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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제주에 사는 친구와 통화하면서 내 감정에 관해 이야기했다. 글로 쓰면 그냥 지나가는데 와인 조금 마신 기운으로 주절주절 자기도 겪어본 일이어서 나를 이해한다며 차근차근 이야기해줘서 조금은 위안이 됐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경험은 스물아홉 살에 해봤다는 거다. 내 또래가 그 나이에 겪은 일을 나는 이제야 겪는다. 서툴고 어눌한 이런 나는......... 그냥 잠이나 더 자야겠다. 가을인가 보다........ 오늘 비 올 줄 알았는데 날이 맑아서 문득 섬 여행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카메라를 찾았다. 어딨는지 모르겠다. 디카 못 찾아서 핸드폰만 들고나갈까 하다가 어쩐지 사진 찍는 맛이 떨어져서 꼭 디카 찾고 싶은데 배터리 충전도 안 되었을 테고..... 일단, 이 물건 그득한 집 어디에 뒀는지 기억나지 않.. 2021. 9. 11.
9월 11일 모처럼 일이 밀려있지 않은 주말, 어제 퇴근하고 차릴 가벼운 식탁으로 정한 것은 이 정도였다. 그런데 사진 찍어놓은 것을 포스팅하지 않아서 휴대전화 속에서 찾으려니 한참 걸렸다. 그냥 어지간한 것은 잊기 전에 블로그에 보관해야겠다. 남는 게 결국 사진과 기록뿐이더라. 어제 혼자 집에 돌아와서 혼자 뭔가 차려서 먹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가지를 손에 잡았다가 머뭇거렸다. 결국 상을 저렇게 차리지 못하고 남은 와인을 마셨다. 생각이 많아져서 헤맸다. 차라리 글로 쓰고 말지. 지난 주말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후회했다. 너무 많은 말을 했고, 쓸 말도 없고 남는 말도 없었다. 이제 말을 아끼고 그냥 흘려버릴 생각 정도는 블로그에 써서 글로 푸는 게 내겐 최선의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던 대로 그냥 그렇게 살.. 2021. 9. 11.
문이 열리지 않아서..... 문제 있는 것은 때가 되면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알면서 그냥 두었다가 결국 오늘 호되게 대가를 치렀다. 이 집으로 이사 온 지 어언 16년째. 애초에 이사 올 때도 낡았던 집이 그사이 점점 낡아져서 우리가 이사 나가지 않으면 손볼 수 없을 만큼 낡았다. 아직 이사할 수 없어서 버텨야 하니까 조용히 지낸다. 출입문 걸쇠가 오늘은 안에서 열리지 않았다. 아침 출근길에 정말 난감했다. 망치로 수동잠금 장치를 두들겨서 어떻게 문을 열고 나서긴 했는데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문을 열어보니 이젠 밖에서도 열리지 않는다. 한 30분 남짓 혼자 어떻게든 해보려고 용을 쓰다가 진이 빠져서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다. 이렇게 낡은 수동잠금 장치를 나무문 손상 없이 해체하고 손봐주겠다는 가게와 연결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 2021. 9. 7.
타인을 통해 나를 발견하다 날을 세우고 있었다. 낯선 사람 앞에서 행여 내 마음에 생채기 한 줄이라도 날까 싶어 잔뜩 허세로 부풀린 몸으로 상처 받지 않으려는 몸부림처럼 말을 날카롭게 허투루 뱉었다. 혼자 있을 때 나와, 타인과 함께 뭔가 주고받아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때의 나는 정말 다른 사람이었다.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몸이 먼저 알고 보이지 않는 칼날을 세운다. 단어 하나하나에 공격적이다. 내가 정말 그런 사람이었던가? 덕분에 나답지 못한 일그러진 나의 일면, 방어와 공격성을 동시에 지닌 불쌍한 나를 목격했다. 그냥 내버려 둬야겠다. 나는 그냥 나인대로 살면 그만인데 무엇이 그렇게 어렵고 두려운 것인지....... 마음을 열었는데 상대가 나를 밀칠까 봐, 마음을 열었는데 상대가 내 맘에 차는 사람이 아닐.. 2021. 9. 7.
바보, 꽃잎에 물들다 바보, 꽃잎에 물들다 그냥 물들면 되는 것을 그냥 살포시 안기면 되는 것을 저절로 물이 들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것을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로만 요란하였구나 그만, 바보짓을 하였구나 그냥 물들면 되는 것을 노을이 하늘에 물드는 것처럼 꽃에 꽃물이 드는 것처럼 그냥 꽃잎에 기대어 가만히 가만히 물들면 되는 것을 사랑한다고 말하지 말고 그냥 당신에게 물들면 되는 것을 詩 김시천 물드는 것, 사람에게 물드는 것 나에겐 영영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섬 너머 바깥세상만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곳이 피안인가. 창을 열지 않아도 넘나드는 풀벌레 소리가 시원하다. 너는 무엇이 그토록 애절하여 이리 쉼 없이 무언가를 부르고 또 부르는 것인지....... 나에게 남아있는 이 열망은 삶을 윤택하게 하는 활력소가 .. 2021. 9. 5.
