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250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은 하지 말아줘~~ 우리 집 꼬맹이는 세 살이 다 되도록 모유를 먹었다. 한때는 이러다 시집갈 때까지 젖을 못 떼는 게 아닌가 하는 장난스러운 걱정을 할 정도였다. 잠들기 전에 안아줘야 잠을 자는 버릇은 남아 있지만 다행히 아주 가끔만 빼곤 가슴을 만지거나 하진 않는다. 그런데 어젯밤은 어쩐 일인지 슬쩍 가슴을 만지며 툭툭 치더니 "엄마 왜 이렇게 푹신푹신해?" 한두 번 만져본 것도 아닐 텐데 뭔가 오늘은 손에 닿는 느낌이 각별했던 모양이다. 살 빠지면 얼굴 살과 가슴살부터 빠진다는 카키님처럼 나도 예외는 아닌지라.... 아이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서 얼렁뚱땅 얼버무렸다. "그냥 얼른 잠이나 자..." 내가 뭐라고 설명을 한들 녀석이 아직 이해 할리 없음으로 그 밤에 장황하게 뽕브라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다간 우스운.. 2005. 3. 16. 매화축제에 갔다가.....<2005/03> 매화꽃 축제를 보러 간다는 핑계로 길을 나섰다. 지난 주말에도 갔었지만 갑자기 몰아친 눈바람에 차를 한번 세워보지도 못하고 그냥 내달려서 사진 한 장 남겨오질 못했었다. 이번에도 별 다를 바 없는 곤혹스러운 날씨였다. 바람 부는 강가에 서서 저 물길 끝닿은 어딘가에는 아직도 기억되고 있을지도 모를 희미한 옛 추억을 더듬는 마지막 여행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들뜨고 한편으론 가라앉은 마음으로 물길을 더듬어 갔다. 광양 매화 축제는 섬진교 입구에서 교통편을 완전히 통제하여 마을로 들어가려면 강변에 주차하고 셔틀버스를 타야만 했다. 주차하고 줄 서서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마을로 이동하는 시간이 줄잡아 한 시간은 걸렸다. 셔틀버스를 타려는 사람들 틈에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저 .. 2005. 3. 14. 이상한 습성 요즘 부쩍 외식하는 일이 잦다. 때로는 일상이 고루하거나 피곤하여 식사 준비를 하기 싫은 날도 있고, 단 둘뿐인 우리 집 밥상을 먹을만하게 차리려면 시장 보는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차라리 외식하는 게 나을 때도 많다. 하지만 자주 밖에서 밥을 먹게 되면 불안해진다. 집에서 내 손으로 정리해놓은 주방에서 밥을 해서 먹어야만 뭔가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집안 정리에도 소홀해지고 집안이 어수선하면 요리하기가 싫어진다. 그래서 또다시 밖에서 뭔가 간단히 사 먹고 때우는 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다 보면 며칠 사이 나도 모르는 스트레스가 생긴다. 안정감의 결여. 바로 그것이다. 집을 깨끗하게 치우고 내 손으로 뭔가 먹을 만한 것을 만들어놓았을 때 느끼는 편안함을 느끼고 싶다. 너무 밖으로.. 2005. 3. 12. 결국 검사를 받았다. 끊임없이 내게 묻는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 겉 발린 생각이나 감정 따위에 연연하지 말고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하고 그렇게 살려고 한다. 생각은 때때로 변하고 감정은 바람만 같다. 기어코 이 길고 긴 전투에서 후회를 덜 남기는 선택을 하고 당당히 살아남을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또 해보아도 힘이 빠진다. 지금 내 삶에 가장 필요한데 모자란 것은 무엇일까? 고집스럽게 거부하며 자신을 주춤거리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도 변하지만 내가 변하는 속도는 너무 느리다. 