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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밤잠 좀 잘 수 있으려나 이어폰 잭에 문제가 생겨서 결국 새로 장만해야 할 때가 되었다. 한 번 사서 여태 썼으니 오래 썼다. 그런데 유선 이어폰을 또 사자니 어쩐지 걸린다. 무선 이어폰이 대세인데 시대를 역행하는 듯한 물건을 또 사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무선 이어폰 중에 고심하다가 물건 사서 고장 나지 않으면 기본 10년씩 쓰는 내 기질을 감안하면 신제품을 사는 게 좋겠다. 가격 신경 쓰여서 살 생각을 못하던 에어팟 프로를 샀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켜니 시끄러운 써큘레이터 소리가 잠잠해진다. 다만 이런 상태로 귀에 뭔가를 끼고 오래 사용하는 것은 어쩐지 건강에 좋지 못할까봐 걱정된다. 하지만 조용하니 집중하기에 그만이다. 책 읽을 때, 집중해서 읽어야 할 문서를 앞에 두고는 이 기능을 써보니 만족스럽다. 어두워진 공원에.. 2021. 6. 30.
6월 30일 달걀 8개 깨서 만든 달걀말이를 거의 다 집어 먹고 반성하는 의미로 억지로 해 질 녘에 동네 공원에 걸으러 나갔다. 처음 통화하는 카페 친구와 한 시간 넘게 통화했다. 온라인으로는 꽤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였지만 딱히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진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녀가 제주에 차린 가게의 어린 고용인이 배신의 아이콘으로 등장한 황당하고 어이없는 사연을 읽고 내가 폭풍 공감 댓글을 쓴 것을 계기로 동갑인 그 친구와 단숨에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여차여차해서 나를 위로해주고 싶은지 전화하라고 공개적으로 전화번호를 띄워놔서 퇴근하고 저녁에 산책하러 나가서 전화를 걸어봤다. 아, 이야기하다 보니 학연이 있다. 단대는 다르지만 같은 대학교에 다녀서 어떻든 대학 캠퍼스에서 오며 가며 어쩌면 옷깃 몇 번은.. 2021. 6. 30.
짝사랑은 서럽다 말 못 해서 죽는 것보다는 말하고 창피해서 죽는 게 나을지도 몰라. 그래서 오늘 흐린 하늘을 보며 편지를 썼다. 중학교 2학년 때 바로 앞에 있던 중학교에 다니던 J에서 건네줄 고백 편지를 쓰고 또 쓰고 결국 졸업할 때까지 한 통도 건네지 못한 내가 이 정도면 많이 발전한 거다. 만날 수 없는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이 나이엔 차라리 형벌이지. 하루하루 늙어가는 마당에 이런 서글픈 짝사랑은 그만 접고 싶은데 이 감정이 향할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감정이란 게 그 자리에서 멈춰지지 않았다. 내가 한심해서 미칠 것 같지만, 출구 없이 면면히 이어지는 이 감정을 제어할 수 없는 이 상태가 더 미칠 것 같아서 차라리 한 번 더 창피해져서 그것 때문에 죽는 게 더 나을까? 아닐까? 이미 돌은 던졌다. 상대에겐.. 2021. 6. 30.
널 사랑하지 않아 언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한 적 있었던가? 지나간 고통은 다시 나를 괴롭힐 수 없다.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영원히 반복될 것 같던 고통스러운 감정도 때가 되면 지친다. 저런 풋풋한 나이에 저런 연애도 못해보고 뭐하고 살았을까......... 2021. 6. 29.
프리즘 낯선 이의 삶에 깊이 마음을 두어 내 삶을 투사하고, 그를 통해 다른 나를 읽고 반성한다. '그' 프리즘을 통과한 세상은 켜켜이 쌓이고 가려져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중요한 부분을 확대한다. 결코, 작아져서는 안 될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고, 결코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지점에서 걸음을 멈추게 한다. 너무 빠른 걸음으로 어디로 향해가는지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더 유연하고 낯설지 않은 타인이 되어 낯선 삶과 삶 사이를 이어주는 이성과 감정의 연결 다리를 놓고 싶다. 2021. 6. 29.