시집을 찾다가...... 문득 김수영의 시를 읽고 싶었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것이 아닌 시집을 들고 활자가 박힌 종이 냄새를 맡고 싶었다. 빌려 가는 이 없이 도서관 어딘가에서 묵은내 품고 있을 시집을 고르러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갔다. 학교 도서관은 좁고 답답했다. 책장과 책장의 간격이 너무 좁아서 한 사람이 그사이에 서 있기에 빠듯했다. 아랫단까지 샅샅이 뒤져서 읽고 싶은 책을 찾느라고 결국 한참은 쪼그리고 앉아있었다. 누군가 나처럼 시 한 편 읽겠다고 책장을 훑다가 문득 그 좁고 답답함에 서글퍼질까. 그 좁고 답답한 책장과 책장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살짝 지쳤다. 김수영 전집을 찾기 전에 박경리 유고시집을 고르고 함민복, 나태주, 천상병 시인의 시집을 찾았다. 살짝 물기 어린 마음으로 시집을 안고 사무실로 돌아가는데 눈앞.. 2021. 9. 2.
수정, 추가, 과부하 끝이 없을 것 같은 작업의 연속 수정하고 추가하기를 반복한다. 난 범생이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딱 그만큼의 능력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은 미뤘다가 하는 게 아니다. 그래선 안 되는 거였다. 할 거면 하던 대로 똑바로 해야지. 내일이면 과연? 정말, 이 작업이 끝날까? 만족스러울까?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해진다. 자질 부족한 내가 부지런 떨고 힘겹더라도 내 발등에 불 지르고 미친 듯이 해야 했다. 2021. 8. 26.
바람이 시원하다 에어컨 바람 없이는 견디기 힘들던 날씨도 때가 되니 거짓말처럼 시원해진다. 때를 기다려야 한다. 때를 기다리면 된다. 준비 없이 시간만 보내다 맞는 이 시간은 두려움 그 자체다. 습관처럼 해 오던 것을 뒤로 미루고 먼발치에서 바라보기만 했더니 일거리와 걱정만 눈더미처럼 불었다. 딸에게 손 가는 일이 없어지니 내 시간도 많아지고 여유도 생겼지만, 그 덕분에 힘들어도 쫓아가던 걸음에 힘이 빠져서 가끔 천천히라도 걸어야 할 길에 멈춰서 멍하니 섰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누군가를 내 삶에 들일 수 있을까. 누군가와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을까...... 이만큼 살아낸 것에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2021. 8. 16.
성산, 빛의 벙커 2021. 7. 24 르누아르, 모네, 피사로, 시냑, 드랭, 블라맹크, 뒤피, 샤갈 벙커에서 한낮 더운 시간에 두어 번 반복되는 전시회를 충분히 감상하고 벙커에서 나오는 길에 그림과 음악을 좋아하는 딸내미와 다정하게 이야기 나누며 걷던 길에 풍성하게 열린 풋귤을 보고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던, 너무나 만족스러웠던 여름 여행 천천히 걸으며 느끼는 제주의 정취, 세월 따라 알알이 영그는 인생의 작은 쉼표, 여행 2021. 8. 13.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8월 10일 3주 전에 1차 접종하고, 오늘 2차로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1차에서와 마찬가지로 전혀 이상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번엔 심지어 주사 맞은 자리가 뭉치지도 않았다. 두려워야 할 상황에 백신이라도 맞아서 조금 마음이 가벼워졌다. 2021. 8. 11.
허공의 나무 허공의 나무 그 나무에 꽃 없다 피우지 못하고 꺾어버렸다 가슴에 더 할 말 없다고 사랑에게 달려가는 발 묻어버렸다 문자 밖에서야 쓰여지게 될 것이라고 터져 나오는 꽃들 삼켜버렸다 그 나무에 숨 없다 뿌리처럼 비틀린 빈 목숨만이 붙어 옆얼굴이 울고 있다 정끝별 사랑을 이루지 못해 물거품이 되어 허공으로 사라진 인어공주처럼........ 나도 사라지고 싶다. - 이런 기분이 들 때 읽은 시 2021. 8. 9.
8월 7일 장승포 천화원에 오랜만에 삼선짬뽕 먹으러 다녀왔다. 장승포항이 보이는 뷰 카페 실외에 좀 앉아 있었더니 그러잖아도 새까만 팔이 더 까매졌다. 장장 12일동안 방 안에서 숨만 쉬고 지냈다. 이상하게 오른쪽 목덜미가 계속 신경 쓰이고 아파서 그 핑계로 누워있거나 빈둥거리기 일쑤였다. 지난 6월에 건강검진 받으면서 받았던 암 검진 결과지를 받았다. 전부 이상소견 없음. 숨 잘 쉬고 살아야지. 2021. 8. 8.
