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303 헤이즈의 '헤픈 우연' 헤이즈 목소리에 반했어~~~ 좋으면 수십 번, 수백 번 연거푸 듣는다. 한 며칠은 악동뮤지션의 '뱃노래'를 수없이 들었고, 오늘은 저녁 먹고 딸이랑 둘이 이 노래에 꽂혀서 수십 번 연거푸 들었다. 좋은 스피커 이야기가 나왔다. 20대 중반에 지금처럼 택배가 흔하지 않던 1990년대 중반에 버스 타고 용산까지 가서 미니 오디오를 골라서 사 온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땐 고성군에 살 때다. 고성군에서 서울 가려면 마산에 가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고속버스터미널로 이동해서 대구 방향으로 이어진 고속도로를 타고 지겹게 달려야 했다. 그 길고 지겨운 이동 시간과 거리를 견디기 힘들 때 진주 공항에서 비행기 타고 서울에 자주 들락거렸다. 아마도 그때도 비행기 타고 서울 가서 혼자 용산전자상가를 헤매다 어찌어찌 그 오디오.. 2021. 6. 23. 채소튀김 어깨와 등이 무겁다. 새벽에 깨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뒤 다시 잠드는 신공이라도 닦으려고 이러나 싶다. 가보지 못한 길을 지난다. 때가 되었다. 힘들지만 견딜만하다. 얼만 전에 만난 딸 친구 엄마는 견디기 힘들어서 약을 먹는다고 했다. 무슨 약인지 먹으면 견디기 수월해진다면, 혹은 약을 먹어야만 하는 일이라면 지금처럼 견디기만 하는 것은 무지한 탓이다. 산청에서 만난 남 선생님이 곁에 계셨다면 이런 이야기 묻고 다양한 답도 청해 들을 수 있었을 텐데...... 박식하고 다정하고 친절하셨던 남 선생님이 그립다.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힘들었던 그곳에서 나를 위해 종종 맛있는 반찬을 싸 들고 와서 안겨주곤 하시던, 그 계절을 덕분에 무사히 잘 지나왔다. 남 선생님께서 이른 아침에 깨서 부쳐서 가져오셨던 감.. 2021. 6. 23. 6월 20일 집중해서 일할 때 신나지 않아? 난 막 흥분되고 좋은데. 재밌는 책 읽을 때나, 일을 진행하면서 몰입되어 있을 때 엄청 신나. 난 집중이 안 돼서 그런지..... 그런 거 잘 모르겠어. 책도 그렇고........ 긴 여름방학을 맞은 딸은 늦게 잠들고 정오가 넘어서 일어나기 일쑤다. 그리곤 거실 소파를 차지하고 누워서 앞에 의자 위에 제 노트북 올려놓고 누워서 휴대폰을 만지며 시간을 보낸다. 지구의 평화를 위해 나는 내 할 일만 하는 거다. 나도 잘 못하는데 무슨 잔소리를 해. 언제까지나 저렇게 빈둥거리지만은 않겠지. 오늘 처음으로 에어컨을 틀고 싶을 만큼 덥다. 에어컨을 틀려면 뭔가를 꺼내서 씻어 말려서 끼워야 하는데 귀찮아서 그냥 켰다. 이상한 냄새가 난다. 꼭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더 놀고 싶다. 2021. 6. 20.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오늘 연화도 수국 길 걸으러 갈 계획이었는데, 딸 눈치를 보니 밖에 나가기 싫은 모양이다. 아예 정오가 넘도록 잔다. 나도 딱히 나갈 의지가 생기지 않아서 내내 누워서 빈둥거렸다. 월요일까지 꼭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오늘 종일 해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 어쩌다 둘이 앉아서 새 시트콤을 보기 시작했다. 시트콤 제목이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5편까지 보고 나니까 시트콤 제목이 왜 그런지 나온다. 국제 대학교 기숙사에 살면서 갖가지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꾸리는 대학생인 주인공의 집안 형편과 가족에 얽힌 이야기가 드러나면서 여자 주인공인 대학생이 그런 심정으로 살았다고 고백한다. 감정이 얽히기 시작하여 설레고 기대하는 자신의 현실을 어느 순간 마주하면서 정신이 들었다며 주인공에게 가까이 다가선 .. 2021. 6. 19. 이런 게 사랑이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좋다. 