6월 28일 너무 애쓰고, 악 쓰지 말고 말랑하게 살자. 머리도 점점 나빠지고 신체는 나날이 퇴화하니 전략은 단 하나 관리 잘하고 실수 덜하며 그저 버틸 것. 2021. 6. 28.
초기화 자신의 기대와는 사뭇 다른 현실을 빚어낸 다음, 이게 아니라는 생각에 그 모든 걸 되돌리거나 물리고 싶어진다. 꿈이었으면 싶은 현실과 마주했을 때 과연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더 나은 선택과 노력을 할 수 있을까? 이미 벌어진 일, 최선을 다해 수습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그냥 좀 모자란 대로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다시 시작한다는 건 다시 태어나야만 가능할지도 모르고,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보다 더 좋지 않은 조건에 더 힘든 과제를 해야 할는지도 모르니까. 고통이 큰 문제를 겪고 나면 잃는 것만큼 얻는 것도 있다는 것에 위안 삼고 그냥 버티자. 다시 젊어져서 10대와 20대를 다시 살아내야 한다면 과연 더 행복해질까? 과연 더 만족스러운 현실 위에 서 있게 될까? 어려운 게임은 다시 해도 또 지잖아.. 2021. 6. 28.
채울 것인가, 버릴 것인가 급한 불 끄고 나니 잠시 여유가 생겼는지 쓸데없는 일을 머릿속에 담고 연기를 피운다. 너무 일찍 어른스럽게 생각해야 하는 환경에서 자라서 남들처럼 살아보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이 나이에도 선뜻 어쩌지 못하는 나의 소심함이 한 발짝도 나서지 못하게 한다. 사춘기 소녀처럼 잡다한 낮 꿈에 빠진다. 채워지지 않은 욕망을 채울 것인가, 버릴 것인가. 무미건조한 삶에서는 생기지 않는 욕망이다. 버리면 개운할 텐데, 그냥 버리자니 어쩐지 아깝고....... * 답은 정해져 있다. 가벼워지는 쪽으로. 내려놓기, 버리기. 2021. 6. 28.
여전한데 정이 가지 않는....... 종일 집안에만 있기엔 답답해서 오후 느지막이 바닷가에 나갔다. 혼자 가장 자주 걷던 길인데 찝찔한 짠내 나는 것도 싫고, 여름바다는 끈적하고 텁텁해서 별로다. 섬으로 둘러싸인 이런 바다는 여전히 매트릭스에 갇힌 듯한 내 현실을 강요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해서 혼자 눈물을 머금고 걷고 또 걸었던 길. 찻길 피해서 아는 사람 마주칠 확률이 가장 낮은 산책길. 살아남아야 하는 처절한 현실을 조금 벗어나서는 이런 불평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기침 하지 않고 이렇게 걸을 수 있게 되었으니 그때처럼 혼자인 것이 숙명인 듯 비장하게 혀를 누르며 울음을 삼키지 않아도 된다. 나에게 이제 그런 삶을 강요하지 말기를. 자신을 끌어안고서라도 자신을 위로해야 할 때가 있다. 왜 그런지 굳이 말하고 싶지 않은 유.. 2021. 6. 27.
나를 떨게 했던 시간 유교, 성리학, 불교를 지나서 이제 겨우 노장사상에 이르렀다. 인간이란 존재의 연원 혹은 근원, 실체에 대한 접근이나 통찰이 이뤄지게 하는 많은 종류의 길을 갈래갈래 안내하는 내용이다. 아무런 통찰 없이 이론적으로 하는 강의의 식상함이 얼마나 그 수업 내용을 지루하고 고리타분하게 생각하게 하는지 느껴본바, 나는 좀 다르기를 바랐다. 결론은....... 오십보백보였다. 어느 순간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인 그들과 잠시라도 정말 염화미소와 같은 순간을 가졌던 것인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과한 욕심이다. 그냥 입시 문제나 잘 풀게 이론 전달만 잘해도 중간은 갈 텐데. 어느 시대나 어느 사회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은 비슷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풀어내는 방법은 원천적으로 비슷하다는 말로 운을 뗐다.. 2021. 6. 27.