거의 변하지 않은 비슷한 모습으로 시계만 보고 있다. 대안과 실천 없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 지겨워 칼날 같은 사람들의 글조차 읽고 싶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이제는 잊어버린 것 같다. 나는 무얼 찾고 .. 2005. 3. 3. 갈치구이 쌀뜨물로 구수하게 시래깃국을 끓여놓고 사 온 갈치 중에 굵은 것만 골라서 몇 토막 굽는다. 갈치 굽는 냄새가 좁은 집안에서 진동하다 열린 창 너머로 마당까지 넘어간다. 갈치를 처음 먹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기분이 들뜨고 좋은지 모르겠다. 며칠쯤은 식단에 신경을 못 쓰고 대충 먹이다 뭔가 신경 써서 음식을 할 때 기분이 꼭 이렇다. 엊그제 싱싱한 고등어를 사다가 찌개 끓여서 맛있게 잘 먹고 한 그릇 아직 남았는데 데워서 먹을 생각 않고 새로 입맛 돋울 음식을 마련하는 내 꼼꼼하지 못한 살림 솜씨는 누가 흉볼 사람 없으니 괜찮다. 데워 내놓으면 한 때 맛있게 먹은 걸 다시 맛있게 먹진 않는 아이라서 신경이 쓰인다. 매번 끼니때마다 다른 반찬을 해주진 않지만, 오늘은 산에도 다녀오고 바람 쐬고 돌아오는 길.. 2004. 11. 7. 변방의 푸른 바다, 비극을 잉태하다. 뜨거운 물로 지친 몸을 달래고 있다. 생활 리듬을 무참하게 깬 피곤한 내 행동이 결국 몸에 책임을 물었다. 그래서 지독한 감기를 앓을 예정이다. 어제부터 불편해진 몸이 드디어 반란을 시작했으므로. 어떤 일이든 원인 없이 결과가 주어지는 경우는 희박하다. 가끔 우연의 소치도 있지만, 필연일 수밖에 없는 결과를 겪으면서도 불평한다. 원인 제공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무심결에 스쳐 지나버렸거나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감기를 앓게 된 원인을 충분히 제공했으니 몸이 아파도 할 말이 없다. 그동안 잘못한 것을 반성하며 알뜰히 내 몸을 챙겨야 사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뜨거운 물을 끓여서 발을 담그고 한참을 앉아있었더니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찬 기운이 조금은 잦아든 느낌이 든다.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아니.. 2004. 11. 4. 마음이 나드는 자리 "선생님은 왜 맨날 그 잔에만 커피를 마시세요?" 우리 집에 공부하러 오는 아이 하나가 그렇게 불쑥 물어왔다. 나는 언젠가부터 유리 머그잔에 커피를 마시는데 매번 그 잔만 찾아서 마시고 있다. 아이들 보기엔 썩 예쁜 잔도 아닌데 매번 그 잔에만 마시는 게 이상하게 보였나 보다. "응.. 나는 이 잔이 제일 좋아." 그 잔이 제일 좋은 이유는 제일 예쁜 잔이어서도 아니고 제일 큰 잔이어서도 아니다. 커피를 머그잔에 그득 부어 마시니 예쁜 커피잔은 있어도 거의 꺼내 쓰질 않는다. 손에 익은 이 머그잔은 커피를 부어 마시기 시작하면서 이젠 커피색이 배일 정도로 많은 커피가 담겼었고 내 손에 익어서 다른 예쁜 잔이 있어도 쉽게 거기에만 손이 간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자기에게 익숙해지고 정들면 쉽게 버리지 못하는.. 2004. 11. 4. 공연히 찍어본 셀카 콧물, 재채기의 계절인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 탓인지 쉴 새 없이 재채기를 하다 보니 코끝이 빨개지고 지친다. 수요일은 일이 조금 빨리 마치는 날이라 낮달 언니 화실에 잠시 들렀더니 신형 디카폰을 샀다고 꺼내서 보여주셨다. 시험 삼아 사진을 찍어보니 대단한 고화질 핸드폰은 아니라는데 엊그제 찍어본 동생의 카메라폰과는 차이가 엄청나게 났다. 잠을 잘 못 자서 눈은 퀭하고 부스스하다. 아이처럼 처음 만져본 디카폰을 잡고 요리조리 만져보다 카메라 성능 테스트한다는 핑계로 내 사진을 두 장 찍었다. 