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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아침 풍경 10월 3일 간밤에 푹 자고 깨서 숙소 근처 고분군 사이를 걸어서 돌아온 기억을 되밟아서 다시 첨성대 부근 핑크 뮬리 밭에 가보기로 했다. 걷다 보니 한 끼는 뭔가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오래전에 메모해둔 맛집 중에 1인분 팔 것 같은 곳 한 곳을 고르고 영업시간 검색해보니 10시 반에 문 연다. 그 집 첫 손님이 되기로 했다. 어제 얼떨결에 선택해서 묵었던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되돌아가서 가게 근처 작은 공원에 앉아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시간 맞춰서 밀면 가게로 들어섰다. 따뜻한 온밀면을 먹어보고 싶었는데 기본인 물밀면부터 맛보기로 했다. 가격은 6,000원. 깔끔한 맛에 괜찮다. 온밀면엔 유부가 들어가는데 그것 맛보러 한 번은 더 들러야겠다. 아침 시간이라 사람 없을 때 들어갔는데도 금세 손님.. 2021. 10. 7.
경주 월정교 야경 10월 2일 숙소에서 황남빵 몇 개 먹고 동궁 야경을 보러 나섰다. 동궁에서 만나기로 한 서울에서 온 지인과 그 일행이 저녁에 그곳에 있을 거라고 알림을 받은 까닭에 피곤해도 그냥 누울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막상 동궁과 월지에 가보니 관람객이 너무 많아서 줄 서기도 난감하고 떠밀리듯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지인만 만나서 장소를 옮길 계획이었는데 사정이 생겨서 만남은 불발되었다. 그래서 혼자 월정교 야경을 보러 갔다. 월정교 야경 실컷 구경하고 2만 걸음 이상 걸었던 날. 너무 피곤해서 낯선 곳에서 혼자여도 어찌 잠들었는지 깊은 잠에 빠졌다. 집에선 새벽에 몇 번씩 깨는데 그날은 푹 잤다. 2021. 10. 7.
경주 첨성대 부근 해 질 녘 10월 2일 핑크 뮬리 밭은 처음 봤다. 첨성대 부근 꽃밭 구경하고 대릉원 담장 따라 혼자 걷는다. 멍하니 멈춰 서서 시 한 소절씩 읽고 가슴이 찡해진다. 걷다가 마땅히 혼자 들어가서 밥 먹을 식당이 눈에 띄지 않아서 황남빵 한 통 사서 일찍 숙소에 들어갔다. 서울에 사는 지인이 동창들과 경주 모 게스트 하우스에서 묵는다고 야경 같이 보게 동궁에서 만나자고 하지 않았더라면 저녁에 막차 타고 집에 돌아갔을 테다. 결국 그 언니 친구분의 모친께서 응급실 가시는 바람에 우리 만남은 불발되었고, 어쩌다 계획에 없던 경주 1박, 혼자 묵기엔 조금 아까웠던 숙소 극성수기 가격을 경험했다. 2021. 10. 6.
경주 계림, 월성 10월 2일 대릉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계림으로 향했다. 비단벌레 전기자동차는 미리 예약해야 탈 수 있는데 주말이어서 일찍 매진되었다. 걷기 힘들어하는 딸내미 꼬셔서 데리고 오면 이것 타고 돌아야겠다. 계림에서 천천히 걷다가 벤치에 한참 앉아 있었다. 숲이 주는 위안..... 마스크를 장벽 삼아 넘나드는 숨이 조금이나마 편해질까 해서 가만히 앉아서 숨을 멈추었다가 가늘고 길게 내쉬어본다. 빛이 아쉬웠던 어느 날 찍지 못하고 돌아간 사진을 찍었다. 먹먹해지는 감정을 추스르고 한걸음 한걸음 걸으며...... 오래 그 자리에 서있던 나무의 속삭임을 듣는다. 푸르렀던 빛이 해 질 녘에 금빛으로 물드는 것을 보면서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 금세 세월로 내려앉는 순간을 느낀다. 전생에 밟았던 땅인듯 지는 해가 어쩐.. 2021. 10. 5.
