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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이 아니야....ㅋ 넷플릭스에 '찬실이는 복도 많지'라는 영화가 떠서 오늘, 날 받아서 본다. 영화 PD였던 주인공 찬실이는 나이 마흔에 같이 영화 찍던 감독이 급사해서 갑자기 일이 끊어지고 현실적 타격을 입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알게 된 남자에게 한 번만 안아달라고 한다. 찬실 : 시집은 못 가도 천 년 만 년 좋아하는 사람들하고 영화만 찍고 살 줄 알았거든요. 근데 우리 집에서 오늘 자고 갈 거예요? 남자 : 그럼요. 아무것도 안 하고 옆에 누워만 있으려고요. 찬실 : 진짜요? 그러면 저 한 번만 꼭 안아줄 수 있어요? 근데 이름이 뭐라 그랬죠? 남자 : 영이요. 김 영 찬실 : 영이 씨, 나 10년 만에 남자 처음 안아 봐요. 더 세게 안아 주세요. 찬실이의 이 대사에 그 서글픈 상황이 이상하게 너무 웃겨서 깔.. 2021. 5. 5.
5월 4일 * 보일러실에 가보니 기름이 줄줄 샌다. 가스보일러로 바꾸고 배관도 다 바꾸려면 우리가 이사하지 않으면 공사하긴 어렵겠다. 이사하려고 집 찾고 큰일 치르기에 적당한 때가 아니어서 어떻든 지금 이 상황을 적정선에서 땜질하고 버텨야 한다. 오늘은 퇴근길에 비 맞고 집에 와서 가스레인지에 물을 데워서 씻으면서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부모님 세대엔 이렇게 고장 나서 속 썩이는 보일러도 없었고, 고작해야 곤로, 연탄불이었는데....... 수돗물도 아무 때나 펑펑 나오지 않던 그 시절에 물 데워서 4남매 씻기고 먹이고 입히고 키우느라 참 고생 많으셨겠다. 내 몸뚱이 하나도 보일러 고장 나서 물 데워서 씻으려니 성가신데...... 태풍 치는 밤처럼 거센 비바람소리에 살짝 긴장된다. 으슬으슬 추운데 보일러를 돌릴 수.. 2021. 5. 4.
이 꿈에서 벗어나고 싶어 우리의 삶을 만들어 가는 것들은 아주 희미하고, 예측할 수 없다. 때문에 우리는 가까스로 탄생한다. 우리가 사랑하기로 되어 있는 사람은 좀처럼 만나지지 않고, 숲에서 길을 찾는 것은 어렵고, 하루하루의 대혼란에서 살아남는 것도 힘들다. - 리베카 솔닛 어제 밤늦게까지 잠을 못 잔 탓인지 오후에 급격하게 피곤해졌다. 퇴근 무렵에 커피 한 잔 더 내려서 마시고 왔는데도 집에 오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이상하게 수돗물도 나오지 않아서 한참이나 기다리다가 1층에 내려가서 집주인에게 물어보니 이상이 없다는 거다. 다시 집에 올라오니까 아래층에서 옥상에 무슨 공사를 한다고 하더니 우리 집에 물이 들어가는 밸브를 잠갔었다며 누가 와서 물 나오느냐고 묻는다. 그러잖아도 화장실에서 물도 쓸 수 없는 지경이 되니 걱정되어서.. 2021. 5. 3.
나를 멈추게 하는 것 집에 전동 드라이버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건전지를 바꿔서 쓸 수 있는 일자형 스크루 드라이버였는데 쓸 만큼 썼는지 이젠 건전지를 바꿔도 작동하지 않는다. 다른 하나는 충전식으로 유용하게 쓸 거라고 야심 차게 사들였던 보쉬 전동 드라이버였는데 언젠가 집수리하느라 사람이 몇 번 오간 뒤에 그 드라이버만 사라졌다. 충전기와 부속물만 덩그러니 남았다. 집에서 물건 잃어버리는 것도 싫지만, 내가 집안의 잡다한 일을 다 보는데 꼭 필요한 전동 공구가 발도 없는데 사라진 것은 불쾌하고 불편한 일이었다. 이후엔 어지간하면 사람을 집에 들이지 않는다. 낯선 사람이 집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게 된 시초는 아마도 사기당해서 생긴 빚 때문에 2006년에 법원에서 압류 딱지 붙이러 내가 없는 사이에 문을 열고 들어왔다간 그.. 2021. 5. 3.
바람 불어 뒤숭숭한 날 강풍 주의보가 뜬 것은 봤지만 이 화창한 날에 조금 열린 창으로 그렇게 바람이 훅 불어 들 줄은 몰랐다. 내 등 뒤에서 뭔가 떨어지더니 와장창 소리가 났다. 벽에 걸린 시계가 떨어져서 유리가 깨졌다. 그보다는 완전히 박살 났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유리 파편이 전신에 튀어서 책상 위에 있던 커피를 비우고 꽤 수북하게 깨져서 널브러진 유리 조각 앞에 놀라서 멍하게 서 있었다. 노트북에 연결한 랜선이 너무 짧아서 어쩔 수 없이 옆 책상과 가까이 의자를 당겨 앉았기 망정이지 내 자리에 제대로 앉았더라면 오늘 피투성이 될 뻔했다. 점심때가 지나니 다들 퇴근한다. 오늘 1차 고사 마지막 날. 어지간하면 다 조퇴 내고 퇴근한다. 근데 오늘 난 오후에 교차로 시험 치러 오는 학년 시험 감독도 걸렸다. 다들 집에 가는데.. 2021. 4. 30.
