2023. 4. 6. 봄 겨우내 얼어붙은 삶이 채 녹기 전에 꽃이 피었다. 화사한 봄꽃을 보고 웃었다만 표정을 풀어도 눅진 삶은 걸음걸음 옮긴 자리마다 물 얼룩이 남았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니다. 2023. 4. 3. 내멋대로 어제는 아침 일찍 김해까지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사고 돌아가는 길에 진주에 들러서 사들고 간 도시락으로 벚꽃 아래에서 딸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오늘은 친구네에 전화했다가 친구는 출근하고, 첫째 딸은 수요일에 이사하고, 둘째 딸은 어제 이사했고, 막내딸은 서울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주말에 거의 집에 오는 일 없는 내 딸과 달리 친구네 딸은 주말에 종종 집에 올 테니 가끔 같이 볼 수 있겠지만 앞날은 알 수 없으니 연락 닿은 김에 낼모레 직장 있는 동네로 이사할 그 집 첫째 딸을 만났다. 포장 도시락 주문하면서 분명히 '삼겹살 김밥'으로 읽었는데 내 머리는 돈가스 김밥으로 인지했다. 삼겹살이라고 소리 내어 읽었는데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밥 중에 먹어본 적 있는 돈가스 김밥으로 생각하고 주문한 거다. .. 2023. 4. 2. 봄소풍 대가면 저수지, 갈천저수지 2023. 4. 2. 차 빼러 갔다가..... 4월 2일 아침에 나보다 일찍 움직이는 차 뒤에 주차한 바람에 아침에 곤란할 수 있으니 미리 차를 옮겨달라는 문자를 받았다. 마침 제주에 사는 친구가 전화해서 통화하던 중이었다. 전화를 끊고 밖에 나가는 길에 쓰레기도 한 봉지 모아서 들고나갔다. 길 건너 쓰레기 모으는 곳에 종량제 봉투를 놓고 차 있는 쪽으로 가다가 살짝 미끄러졌다. 경사진 시멘트 바닥에 냅다 온몸으로 착지하면서 오른쪽 손바닥, 팔꿈치, 오른쪽 무릎까지 홀랑 밀려서 피가 철철 날 정도로 피부가 벗겨졌다. 쓰라리고 당황스럽고 아파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울고 싶을 지경이었지만, 일단 차를 빼놓고 집에 들어와서 통화하다만 제주도 친구에게 전화 걸어서 길에서 온몸으로 슬라이딩했다고 말했다. 그리곤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그간 이런저런 잡다한.. 2023. 4. 2. 10월 1일 2022년 10월 1일 전날까지 빡빡한 일정이 문제였는지, 이석증으로 쓰러져서 네 발로 기어 다녔다. 시월 첫날부터 혼자 자신을 가눌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사진이 없었다면 기억나지 않을 순간, 기억하기 어려운 시간과 장소가 사진으로 남아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병원에서 진정제 섞인 링거를 맞고 차 세우고 길에서 울렁거려서 토하고, 남에게 어떻게 보일는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아팠는데 거짓말 같다. 2022. 10. 30. 동행 2022년 9월 30일 첫 번째 사연의 주인공, 그 고양이 1년에 한 번 가능한 평일 오후 여행에 동행한 두 분은 내게 잊지 못할 일을 만들어주셨다. 내가 안내한 음식점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산청 춘산 식당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나중에 언젠가 돌이켜 이들을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여행에 동행하는 분들 사진을 남기지 않는 전례를 깨고 이 여행을 빌미로 사진 몇 장 남긴다. 산청 수선사에 들렀다가, 산청 정취암으로 향했다. 언젠가 사진을 보고 떠오른 기억을 옮겨 쓸 날이 올까....... 2022. 10. 30. 9월 28일 동네 길고양이가 새끼를 낳아서 버리고 갔다. 