경주 첫날, 대릉원 10월 2일 난 이 여행을 정말 가고 싶었을까? 연휴 시작부터 집에서 한숨만 쉬는 게 단지 싫었을 뿐. 준비하기에 충분한 시각에 깨어 긴 머리를 감고 말리느라 시간을 보냈다. 출근할 땐 못해도 이런 날은 해야지~ 다이슨 헤어롤로 머리카락을 돌돌 말고 안 해도 되는 절차를 거친다. 어젯밤에 다 못 듣고 잠든 다스뵈이다를 켜놓고 꼼지락거리다가 냉장고에서 시들고 있을 샤인 머스켓 한 송이가 떠올랐다. 곧 나가야 할 시각인데 늦게 과일을 씻고 화장을 한다. 마스크 쓴 내 얼굴 누가 본다고…... 살쪄서 맞는 옷이 없어서 옷을 고르다가 시간 지체…. 뻔히 알면서 일부러 늑장을 부린다. 여행은 좋지만 혼자 가는 게 여전히 마뜩잖다. 버스 놓치면 그 핑계로 집에서 놀아야지~ 현실감 없이 이런 짓을 한다. 예매한 표만.. 2021. 10. 4.
새 안경 재난지원금 받은 것으로 이번에 안경을 새로 했다. 2018년 이후에 안경원에 처음 갔다. 새로 맞춘 안경은 딸이 예쁘다고 골라준 것인데 늘 보던 것과 달라서 어쩐지 좀 어색하다. 10월 2일 사진 집에 사흘 틀어박혀 있기 싫어서 어제 아침 일찍 버스 타고 경주 가서 쏘다니다가 오늘 낮에 돌아왔다. 디카 들고 가서 오랜만에 사진을 꽤 많이 찍었다. 연휴라 방문객 많은 경주에서 내가 선택한 곳은 나무가 많은 야외만 골라서 몇 곳 산책만 했다. 사진 정리는 푹 쉬고 나서 내일 해야겠다. 10월 3일 사진 1인분 파는 맛집이 별로 없어서 혼자 가서 딱히 맛집은 다니지 못했다. 밀면 한 그릇 먹은 게 전부여서 집에 돌아오니 어쩐지 허전하다. 딸은 전에도 바쁘다고 하더니 알고 보니 썸타는 기간이었다. 이번에도 어쩐.. 2021. 10. 3.
9월 30일 말일까지 해야 할 일을 겨우 끝냈다. 연휴가 2주 연이어 있지만..... 도대체 뭘 하며 보낼까. 딸은 최근에 군대 간 남자 친구와 헤어진 뒤에 계속 바쁘다는 말만 입에 붙었다.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고 내가 끼어들 자리는 없다. 나는 나대로 저는 저대로 살아야지. 며칠 일에 치었다고 피곤하면 생기는 염증도 생기고 긴장 풀리니까 무기력해진다. 제주도 가려니 비행기표 값도 비싸고 혼자 돌아다니면 괜히 눈물 날 것 같아서 포기했다. 경주에 갈까도 생각해보고...... 섬 여행을 할까도 생각해보지만 다 혼자서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 냉장고에서 시들어가고 있는 식자재를 다 해치우고 방안에 가만히 누워서 숨만 쉬거나....... 뭘 할까...... 벌써 이렇게나 인생이 심심하고 서글퍼지는 게 정상인지, 이 좋은 .. 2021. 9. 30.
9월 28일 야근하고 퇴근길에 건널목에서 신호에 걸려서 버스 한 대를 놓쳤다. 다음 버스는 30분 뒤에 온다. 피곤한 시각이어서 기다릴 수가 없어서 다른 노선버스를 탔다. 하필 오늘 직원 단체 사진 찍느라고 정장 입고 생전 안 신고 다니던 하이힐까지 신어서 걸음이 엉거주춤한 밤, 피곤해서 목이 꺾이도록 고개를 젖히고 잠든 젊은이가 나를 내려주고 떠나는 버스 뒷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피곤하게 열심히 살아봐야 소용없어. 부모 잘 만나야 퇴직금 50억 받고 팔자 고치는 거지. 열심히 살아봐야 뭐가 남아? 집세도 겨우 내고 사는걸. 잠시 조는 사이에 단꿈이라도 꾸기를. 내 발엔 불편하지만 예뻐 보이는 구두가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나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2021. 9. 28.