평소엔 밀쳐두고 그냥 잤을, 일을 할 의욕도 생긴다. 아침 일찍 병원 여러 곳 도느라 나 따라다니던 딸이 나보다 먼저 곯아떨어졌다. 검사받는 것 자체가 너무 끔찍해서 여태 그 검사는 단 한 번밖에 받지 않았다. 이번이 내 평생에 겨우 두 번째. 아이가 태어나면 젖 먹일 용도로 몸에 생긴 이 부위를 그나마 나는 용도에 맞게 잘 활용한 편이다. 딸 하나 낳아서 어미젖만 먹겠다던 아이 고집을 꺾지 못해서 딸이 세 살 되던 해 봄까지 수유했다.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잔병치레 없이 잘 컸다. 유방암으로 수술한 친구도 있고 최근에 항암치료를 받는 사람도 봤다. 너무 오래 검사 안 하고 건강에 대해 자신하다가 혹시나 일 생기면 곤란하니 신경 쓰여서 크게 맘먹고 검사받았다. 오늘 끔찍.. 2021. 6. 16. 6월 16일 건강검진 지난해에 받았어야 할 국가 건강검진을 받지 않고 유예했다. 올해 6월까지 연장한 건강검진을 받으러 딸이랑 함께 하루 나섰다. 딸은 아침만 굶고, 나는 저녁, 아침까지 걸렀다. 그 바람에 검진 끝나고 점심 먹고 나서 단 것이 먹고 싶어서 카페에 가서 빙수도 주문했다. 팥 들어간 빙수를 좋아하지 않는 딸이 화장실에 가서 오지 않는다. 녹으면 아쉬울 것 같아서 내가 반쯤 먹고 나서야 딸이 한 숟갈 먹고는 결국 내가 다 먹었다. 여긴 우유빙수에 팥만 가득 올려줘서 깔끔한 맛에 나름 유명한 빙수집이란다. 산청에서 알게 된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카페에 이렇게 다녀간다. 그 선생님 댁에서 운영하는 한옥 게스트하우스에도 한 번 가보고 싶다. 마침 강바람이 선선하고 시원해서 걷기 좋았다. 걷기 싫어하는 딸을 구슬려서 터미.. 2021. 6. 16. 프리페민 어제 잠을 잘못 잤는지 오른쪽으로 목이 잘 돌아가지 않고 갑자기 통증이 심해져서 잠을 잘 수가 없어서 다시 불을 켰다. 약서랍을 뒤지다가 '프리페민'이라고 씐 약 한 갑을 발견했다. 유통기한이 2016년까지인 수입 약품이다. 정가 5만 원이라고 찍힌 그 약은 몇 알 들지도 않았는데 상당히 약값이 비싸다. 그 당시 내 형편으로는 그리 비싼 약을 계속 사서 먹지 못했거나 사 먹을 생각도 하지 않았을 거다. 월경전 증후군 치료제. 스위스에서 만든 약인데 얼마나 먹고 괜찮아졌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 약을 사다 준 친구에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말을 한 적이 있었던가. 그러고 보니 그 약을 먹고 몇 해는 말짱하게 잘 살았다. 내가 얼마나 심하게 시달리는지 지켜본 유일한 목격자이기도 했고, 나는 찾지도 못.. 2021. 6. 15. 6월 14일 2만 원 대에 싸게 산 면 원피스를 제때 환불하지 않아서 그냥 입기로 했다. 등에 지퍼나 단추 없이 만든 옷이어서 품이 어마 무시하게 넓다. 날씬한 사람이 입으면 그래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내가 입으니 영락없이 임신복 같다. 그래도 꿋꿋하게 입고 동네 산책을 나갔다. 야근해도 모자랄 일거리는 도대체 어찌 끝낼지 모르겠다만...... 싸들고 온 일거리는 열지 않고 좀 걷다가 와서 씻고 나니 통증이 곳곳에 느껴진다. 너무 많은 통증에 끊임없이 시달리다가 거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기 위해 몸에 갇힌, 혹은 몸이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는, 혹은 몸에 치우친 의식을 분리하여 관찰자가 되는 연습을 10대 초중반에 시작했다. 10대에 그 깡마른 몸에 극도로 예민한 몸과 정신이 하루도 아프지 않은 날이 없다고 느낄 정도로.. 2021. 6. 14. 빗소리에 홀려서 그 집 앞을 기웃거린다. 어느 날은 그의 흔적을 훑다가슬며시 뒷걸음치듯 문지방을 넘는다.어느 날은 절간같이 조용한 집에서적막감을 느낀다는 그의 한숨을 읽는다.그가 쓸쓸하면 어쩐지 기분 좋다.나만 외롭고 쓸쓸한 것보다 한결 기분 좋다.아직은 늦봄,촉촉한 빗소리에 무너진다. 가질 수 없는 것을 향한 욕망이숨을 쉴 때마다 뿜어 올라왔다가 잦아들기를 반복한다. 