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섬 <2003~2009>175 날씨가 너무 좋아서 오랜만에 산책을 나갔다. 그동안 핑곗거리가 많아서 걷지 못하던 길을 걸었다. 지난겨울 이를 악다물고 눈물을 삼키며 걷던 기억이 났다. 연신 쏟아지는 기침과 재채기를 참을 수 없었던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모든 것이 좋아져 있다. 이렇게 주저앉지는 않을거라고 어떻든 나는 열심히 살아낼 거라고 울면서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걷던 길이었다. 어떤 날은 다리 위에서 그냥 뛰어내려버리고 싶은 날도 있었다. 그래도 살다 보면 좋은 날 있을 거라고 울고 있는 나를 다독이며 걷던 길.... 과연 혹독한 겨울을 넘기고 나니 봄날이다. 오늘도 걸으며 한 가지 결심을 했다. 2006. 5. 3. 모녀가 한통속(?) 꼬맹이 앞니가 빠진 지가 오래되었는데 저 이는 언제 다시 나려나? 앞니 빠지고 나선 이 드러내고 웃질 않더니 이번엔 제대로 잡혔다. 아... 우리의 이 가증스런(?) 표정 지영이는 손가락에까지 힘들어갔다. 킥~ 우리가 카메라 앞에서 이런게 어디 한두 번인 가요. 낮에 나가서 결국 한동안 구불구불했던 머리를 좍 펴버렸다. 내 성질에 굽실굽실한 파마머리가 어울리기나 한가. 그냥 생긴 대로 살아야지.... 거울 앞에서 카메라를 들고 설치니 지영이가 날 찍어준다고 한 수 더 뜨길래 같이 셀카 놀이를 했다. 모녀가 카메라 앞에서 가증스러운 미소를 띠는 것엔 한통속!!! 굽실굽실한 머리가 내 이미지를 훨씬 부드럽게 해 준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그런 머리를 손질하고 간수하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귀찮았고 푸석푸.. 2006. 4. 21. 4월 21일 용기를 내어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어느 블로그 메인에서 본 말인데,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나는 이미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 단계로 들어선 것 같기도 하고 내 생각이 무엇인지도 요즘은 잘 모르겠다. 2006. 4. 21. 어느새 짙어진 초록 저 아이에게서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저만큼 자라는 동안 행여 내 눈길, 내 손길이 없으면 어떻게라도 될까 봐 그렇게 아이에게만 매달려 살았다. 그런데 요즘은 아이를 챙겨서 내려보내고 난 위에서 가만히 바라본다. 아이를 태우러 오는 노란 차가 와서 태워가는 것만 확인하면 집 안으로 들어와 버린다. 집 앞에서 배웅하고 오기 전에 나가서 기다리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우리 사이에도 이만큼 간격이 생겼다. 그래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 아이가 자란 것이다. 아이가 자랄수록 내 가슴에 빈 자리는 더 커져가는 것만 같다. 어느새 초록이 짙어졌다. 초록 앞에서 내가 너무 초라해 보인다. 밀린 잠이나 오전에 실컷 잘까 했더니 하늘이 날 돕는구나..... 하필 오늘 옥상에서 방수작업한다고 부실한 부위를 두드려 .. 2006. 4. 21. 4월 19일 경남 고성군 무이산 문수암에서 내려다본 풍경 이불속에서 펑펑 울고 머리맡에 화장지가 수북하게 쌓인 뒤에야 정신이 조금 들었다. 조금만 울면 코가 막히고 목도 막혀서 오래 울지도 못한다. 오래 울다간 호흡곤란으로 119에 실려 가야 할 지경이 되니 어지간히 울고 나면 어떻든 내 감정을 수습하고 울음을 멈춰야만 한다. 술도 잘 못 마시고 실컷 울지도 못하니 감정이 북받칠 땐 뭔가 가라앉힐 비법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내 눈물이 나 아픔에 스스로 침몰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대체로 슬픔에 깊이 빠져들었다가도 빨리 헤어 나온다. 