9월 25일 오랜만에 가지 튀김을 했다. 역시..... 한 조각도 남김없이 다 먹었다. 해진 뒤에 바닷가에 걸으러 나갔더니 주말이어서 관광용 수상 택시 이용객이 많다. 2018년에 같은 과 행사로 타본 적이 있는데 괜찮았다. 지금 이 절기에 타기에 적당하다. 볼 때마다 생각난다. 다른 거북선, 판옥선도 있는데 저걸 꼭 한강에서부터 어마어마한 세금을 들여서 끌고 왔어야 했을까. 있는데 왜 또 사서 저렇게 세금을 헛되이 쓰는 것일까..... 태풍 오기 전처럼 바람이 꽤 부는데 선선한 것이 좋다. 금요일 4교시 이전에 수업이 연이어 3시간 있다. 4교시 마치고 급식소에 달려갔더니 메뉴에 딱히 먹을 게 없고 얇게 썰어서 부친 두부 구이를 두 장씩 준다. 야박하게 양이 적어서 아쉬웠다.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서 1kg짜리 대용.. 2021. 9. 26.
9월 23일 주말 끼고 5일 연휴는 그리 길지 않았다. 저녁도 급식으로 해결하고 혼자 하는 저녁 산책 우울해서 나무속에 묻히고 싶어서 걷다 보니 사람이 그리운 거더라. 며칠 딸내미와 함께 있다가 혼자 보내게 된 어젯밤부터 벌써 조짐이 보인다. 익숙해지는 게 왜 이렇게 매번 어려울까. 이제 하루 이틀만 더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우울해서 걷는 무릎이 꺾일 지경이다. 자잘한 일상을 나눌 말동무 하나 없는 내 인생은....... 어쩔 수 없이 좀 쓸쓸하다. 가을 타나 보다. 2021. 9. 23.
광바위 길에서 본 달 나현이네랑 돌마루에서 저녁 먹고 산책길에 본 달. 추석에 나와서 달구경 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미리...... 9월 19일 2021. 9. 22.
물빛소리 정원 카페 포토존에서 휴대폰 카메라 닦지 않고 사진 찍어서 뿌연 것도 많고, 역시 나는 디카가 사진 찍기에 익숙하고 편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날. 풍경 사진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니 어쩐지 여전히 어색하다. 앞으론 디카 충전을 꼭 해놓고 밖에 나갈 때 귀찮아도 들고 나가야겠다. 2021. 9. 22.
9월 19일 주말에 아웃렛에 쇼핑하러 가자던 딸의 변심으로 나는 꼼짝없이 약속도 계획도 없이 갇혔다. 내 이럴 줄 몰랐던가? 일요일 낮에 구원의 전화가 걸려왔다. 나현이 엄마가 우리랑 놀자고 불러내주신다. 내 딸이 결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다. 서로 바빠서 명절에나 특별할 때 아니면 그 집 세 자매와 함께 밥 한 끼 먹기도 어려우니 이럴 땐 꼭 만나야 한다. 덕분에 며칠째 머리도 감지 않고 뒹굴거리던 딸도 씻고 함께 나섰다. 입장료 내고 들어가기엔 좀 아까운 어떤 카페에서 친구네 막내 딸이 찍어준 사진 올해 추석 기념 사진은 이것으로. 2021. 9. 22.
문득 알았다. 오늘에야 순선한 마음이 열렸다. 지방으로 막힌 혈관에 겨우 피가 돌듯하던 내 의식이 정체되었던 구간이 이제 하나 뚫렸다. 화나고 섭섭했던 감정을 걷어내니 내 부족함이 보인다. 어떻게 고쳐야 할지도 알겠다. 이것을 알아채기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하니 참 감사하다. 나를 곤란하게 하는 순간, 그런 인연치고 스승 아닌 이가 없다. 가볍게 무덤덤하게 스쳐서야 어떻게 이런 각성의 순간을 줄 수 있겠나. 감사하게 모두 받아들이고 보니 아무렇지도 않다. 한 번 내려서 먹을 만큼의 원두를 남겨두고 인스턴트커피를 한 잔 타서 마셨더니 심장이 울렁인다. 앞으로 어지간히 컨디션 좋을 때 아니면 인스턴트커피는 마시지 말아야겠다. 이선희 노래 한 곡을 반복해서 듣는다. 내 잘못을 뉘우치며, 같은 실수나 잘못을 반복하지 .. 2021. 9. 17.