가까이 산다면, 말없이 찾아가 그 집 문을 두드리고 싶다. 내 얼굴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혼잣말,품었다 꺼내 보는 상상 속의 남자내 가슴은 텅 비었고,그는 나를 알지 못한다. 2021. 6. 11. 6월 11일 햇볕에 태우지 않아도 까무잡잡하던 내 얼굴은 점점 더 까맣게 타들어간다. 이제 너는 가망이 없다고 말하는 듯 샛노래진 눈....... 거울을 보는 게 두렵다. 이런 내 모습을 대면하고 싶지 않아서 남보듯 흘려보았던 내 눈빛이 오늘은 슬프고 무섭다. 퇴근 전에 휴게실이라도 가서 잠시 누워야지. 2021. 6. 11. 6월 8일 야근 신청하고 어제저녁을 거르고 일한 게 힘들었던 기억이 나서, 오늘은 야무지게 저녁을 먹었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안 먹던 고기며 감자튀김까지 주는 대로 먹었더니 속이 부대낀다. 심상찮은 내 모양이 체했다. 한 시간은 헛일하고, 한 시간 겨우 채우고 일어섰다. 주변에 아무도 눈에 띄지 않는 길에서 딸에게 전화했다가 어제저녁에 느꼈던 감정이 떠올라서 통화 중에 또 엉엉 울었다. 아무래도 눈물 꼭지가 고장 난 모양이다. 힘들어서 오늘은 일찍 씻고 눕는다. 2021. 6. 8. 꿋꿋하게 뻔뻔하게 예정대로 일과 끝난 뒤에 여러 해 손 놓고 풀어본 적 없는 수학 문제를 붙들고 있었다. 중학교 다닐 때부터 수학은 손 놨다는 학생이 한 시간 만에 지수 연산 문제를 척척 풀어냈고 표정이 이내 밝아졌다. 수학 문제 푸는 것도 일종의 기술이라며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이 비결이다. 평소엔 집에 돌아와서 거의 드러눕는 시각에 일을 벌여서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꿋꿋하게 정한 분량만큼의 수학 공부를 함께 했다. 걸어가도 좋을 거리인데 저녁도 못 먹고 지쳐서 걷기 싫어서 버스를 탔다. 마침 버스 정류장이 보이는 곳에 들어서니 띄엄띄엄 아주 가끔 오는 우리 동네 가는 버스가 온다. 망설이다가 걸을까 했던 생각이 쏙 들어갔다. 버스에 올라탄 뒤에 교통 카드를 찾았다. 카드를 찍고 빈자.. 2021. 6. 7. 문득....... 오늘 해야 할 일을 얼추 다 했고, 휴대전화는 어느새 수면 중 방해금지 상태로 바뀌었다. 오늘은 수명이 다한 거다. 그런데 어쩐지 허전해서 시집 한 권을 급히 찾았다. 찾는 시가 있었는데 찾다가 잊었다. 그 시를 한 번 베껴 쓰고 나면 잠이 잘 올 것 같았다. 그런데 책장에서 생각지도 못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옛날 엠파스 블로그 친구가 블로그에 썼던 글을 2006년에 엮어서 보내줬다. 100권뿐인 이야기 모음집. 그 시절엔 그 블로거는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이었는데.......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다. 블로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쿵쾅거리던 사람인데 정말 그 책을 받은 것도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그 블로거가 스위스에 공부하러 가서 찍어 올린 사진을 보고 나도 스위스에 가고 싶었다. 오늘 책 표지에서.. 2021. 6. 6. 내 입맛대로 내 생각대로 내 블로그는 열린 내 일기장이다. 일기장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고, 언젠가처럼 누가 몰래 읽은 것이 속상해서 울지 않아도 되고, 사진도 보관할 수 있다. 아무 데서나 읽고 싶을 때 접속해서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가끔 자신을 돌아보고 싶을 때 지난 일기를 읽는다. 사춘기 때 내 일기장을 몰래 본 엄마가 보는 앞에서 그 많은 일기를 갈기갈기 찢어서 마당에서 불을 지펴서 태웠다. 대학 4학년 때부터 대학원 다닐 때 나를 쫓아다니던 남자가 하숙방에 몰래 들어와서 내 일기장 몇 권을 다 들고 가서 읽은 것이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하숙집 월식 생으로 들어와서 매일 나를 관찰했고, 하숙집 할머니께 거짓말하고 내 방 열쇠를 얻어서 내 방 곳곳을 다 뒤졌다. 