그 암담한 기분은 몇 주간 쌓인 피로 때문에 더욱 부채질 된 것일지도 모른다. 반가운 전화 한 통, 같이 재즈댄스 배우기로 했던 팀 중 제일 친한 샘의 전화다. 거의 학원이나 비슷한 .. 2006. 4. 19. ㅠ.ㅠ 10여 년 사이 내 전후 사정을 이럭저럭 아는 분이 안부를 묻는 전화를 걸어왔다. 이사해야 한다고 그러더니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다. "요즘은 좋은 차 타고 싸모님들하고 골프도 좀 치러 다녀주고 그래야 고액과외 들어온다는데, 너처럼 그렇게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돈은 언제 버냐? 그래 가지고 큰돈 벌기나 하겠나? 지영이 학교 들어가면 돈 들어가는 게 장난 아닐 텐데....." '좋은 차도 없고, 잘 아는 싸모님도 없고, 골프도 못 치니깐... 그냥 이리 살다 죽을래요.' 그 다음 이런저런 현실적인 걱정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이야기 끝에 "그런 걱정 하지 말고 그냥 좋은 남자나 한 사람 소개해줄 것이지 말이에요... 흥~" "미안하다.. 좋은 남자들은 이미 좋은 여자들이 다 꿰 차고 살고 있는지라.... 2006. 4. 18. 안부 블로그하다 사라지신 분들은 외계인이 납치해간 것일까? 특히 '마징가제트'님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 블로그에 와서 그동안 친한 척(?) 해주시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신 많은 분들..... 그렇게 사라지시면 저는 어떡합니까? 잔정 많고 눈물 많은 저..... 마음 정리하게 미리 선전포고라고 하고 가시지 않고..... 정이 고파서 그럴까요? 진하게 끓인 강된장에 열무김치 넣어서 한 그릇 따뜻한 밥 비벼먹으면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그런 맛으로 기억되던 정다웠던 이름들..... 어디서 뭘 하고 계시옵니까? 썬님은 논문 쓰시느라 바쁘실테고..... 또... 어떤 분은 강물따라 어디론가 사라지셨고..... 행방이 묘연하신 분들 모두 어디선가 잘 살고 계시리라 믿으면 되는거죠? 2006. 4. 17. 진짜 행운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 토요일 오후 학생들이랑 한의원에 다녀오는 길에 로또 복권을 구입했다. 지영이를 비롯하여 그 학생들 둘이 차례로 번호를 대략 찍어서 5,000원어치를 샀다. 무슨 대단한 기대를 하고 산 것은 아니지만 막연하게 아직도 벗어내야 할 굴레가 많은 나로선 가끔 생각지 못한 보너스가 있어 줬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그걸 사면서도 4등쯤이라도 걸리면 아이들이랑 밥이나 한 끼 맛있는 거 사 먹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그게 마침 4등에 걸렸다. 당첨금이 5만 원 정도였는데 세금을 제하면 3만 원이 못 될 것 같다. 어제저녁은 그 돈을 받은 거로 생각하고 복권을 살 때 마음먹었던 대로 아이들과 저녁을 먹는 데 썼다. 어쩌면 저녁값이 더 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즈음만 되면 다시 새달 회비를 받을 때까지 열흘 이상 남았는데도.. 2006. 4. 17. 행복한 저녁 시간 일요일 낮에 초대받은 점심을 잘 먹고도 어쩐지 허기지는 마음.... 일요일에 나와서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도 그랬는지 배는 고픈데 먹고 싶은 게 없다길래 함께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엘 갔다. 아이들은 피자 한 판을 시켜서 나눠먹고 나 혼자 더 맛있는 거 먹었다. 어제 목욕탕가서 쓰러질 뻔하고선 내가 음식 먹는 것에 문제가 있어서 좀 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에.... 