8월 4일 오늘 딸이 제 남자 친구 만나러 나가고 나니 오롯이 혼자인 시간이 이렇게 가볍고 편하고 좋을 수가 없다. 책임져야 할 누군가와 함께인 것과 꽁꽁 여미고 긴장한 마음의 옷고름 풀어놓고 기댈 수 있는 존재와 함께인 것은 다르겠지. 혼자는 아니어도 자식은 자식일뿐. 내 머릿속을 열어 보여주지 않아도 싱긋이 함께 웃으면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사람. 이 생에는 더 만날 수 없다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사람 하나 짝사랑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멀리 반짝이는 등대 불빛처럼 망망대해를 떠도는 섬인 내 눈에도 빛나는 사람. 누군가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자리가 부모의 자리가 아닌가 싶다. 며칠 뒤에 입대하는 딸의 첫 남자 친구와 데이트하러 간 딸에게 새 원피스를 사 입혔다. 남자 .. 2021. 8. 4.
8월 3일 - 연리지 이제 나는 건강하고, 가난하지만 가난하지 않다. 그때도 사랑을 몰랐겠냐마는....... 사랑이 그립지 않았겠냐마는........ 농축한 언어가 가슴에 별처럼 박힌다. 숨 쉴 때마다 따끔거린다. 집중이 잘 안 될 때 옛날 옛적에 공책에 시를 베껴 쓰곤 했다. 정말 오랜만에 어제에 이어 오늘도 굳었던 손을 놀리기 시작 정끝별 시인의 연리지를 베껴 쓰다가 문득 에디뜨 삐아쁘의 노래가 떠올랐다. 타인의 생각을 변화하기 위해 꿈속에 침투하는 영화 인셉션에 자주 나왔던 곡. 애플 뮤직에서 리스트를 만들고 반복해서 몇 곡 들으며 미친 듯이 욕실 청소를 했다. 물 때를 다 닦아내고 샤워하고 나니 새사람이 된 기분이다. 내 집은 아니지만,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따뜻한 물에 씻고 누울 자리가 있다. 인간에게 집이란 얼마나.. 2021. 8. 3.
Paris 바토무슈를 타고 외장하드가 불안정해서 언제든 사라질 것 같은 여행 사진을 다른 크기로 블로그에 옮기는 중, 첫 작업 2006년 여름 2021. 8. 3.
8월 2일 - 가난한 사랑 노래 여유가 생기니 사무치게 외롭다. 바쁘게 쫓기며 사는 건 싫고, 일은 손에 잡히지 않고, 왜 이렇게 외로운지...... 20대에 심심할 때 하던 시 베껴쓰기를 했다. 오늘로 자발적 일주일 자가격리가 끝난다. 일주일 내내 집에서 잠옷 바람에 지냈다. 제주 바람 쐬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려서 일주일 동안 집에 가만히 있었더니 오늘은 답답함이 최고조에 달한다. 붓놀림에 마음이 차분해지다가 급기야 시구가 가슴에 사무친다. 2021. 8. 2.
휴식 아무 일도 없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복에 겨워서 내가 쓸 수 있는 말이라고는 아직 남아있는 욕망의 조각을 글로 빚어내는 것 뿐. 행복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불만이 있어서도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표현일 뿐. 내가 보낼 수 있는 최상의 여름을 보내고 있다. 더운데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에어컨 바람 앞에 빈둥거리거나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혹은 쌓아놓은 책 한 권을 빼내서 읽고 싶은 몇 장만 읽고 다시 쌓아놓거나 이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시간이 얼마나 감사한지 안다. 다시 태어나서 어떤 생을 살 것인지 설계하고 후회하기보다는 지금 내 삶을 충분히 만끽하고 잘 견디고 헤아리며 존재하는 이 순간.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2주 동안 잘 쉬었다. 이제 일할 시간~ 2021. 8. 2.
연화도와 연애의 발견 2018.07.08 '로맨스가 필요해', '연애의 발견' 등 로맨스 드라마에서 정유미를 눈여겨볼 기회가 있었다. 어쩐지 그런 역에 잘 어울렸다. 엄청나게 재밌는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지인이 연애 세포가 살아나는 것 같다며 소개해줘서 보게 되었다. '연애의 발견'을 보고 연화도에 한 번은 다녀오리라 생각했다. 며칠 전이 바로 그날이었다. 어떤 방면으로든 사고를 꼭 치는 주기적인 날이다. 비 오는데 나중에 갤 거라 믿고 양산을 들고 배를 탔다. 가다 보면 그칠 줄 알았다. 그건 인터넷으로 미리 검색해본 일기예보를 믿은 탓이다. 대다수의 사람이 연화도 다음 기항지인 욕지도에 가는 모양인지 연화도에 내리는 승객은 많지 않았다. 11시 배를 타고 12시 좀 넘어서 내렸다. 비 오니까 바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했.. 2021. 8.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