아이들이 새끼를 만져서 어미 고양이의 묘한 습성이 발동하여 새끼를 버리고 가서 먼발치에서 다가오지도 않고 젖을 물리지도 않았다. 한 며칠 젊은 직원 몇 명이 젖병을 사다가 물리고 아픈 고양이를 동물 병원에 데려가기도 하더니 어느 날 어디로 사라졌는지 뿔뿔이 흩어졌다. 저 고양이 중에 한 마리는 지인의 지인이 데려가서 키운다고 하여 이틀 뒤에 내 품에 안겨서 다른 도시로 데려갔다. 이후에 고양이와 사람 사이에 기구한 사연을 낳은 이 새끼 고양이 사진이 휴대 전화에 남아 있기에 옮긴다. 밥 친구와 저녁을 함께 먹고 선진 공원에 산책하러 갔다. 해가 져도 공원엔 가로등을 켜주지 않아서 불이 밝혀지기를 기다리다가 내려왔다. 사진을 들추어보니 그때 나눈 대화도 어렴풋이.. 2022. 10. 30. 미래에 대한 불안 미래에 관한 막연한 두려움은 누구나 지니고 있다. 최근에 생긴 좋지 않은 일은 면모를 바꾸어 다른 방향으로 인생이 흘러가는 변수가 됐다. 막연한 두려움 이상의 두려움에 떨며 머리가 아픈 시간에 맞서기엔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클 것 같아서 병원에 찾아가서 상담하고 약처방도 받았다. 깨는 횟수가 줄어들어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서 생긴 고통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모든 고통이 일시에 사라질 수는 없다. 어떤 고통이 덜하면 다른 고통을 인지하게 된다. 결국 고통은 실재라기보다는 인지의 영역인 셈이다. 내 뇌가, 마음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고통을 느끼는 강도가 다를 수 있다. 같은 문제에 같은 강도의 고통을 느끼는 게 아니고, 같은 문제에 같은 크기의 행복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쓸데없는 고통을 .. 2022. 10. 18. 점심 2022년 9월 26일 점심시간에 셋이서 중앙시장 베트남 음식점에 가서 반세오, 베트남쌈, 쌀국수를 주문해서 맛있게 먹었다. SK, BK 두 K 샘이랑 같은 시간이 비어서 셋이 같이 밖에서 점심을 먹게 됐다. 이곳에서 가장 나를 편하게 해주는 두 분과 시장통에서 밥 먹을 시간을 가진 게 내게는 뭔지 모르게 꽉 막힌 숨통이 트이게 한 시간이었다. 그냥 짧게 스친 점심 한 끼. 그래도 누구와 어디서 뭘 하느냐에 따라서 내게 미치는 영향의 크기는 가늠할 수 없다. 두 사람은 참 맑은 사람이다. 여기 와서 만난 사람 중에 내게 올해 가장 따뜻하고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내게 내준 시간, 내게 먼저 말 걸어준 사람, 내게 아주 맛있는 커피를 내려서 선뜻 내주는 사람, 내가 자리에 없어도 커피 내려서.. 2022. 9. 29. 기분 전환 숲에서 충전이 되니 절로 웃음이 났다. 한동안 매일 거기서 산책하면 금세 좋아질 것 같다. 처음 함양 상림에 갔을 땐 너무 좋아서 그 동네로 이사하고 싶었다. 근처에 인가도 그리 많지 않고, 상가도 거의 없었던 때에 돈 있으면 그 동네에 땅 사서 집을 짓고 싶었다. 거기 서 있는 큰 나무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맑고 좋았다. 그 시절엔 호흡기 질환을 심하게 앓아서 밤낮없이 기침을 계속해서 몹시 괴로웠다. 잊고 지내다가 가끔 기침이 나면 그때 내가 어떻게 견디며 살았을까 싶다. 오늘 상림 공원 산책을 하고 기분이 좋아져서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농장에 찾아갔다. 밤 따기, 군밤 만들기 등등의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초대장을 보내줬는데 지난 주말에 치른 일 때문에 심장이 울렁거려서 낯선 사람과 어울리는 자.. 2022. 9. 25. 이전 1 ··· 29 30 31 32 33 34 35 ··· 1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