얼굴에 주름살 생기는 건 나이 들면 어쩔 수 없다지만 그래도 갈수록 나이 든 티 나는 내 모습이 가끔은 몹시 서글퍼진다. 나이만 먹고 일없이 사는 내 가볍고 허퉁한 삶이 그림자처럼 얼굴에 드리워.. 2004. 11. 3. 편지 바람이 불고 비가 쏟아지는 밤이다. 작은 소리에도 놀라서 문이 잠겼는지 다시 확인하게 된다. 잠들기 전에 지영이가 나에게 편지를 썼다. 자꾸만 말을 시켜서 종이 한 장을 주고 내게 하고픈 말이 있으면 뭐든 써보라고 했다. 다섯 살짜리가 글 배워서 무슨 말이든 편지로 쓸 수 있다는 게 예뻐서 마냥 흐뭇해진다. 컴퓨터 앞에서 게임을 하는 내 등 뒤에 작은 의자를 가져다 놓고 빗으로 계속 내 머리를 빗겨주고 면봉으로 귀도 닦아주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란 걸 아는지 오늘은 말도 없이 시큰둥하게 있는 엄마를 위해 풀서비스를 해준다. 편지 쓴 종이를 펴놓고 나는 괜히 혼자 마음이 찡해진다. 코끝도 찡해진다. "어린이집에서 골고루 먹습니다. (집에선 좋아하는 것만 먹는데...다행...) 친구를 안 괴롭힙니다. (.. 2004. 11. 1. 나의 짝사랑 블로그 카키 님이 '대체 누구지.....'라고 남긴 댓글 밑에 결국 손가락이 근질거려서 들통 내고 말았지만 난 그 블로그에만 가면 괜히 가슴이 뛴다.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르면서도 그 사람이 만든 포스트를 보면서 이질감도 느끼지만, 괜히 설렌다. 때론 가슴에 잔잔한 물결처럼 미묘한 전율도 느낀다. 그 블로그는 다른 별에서 온 왕자님이랑 솜사탕 먹으며 동화 나라에서 노는 것 같은 기분으로 쓱 들여다보고 오곤 한다. 현실적인 생각들을 굳이 동원해서 사람을 분석하고 판단할 필요까지 느끼진 못하기 때문에 한 곳이라도 그런 느낌이 드는 곳이 있다는 것이 그냥 좋은 것이다. 되도록 이런 환상을 깨지 않고 오래 그 기분을 느끼고 싶다. 실제로 그 블로그 주인을 만나서 이야기하거나 하는 것 자체는 상상해보지 않았다. 그냥 지.. 2004. 10. 24. 그 과자 어디서 샀어요? 으헉 황당한 거.... 이 꼬맹이들 내 과자에 눈독 들이고 있잖아~ 화실 문을 열어놓고 한 시간 남짓 심심할까 봐 블로깅 하면서 커피랑 먹으려고 산 비스킷을 이 화실의 깜찍이 자매 민주와 민영에게 하나씩 나눠주고 나도 야금야금 먹고 있는데, 이 꼬맹이 둘이 내가 있는 자리에 교대로 두 번, 세 번씩 와서 말을 시키고 가는 것이 아닌가. 처음엔 몰랐지만 두 번째 올 때 책상 위에 올려진 내 비스킷 봉지를 힘주어 쳐다보는 것을 보고 눈치챘지만, 모른 척 시치미를 뚝 따고 능청스레 하는 말에만 대답하고 커피만 마셨더니, 녀석들 세 번째 와서는 "이 과자 어디서 사셨어요?" 그리고 구구절절 과자 타령인데 이미 낮달 언니에게 그 녀석들의 깜찍하고 다소 엽기적인 습성을 들은 적이 있기 때문에 나는 어떻게든 더 시치.. 2004. 10. 8. 茶 한적한 시골길로 달리는 노선의 시내버스를 타고 벼가 노랗게 익은 논 사이로 열린 길을 걸어 찻집을 찾았다. 유혹하듯 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따라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내 뜨거운 가슴이 새삼스레 잠시 웃음 짓게 만드는 오후였다. 이대로 낡고 정든 신도 벗고 길 따라 무작정 그저 걸어가고만 싶은 가을 길..... 황금빛 갈기 사이로 상처를 숨기고 또박또박 걸음을 내딛는 상상 속의 동물이나 천국으로부터 추방당한 한때는 신의 일족이었을지도 모를 의문의 존재가 되어 가을 길을 걷고 있는 긴 그림자. 나의 상상은 버스가 나를 내려준 허퉁한 길가에서 사뭇 멀리 떨어진 인가로 접어드는 들길이며 좁은 동네 길을 접어들 때까지 계속되었다. 하늘하늘 긴 머리카락 하오의 햇살을 받으며 반사되는 빛으로 잠깐.. 2004. 9. 30. 