옷장 안에 넣어둔 두꺼운 일기를 다 가.. 2021. 6. 6. 시차 적응 20대에 시작한 PC통신 게시판에 꽤 많은 글을 썼다. 그 당시에 고성군에 살아서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는 그곳에 나가도 오일장 서는 날 장 구경 하는 것 외엔 갈 데도 없었다. 그때부터 내 인생은 사이버 공간에 거의 일체화되었다. 종교 모임도 사이버 공간을 통해서, 여행도 통신 동호회를 통해서, 연애도 통신을 통해서. 꽤 많은 생활이 통신을 빼고는 생성되지 않을 정도로 내 일상은 시간대만 일치하면 어디에 사는 누구거나 상관없이 말을 건네고 말이 통하면 가까워졌다. 어떤 어둠이 엄습했던 시절 내가 알지 못하던 세계와 지혜를 가진 사람을 만나고 싶은 열망이 강했다. 그 시절에 게시판에 시를 올리던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그가 사는 고장에 초대해서 만나러 갔다. 내가 궁금해하는 것을 만나면 .. 2021. 6. 6.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시지 이제 곧 정오다. 자정에 신데렐라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내가 설정한 시각이다. 일요일 정오가 넘으면 천하에 둘도 없는 백수, 한량에서 다음 주 일상을 준비해야 하는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다음 주는 빡빡하여질 예정이다. 준비해야 할 게 많다. * 누군가 '수술'로 내 블로그를 검색한 모양인데 뭐가 그리 궁금할까? 분명 그 수술에 대해선 기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몇 달 앓았다고 써놨는데, 글 읽을 줄 모르나 보다. 내가 꽤 적나라한 기록을 하긴 하지만 그렇게 많이 아플 때 어떻게 일기를 쓰나. 병원에 혼자 가지도 못할 만큼 아팠는데.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수술받을 때 보호자가 없어서 일찍 받아야 할 수술을 받지 못하고 그렇게 아픈 것을 키우며 살았던 내 인생이 그냥 그런 거라고 잘 버텼는데.. 2021. 6. 6. 일요일 오전 일찍 일어나서 최대한 빈둥거리며 오전을 보낸다. 출근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월요일일까 봐 긴장해서 몸이 일찍 깬다. 어제 오후 늦게 나선 산책길에 자주 배달 주문하는 빵집에 들러서 빵을 두 개 샀다. 어제 밤늦게 뭔가 먹어야겠었어 냉장고에 남겨둔 음식을 서서 먹어 치우고 노트북을 펼치니 빵 생각이 났다. 치즈와 양파로 맛을 낸 빵을 한 입 베어 물고 보니 끊임없이 그 맛을 탐하게 된다. 반 넘게 먹고 봉지를 닫았다. 그 빵 남은 것을 먹으려고 아침에 커피를 내렸다. 서비스로 받은 원두를 그라인더 갈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예전만 못하지만 달지 않고 맹맹하지 않은 음료를 마시고 싶었다. 직장 동료분이 알려준 커피 주문 사이트에서 공용으로 함께 마실 커피 두 봉지를 샀더니 처음 보는 이름표를 붙인 원두 100g을.. 2021. 6. 6. 여기 오지 마세요 알고 싶지 않은 사소한 남의 비밀, 객관적이지 않은 자신만의 표현으로 늘어놓는 개인적인 잡담이 있을 뿐인 이곳에 오지 마세요.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읽지 마세요. 기억을 다 잃은 누군가처럼 나도 그런 사람이 될까 봐, 다 기억하지 않아도 되지만, 혹시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게 될까 봐 생각을 그려서 담아 놓을 뿐이에요. 내 이야기를 함부로 읽지 마세요. 당신이 누군지 한마디도 할 수 없으면서 내 이야기를 속속들이 읽는 것은 좀 비겁하지 않나요? 2021. 6. 6.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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