늘 내가 먹는 것 챙기는 것엔 다소 무성의하고 부실했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현태의 깜찍한 표정 한 컷 실은 더 뒤에 보이는 아저씨들이 자리에 앉아 계속 담배를 피워댄 것 때문에 화가 나서 웨이터를 불러 공기가 탁하다는 이야기를 두 번 했다. 그러던 중에 입바른 소리 곧잘 하는 내 성미에 결국 한마디 대놓고 하고 말았다. 아저씨들은 눈을 똑바로.. 2006. 4. 16. 4월 16일 비가 연이어 내리더니 어느새 신록으로 뒤덮인 세상이 4월의 햇살을 받아 더 싱그럽게 빛나고 있었다. 늦잠을 자고 밀린 집안일을 하는 정도로 보낼 수밖에 없는 일요일이라도 오후에 다른 계획이 없었더라면 일찌감찌 씻고 어딘가로 바람을 쏘이러 나섰을 터이다. 수요일부터 시험이라 이번주는 일요일도 반납하고 일을 하기로 했다. 학생네 집에 점심 초대를 받아 밥 먹으러 나갔다 오니 오후의 햇살이 어느새 늘어지고 있다. 지난번에 가서 장어를 맛있게 먹었던 그 학생네 식당에서 장어구이를 먹었다. 가끔 인사로 식사대접을 받는데, 먹는 것보다는 그런 기회가 아니면 바쁘게 사는 그 아이 부모님과 얼굴을 대하고 대화할 시간이 없어서 초대를 하면 거절하지 않고 꼭 나가게 된다. 장어가 익기만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지영이 2006. 4. 16. 4월 15일 일주일간 누적된 피로가 주말만 기다려왔는데, 이번 주도 역시 다음 주에 시험 치는 학생의 일정 때문에 마음대로 쉴 수가 없게 되었다. 어제 고성에서 시작된 국제 공룡엑스포에 오늘쯤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아무래도 다음으로 미루어야 할 것 같다. 구경을 충분히 하려면 움직이는 동선이 서너 시간은 족히 넘는다 하니 아마도 주말에 가면 4-5시간은 넉넉하게 잡아야 놀면서 즐기고 구경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오전 수업 마치고 학생들이 오면 시험 공부 한다는 핑계로 밤 시간까지 함께 있어야 할 텐데, 그보다는 어제 엉뚱하게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다음날까지 공부하고 가면 안 되겠냐는 말이 어쩐지 걸린다. 우리 집이 좋아서가 아니라 사촌인 두 녀석이 함께 자면서 재잘거리고 일요일 오전에 부모님의 성화 없이 실컷 .. 2006. 4. 15. 4월 14일/지영이 7살 생일 이젠 꽃도 다 지고 잎이 푸릇푸릇하게 올라온 벚나무들... 밖에 나가려니 때맞춰 민방위 훈련하느라 차가 다 멈춰서 있었다. 블랙데이라기에 나도 나가는 길에 검은색 옷 입고 이마트 시장 보러 갔다가 자장면 한 그릇~ 우리 꼬맹이 생일 파티. 지영이는 이제 일곱 살! 어릴적어릴 적 한참 자라며 변화가 많을 때 지영이 사진을 많이 찍어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디카를 산 후로는 자주 지영이 사진을 찍어준다. 내 어릴 적 사진이 거의 없는 것은 사진 찍는 것을 너무 싫어했던 탓이기도 했고, 그 당시엔 부모님들 세대가 아이들 사진까지 찍어 사진첩을 채울 만한 여유가 없는 피곤한 삶을 살아내야 했던 까닭일 것이다. 나도 지영이 서너 살 때까진 도무지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야했고, 아이.. 2006. 4. 14. 블로깅 사람이 다른 걱정 없이 나약하다 할 만큼 감정과 감상에 빠질 수 있는 때가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20대의 견고한 나를 무너뜨릴 수 있었던 가장 확실한 포환은 사랑이란 것뿐이었을 테다. 사랑을 잃는 아픔만큼 내 몸과 정신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만한 것이 또 있었을까. 이제 그때와는 다른 나이가 되었으니 내가 그만큼 흔들릴 만한 요소가 사랑은 아니겠지만, 가끔 속절없이 감정에 나부끼는 마음을 얌전하게 접지 못하고 속치마 바람에 한밤 산책을 하는 이상한 여자처럼 보이더라도 내 마음이 갈팡질팡 감정의 밭을 온통 헤매고 다니는 것이 싫지는 않다. 