여름 정원 버스를 기다리다가 혼자 비 오는 날 또 섬에 가는 게 몸이 쏠리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530번 버스를 타야 할 것을 그 버스보다 1~2분 정도 먼저 온 531번을 탔다. 멀리 가기 전에 갈아타게 내렸어야 했는데 딱히 의지가 생기지 않았는지 그냥 미적거리다가 환승 기회를 놓쳤다. 그래서 삼덕항에서 욕지행 여객선을 제 시각에 타기 어려울 것 같아서 포기했다. 혼자라도 꼭 수국 핀 연화도에 가겠다던 생각은 접고 애매하게 내린 버스정류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수목공원까지 슬슬 걸어갔다. 홍매실이 떨어진 자리엔 향긋한 냄새가 난다. 수련과 수국의 계절이다. 간밤에 깊은 잠에 들지 못해서 피곤한데 일찍 깨는 바람에 커피 한 통만 담아서 나왔다. 아무도 없어서 노천카페라 생각하고 혼자 멍하니 앉아있었다. 진한 커.. 2021. 6. 26.
6월 25일 공감 능력이 떨어졌는지 남의 입장이나 생각에 대해 먼 산 보듯 하게 된다. 깊이 들여다볼 처지도 아니고 여유도 없지만, 무엇보다도 남의 생각은 잘 모르겠다. 그런데 묘한 것은 누군가 앞에 있을 때, 마주할 때 생기는 묘한 감정의 침범, 공명현상 같은 것은 꽤 강하게 느낀다. 그것이 내 감정인지 상대의 감정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다. 상대가 보이는 감정적 에너지가 강하고 순수할 때 혹은 단순할 때, 쉽게 전염된다. 눈가에 물기 어린 감정이 순식간에 나에게 밀고 들어와서 뜬금없이 울음이 터져 나오는 경험을 연거푸 한다. 혹은 기분 좋은 딸이 내 곁에서 느끼는 감정의 섬세한 부분까지 내 생각이나 내 기억이나 내 감각인 듯 받아들여서 술술 표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딸은 오래 같이 살아서 더 그렇기도 .. 2021. 6. 25.
코로나 19 백신 * 나에게도 드디어 기회가 돌아왔다. 다음 달 중순 이후에 백신을 맞게 됐다. 따로 예약하지 않아도 고3 학생과 더불어 단체로 접종 날짜를 받게 될 예정이다. 7월 중순에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백신 맞고, 3주 후에 2차 접종까지 무사히 끝나면 밖에 나가서 걸을 때 마스크 쓰지 않아도 될 것이란 기대감에 빨리 백신 맞고 싶다. 딸이 오늘은 부산 사는 과 동기 집에 파자마 파티한다고 집을 나갔다. 어제는 멀리서 온 남자 친구 만나러 나가서 종일 놀고, 오늘은 부산에 가버려서 오랜만에 좀 놀고 싶었던 주말을 혼자 보내게 됐다. 라면이라도 끓여 먹을까 하고 전기 주전자에 물 올려놓고 냉장고 뒤져서 며칠 전에 사놓은 머쉬마루 버섯, 양파, 당근, 파, 마늘, 오이, 청양고추, 달걀을 꺼내서 버섯.. 2021. 6. 25.
전화번호 전화번호를 바꿨다. 6월 21일까지 바꾸지 않으면 알아서 자동으로 바꿔버린다는 협박(?) 같은 안내 문자를 연이어 받았다. 어차피 바꿀 때가 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번호를 바꾸고 전에 쓰던 번호로 전화 걸어보니 없는 번호라는 안내 메시지가 들린다. 왜 그렇게 오랫동안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고 썼던가 생각해봤다.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될 것을 타의에 의해 바꾸는 게 싫기도 했고, 생각해보니 다른 이유도 있었던 것 같다. 십수 년 서로 왕래하지 않는 동안 그들은 단 한 번도 내게 전화하지 않았다. 내가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았던 것은 꼭 뭔가를 기다렸던 것은 아니지만....... 한때 쓰던 전화번호가 사라지면서 인생에도 꽤 큰 변화가 생겼다. 90년대 후반에 고성에서 이사 나오면서 내 방 전용 전화번호를 그.. 2021. 6. 25.