외로움 그리움이 시가 되어 동심초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바람에 꽃이 지니 세월 덧없어 만날 길은 뜬구름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갖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갖.. 2004. 8. 27. 가을인가..... 날씨는 아직 덥지만 이미 가을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마음이 이유도 없이 설레고, 그립고 아프고 바람에 팔랑거리는 낙엽처럼 이내 스러지고, 하늘하늘 아지랑이일 듯 야릇한 감상에 빠져 허우적거릴 리 없다. 머리도 아프고 배도 아프고 어지럽고 마음도 산란한데 내일까지는 잘 버텨야 주말이다. 다음 주 중으로 방학이 끝나면 오전에 움직일 일은 없어지겠지만 방학이 끝나면 여기 오던 아이들도 줄어들게 된다. 집이 외진 곳에 있어 학교 마치고 차편 없이 아이들을 보내기엔 아마도 신경 쓰이는 곳이 분명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잠시 들렀던 화실에서 언니도 가을을 타는지 심란해 죽겠다는 말과 함께 어디로 훌쩍 가버리고 싶다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툴툴거리시는 걸 보고 어찌 나랑 증세가 비슷하신가 했다. 가을을 타는.. 2004. 8. 26. 작은 행복 어제 화실 언니와의 짧은 탈주극의 여파로 아이는 잠들기 전 몇 번씩이나 앞으론 어디 가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하고 또 하며 울먹거리다 잠이 들었다. 겨우 두 시간 남짓 떨어져 있었는데 엄살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나에 대한 의존도가 강하다는 것이 항상 가슴 아프다. 어제 하루 아이들 공부를 빼먹은 탓에 어제 못한 분량까지 미안한 마음에 채우느라 시간은 물론이요, 목소리까지 높여 수업을 하다 보니 저녁나절이 되어 밥을 잘 먹었는데도 기운이 없다. 그래도 마음은 뿌듯하다. 일하지 않으면 항상 무언지 불안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 집 부엌은 입식이 아닌 데다 바닥에 뚫린 하수구에 덮인 거름 장치를 지난해 쥐가 갉아 먹고 아예 뚫고 나와 부엌에서 항상 몇 마리의 쥐가 수시로 달리기를 하.. 2004. 8. 25. 이상한 냄새 - 레이저 수술 후기 어제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보고 병원에 가는 것에 겁먹어서 도무지 혼자 가는 게 내키지 않았다. 사실 아파봐야 얼마나 아프겠냐만 사람의 심리적인 부담감이란 게 별 것도 아닌 일에 긴장하게도 만드니 레이저 수술이라 크게 아플 것 같지도 않지만 은근히 걱정이 되는지라 결국 오늘부터 휴가를 즐.. 2004. 8. 2. 무슨 생각이 드세요? 이 사진을 처음 보는 순간 나는 너무나 평온함을 느꼈다. 약간은 습기가 느껴지는 시원한 땅 속에 누워 위로 뚫린 하늘을 보는 기분이 한편으로 끔찍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 죽음은 그다지 거부감 느껴지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할 일을 다 마치고 저기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심경을 경험해본다는 것은 .. 2004. 7. 31. 여름날 추억 만들기 초복이었을 때도 초복인 줄 모르고 지났는데, 오늘 또 중복인 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그다지 절기를 챙기지 않는 편이어서 큰 의미는 없지만, 그렇게 지내다 보면 모든 날이 그날이 그날 같아지는 게 싫으니 가끔은 안챙기던 것도 챙기고 기분삼아 생색도 내 볼 일이다.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삼계탕.. 2004. 7. 31. 이전 1 ··· 119 120 121 122 123 124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