가끔 하루 정도는 내 마음이 그렇게 맘껏 하고픈대로 하도록 두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조차도 절제라는 벽 안에서 뛰어다니는 것이라 혼자 생각만 수없이 하.. 2006. 4. 13. 낮잠 한숨 자고 깨어나 보니 하늘이 말갛다. 주섬주섬 치워놓고 오늘은 바닷가에 나 갔다 와야겠다. 바다가 보고 싶다. 혼자 멍하니 바라보고 앉았던 바다는 요즘 어떤 빛을 띠고 있을까. 다리를 건너며 버스 안에서 내려다보이던 바다는 항상 고정된 판박이 그림만 같았다. 어제까지 있었던 모든 일이 오늘 낮잠 한 숨에 모두 꿈이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어젯밤 내가 '그'로 오해했던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제가 찾던 그 분은 정말 돌아가셨나 봅니다. 그동안 실례가 많았습니다.' '아니요... 살아 있어요... 지금 없는 것뿐이죠..' '그게 무슨 뜻인가요?' '말 그대로.. 지금 없는거지...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죠.' 그 대답에 나는 그만 눈물을 쏟을 뻔했다. 이름과 나이가 같고 생김새도 비슷하다고 착각한 그분.. 2006. 4. 12. 푸른빛과 만나다 초록에 반하여 초록빛 푸른빛 옷을 사 들고 왔다. 푸른색 옷을 입고 온몸 그득 푸른 물 담고 어둠을 관통하는 빛을 헤아린다. 조곤조곤 귓가에 속삭이듯 내리는 빗소리에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 밤을 오늘에야 만난다. 2006. 4. 10. 休 休 그때 그 마음 버릴 수 없는 댓글들 때문에 옮김. 2005. 12. 19. 11월 29일 가끔, 끝없이 책임지고 견뎌내야 하는 현실을 무엇에건 의지하여 도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 완벽한 탈옥은 있을 수 없기에 다만 공상의 단계에서 끝나버리지만 과연 도피할 곳이 있기나 한 걸까 간혹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순간 정신을 돌이켜 돌아온 자리에서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상황이 현실이었을 때의 암담함, 지금 내 앞에 주어진 현실이 그만큼 힘든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자신을 조이려 드는 습성과 현실 안에서 좀 더 편안하고 자유로워지고 싶은 갈망이 뒤엉켜 침을 삼키게 만든다. 어딘가에 파묻혀 더 힘차게 일어설 힘이 붙을 때까지 이 퍽퍽한 다리를 쉬게 하고 싶다. 아직도 빨리 달리기를 머뭇거리는 마음도 좀 더 편안한 자리에 눕게 하고 싶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굳게 다져 먹고 결심해도 밤.. 2005. 11. 29. 또 다른 길 이제는 좀 완만한 길로 걸을 수 있을까...... 편안해지기만을 바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 집에서 모질게 든 정 훌훌 털고 목요일엔 이사를 간다. 며칠째 몸이 긴장되어 잠을 잘 못자면서도 기분이 좋다. 아직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하였는데도 그래도 기분이 좋다. 한 가지라도 좋아지는게 어딘가. 모든 게 한 번에 흡족할 만한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정말 큰 욕심이다. 이만하면 너무나 즐겁고 행복한 변화다. 낮에 보물상자를 새로 산 박스에 옮겨 정리하면서 울산 주소로 97년 8월 등기 소인이 찍힌 편지 봉투 한 장을 발견했다. 내 기억엔 울산엔 아는 사람이 없다. 기억을 열심히 더듬다보니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역시 그 당시엔 얼마나 자세히 기억하고 있던 사람인지에 대해선 .. 2005. 10. 3. 이전 1 2 3 4 5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