삼각함수 두 시간 이상 삼각함수와 씨름했다. 수학 문제 푸는 걸 손 놓은 지 몇 해나 지났는데도 좀 뒤적여보니 그럭저럭 문제가 풀린다. 그 시간 동안 꼼짝없이 곁에 앉아서 최대한 공손하게 집중한 우리 반 학생 한 명, 그 한 명을 위해 시간을 내고 안 하던 일을 했다. 밤늦게 퇴근하고 돌아오니 딸은 여기까지 찾아온 제 남자 친구 만나러 나가고 없다. 내일은 부산 사는 동기 집에 파자마 파티하러 간단다. 온통 어질러 놓고 나간 집에 들어와서 입고 나갔던 옷만 벗어놓고 우두커니 앉았다. 어제는 온라인 수업 주간 동안 늦잠 자고 자주 출석 체크를 하지 않아서 전화해도 받지 않던 학생에게 늦잠 자는 버릇 좀 고치라고 제 친한 친구들 있는 자리에서 한마디 했다가 마스크 너머로 표정 변화를 읽고 바로 사과했다. 그 정도 말.. 2021. 6. 24.
헤이즈의 '헤픈 우연' 헤이즈 목소리에 반했어~~~ 좋으면 수십 번, 수백 번 연거푸 듣는다. 한 며칠은 악동뮤지션의 '뱃노래'를 수없이 들었고, 오늘은 저녁 먹고 딸이랑 둘이 이 노래에 꽂혀서 수십 번 연거푸 들었다. 좋은 스피커 이야기가 나왔다. 20대 중반에 지금처럼 택배가 흔하지 않던 1990년대 중반에 버스 타고 용산까지 가서 미니 오디오를 골라서 사 온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땐 고성군에 살 때다. 고성군에서 서울 가려면 마산에 가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터미널로 이동해서 대구 방향으로 이어진 고속도로를 타고 지겹게 달려야 했다. 그 길고 지겨운 이동 시간과 거리를 견디기 힘들 때 진주 공항에서 비행기 타고 서울에 자주 들락거렸다. 아마도 그때도 비행기 타고 서울 가서 혼자 용산전자상가를 헤매다 어찌어찌 그 오디오.. 2021. 6. 23.
채소튀김 어깨와 등이 무겁다. 새벽에 깨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뒤 다시 잠드는 신공이라도 닦으려고 이러나 싶다. 가보지 못한 길을 지난다. 때가 되었다. 힘들지만 견딜만하다. 얼만 전에 만난 딸 친구 엄마는 견디기 힘들어서 약을 먹는다고 했다. 무슨 약인지 먹으면 견디기 수월해진다면, 혹은 약을 먹어야만 하는 일이라면 지금처럼 견디기만 하는 것은 무지한 탓이다. 산청에서 만난 남 선생님이 곁에 계셨다면 이런 이야기 묻고 다양한 답도 청해 들을 수 있었을 텐데...... 박식하고 다정하고 친절하셨던 남 선생님이 그립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힘들었던 그곳에서 나를 위해 종종 맛있는 반찬을 싸 들고 와서 안겨주곤 하시던, 그 계절을 덕분에 무사히 잘 지나왔다. 남 선생님께서 이른 아침에 깨서 부쳐서 가져오셨던 감.. 2021. 6. 23.
6월 20일 집중해서 일할 때 신나지 않아? 난 막 흥분되고 좋은데. 재밌는 책 읽을 때나, 일을 진행하면서 몰입되어 있을 때 엄청 신나. 난 집중이 안 돼서 그런지..... 그런 거 잘 모르겠어. 책도 그렇고........ 긴 여름방학을 맞은 딸은 늦게 잠들고 정오가 넘어서 일어나기 일쑤다. 그리곤 거실 소파를 차지하고 누워서 앞에 의자 위에 제 노트북 올려놓고 누워서 휴대폰을 만지며 시간을 보낸다. 지구의 평화를 위해 나는 내 할 일만 하는 거다. 나도 잘 못하는데 무슨 잔소리를 해. 언제까지나 저렇게 빈둥거리지만은 않겠지. 오늘 처음으로 에어컨을 틀고 싶을 만큼 덥다. 에어컨을 틀려면 뭔가를 꺼내서 씻어 말려서 끼워야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켰다. 이상한 냄새가 난다. 꼭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더 놀고 싶다. 2021.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