태풍 전야 명절 전엔 피할 수 없는 감정일까...... 올해도 어김없이 미리 허전하고 외롭고 쓸쓸하고...... 피곤한데 잠도 잘 안 오고, 배 고픈 것도 아닌데 허기진다. 내일 딸 만나면 이 정도 허기에선 벗어날 수 있을까...... 밤늦게 들고온 카스텔라를 앉은자리에서 반쯤 먹어치웠다. 뭔가 신나는 일을 만들고 재밌는 것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오늘 밤이 고비다. 내일은 괜찮아질 거다. 내일은 일주일 몰린 피로감에 그냥 잠들 수 있을 거다. 태풍이 온다니 내 잡념 망상도 다 쓸고 지나가 줬으면 좋겠다. 많이 먹고 나서 이렇게 금세 후회할 거면서 먹긴 왜 먹었을까. 새우도 사고, 전어회도 사서 딸내미 집에 온 기분 좀 내게 해주고 싶은데 사람 많은데..... 드디어 졸린다.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 한 가지씩 조.. 2021. 9. 16.
9월 16일 네이버에서 이제 막 블로그를 시작하셨다는 어떤 분께서 내 블로그에 찾아오셔서 인사 댓글을 몇 개 남기셨다. 거의 누가 읽고 가는지 전혀 알 수 없던 차에 누군가 댓글을 실명으로 남긴 것이 살짝 머쓱하면서도 감사하다. 2003년에 엠파스에서 블로그 시작한 이래로 계속 오가며 안부를 열어보는 몇몇 블로그 친구분들 외엔 누가 다녀가는지 알 수 없다. 우울할 때 벽 보고 말하느니 블로그에 쓰는 게 습관이 되어 여태 많은 일기를 썼다. 앞으로 뭔가 써도 블로그에 쓰는 것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오늘은 업무 일부를 마무리하려고 야근하면서 잠시 블로그를 열었다가 2020년도 일기 중에 사진 있는 것만 공개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몇 개만 하고 끝낼 참이었는데 작년엔 얼마나 외로웠는지 일기를 참 많이도 .. 2021. 9. 16.
옛날 사람 자신이 아는 것만 옳다고 주장한다. 그것에만 안주하고 싶어 한다. 그 외의 것은 눈밖에서 맴돌다 사라진다. 자신이 경험한 세상 외엔 관심 없다. 때로는 그래서 꼰대 소리 듣는다. 상대주의와 보편주의의 개념을 가르치다가 문득 생각났다. 내가 왜 소위 말해 '옛날 사람'이라고 불리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지. 다른 세대의 생활과 문화에 대해 배척하는 기질과 자기 문화만이 최고라는 믿음이 투철하다. 어디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이 없다. 나이 들고 생각이 견고해지면 깨지기 어렵다. 그래서 말랑말랑한 시기에 깨달음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로 마무리. 오늘 붙이는 사진은 오스트리아 스와로브스키 본사 전시관 입구. 2013년 8월 * 전공 강의로 초기 불교 공부를 시작한 딸과 통화하면서 그런 대화를.. 2021. 9. 12.
담대하게 담대하다는 표현보다 소박하게 '담담하게'라고 쓰려니 남은 내 인생이 짧지는 않겠다. 여태 산 것보다 긴 인생을 혼자 살아야 할 것으로 생각하면 혼자 살아야 할 쓸쓸함에 담대하다는 표현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들추어보니 나이 들어서 짝없는 사람은 많더라만 어디서 어떻게 함께 어우러져 살 사람을 찾고 만날 수 있을까. 일찍 깬 주말, 찾으면 일거리는 쌓였다. 거실에도 공부방에도 옷방에도 넘치는 물건을 정리해서 버리는 일이 늘 남아있는 내 일이다. 조금 더 눈 감고 쉬고 싶다. 딸 보내고 혼자인 삶에 익숙해지기 위해 발버둥 친 거다. 한 열흘 남짓 9월에 적응하느라 마음이 몸살을 앓았다. 책장에 쌓인 책이나 한 권씩 읽어 없애야지. 도서관 개관하기 전에 차례로 반납하려면 읽어야지. 그런데 날씨가 아침저녁으.. 2021.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