지랄 비용 오늘은 점심 먹고 연가 내고 밖으로 나섰다. 오늘 하루 그럴 수 있는 날이었다. 일찍 나와도 어딜 가겠나. 동네 뒷산에 올라갔다. 어릴 때 소풍 장소였던 띠밭등에 참 오랜만에 왔다. 미세먼지로 부연 세상, 눈앞에 보이는 세상도 부옇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뤄지는 세상도 온통 부옇다. 갑갑하다. 산 너머에 있는 절에 들러서 목 축이고 혼자 자주 걷던 바닷가 자전거 도로가 내려다 보이는 이곳에서 보는 경치가 맑은 날엔 참 좋은데 아쉽다. 절에 들렀다가 여기 불상 있는 곳에 참배하고 가면서 먹을 것을 주는지 길 고양이 몇 마리가 여기 모여 산다. 여기도 다녀간 지 꽤 오래 지났다. 그 사이 좁은 길을 넓히고 가마니를 깔아서 걷기 좋다. 동행했던 두 분은 찬 커피를 마시고 나는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여기도.. 2021. 4. 29.
이팝나무 꽃이 한창이다 확진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봄은 금세 초록이 짙어진다. 이런 봄도 있다. 한 해는 딸이 고3이어서 꼼짝을 못 했고, 그다음 해는 딸이 재수생이어서 꼼짝을 못 했고, 그다음 해 봄엔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 번의 봄은 마스크와 함께...... 꼼짝없이 갇혔다. 얼마나 더 참고 견디면 괜찮아질까? 작년에도 그러다 결국 어느 시점에 도무지 참을 수 없을 것 같은 때에 종종 혼자 섬 여행을 다녔다. 작년 봄엔 일이 없어서 섬에 세 번쯤 다녀왔다. 올봄에는 멀리 가지는 못해도 가까운 섬은 두어 곳 다녀볼까 싶다. 욕지도, 소매물도, 연화도...... 보석 같은 섬이 가장 가까운 항구만 찾으면 찾아갈 수 있으니 내가 누릴 복은 이런 것이다. 통영에 여태 살면서 이 계단은 처음 올라봤.. 2021. 4. 26.
오~ 트롤브루 어제저녁에 한 캔 따서 딸이랑 나눠 마셨던 트롤 브루 한 캔을 혼자 다 마셨다. 500ml짜리 맥주 한 캔을 혼자 다 마시지 못할 때가 흔한데 이건 알코올 2.4% 라는 수치를 봐서 그런지 겁 없이 한 캔을 다 마셨다. 어제야 알았다. 이 맥주가 이렇게 약한 술이라는 것을. 딸내미는 기숙사로 떠나고, 나는 이젠 몇 오라기 뽑아서는 감출 수 없는 흰 머리카락을 염색하기 위해 천연 헤나 가루를 타서 네 시간 이상 풀냄새를 맡고 있었다. 그 사이 우중충해지는 기분에 생각나는 대로 쓰다가 어제 딸이 알려준 게 생각나서 조금 전에 트롤 브루 레몬맛을 따서 맛있게 마셨다. 얼굴이 조금 발개지고 기분도 좋아져서 세탁기에 들었던 빨래를 꺼내고 버릴 쓰레기 정리도 했다. 이 맥주는 우리 집에서 꽤 먼 대형마트에만 팔던데.. 2021. 4. 25.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광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10대에 이 노래를 처음 들었다. 대한해협을 건너다가 자살한 윤심덕 이야기를 그때 어머니께 들었다. 어린 나이에도 노래 가사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내가 기억하는 가사는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 혼자 있을 때 멍하니 그 노래를 기억하는 대로 따라 부르곤 했다. 어른들의 세상도 저렇게 허망한 것이구나. 그 당시에 내가 느끼기엔 오래 살아볼 필요도 없는 모양이라고 삶에 대한 갈망을 묻기에 적당한 가사였다. 하지만 내가 살아본 세상은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이 아니다. 그 나물에 그 밥 같지만 엄연히 다르다.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착각에 빠져들.. 2021. 4. 25.
4월 25일 * 거의 한 달 만에 딸이 다녀갔다. 음력으로는 다음 주에 생일이니 오늘 소고기와 새우를 넣고 미역국을 끓였다. 어제는 멸치 육수 우려서 꽃게와 순두부를 넣고 된장을 끓여서 맛있게 한 그릇 먹고, 오늘 가지전 부쳐서 미역국과 꽃게 된장국도 마저 먹고 갔다. 딸 친구가 생일 선물로 보내준 한우를 구워줬더니 접시에 예쁘게 차려서 사진 찍어서 선물 준 친구에게 보낸다. 그리곤 내가 만든 음식을 익숙한 맛이라고 말하며 흥얼거리며 맛있게 먹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딸이 오니까 시장도 보고 음식도 한다. 몸이 자동으로 움직여진다. 의지라고는 말라비틀어져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폐인 같았는데 사람이 함께 있다는 것은 내게는 굉장한 원동력을 끌어올리는 원천이다. 음식을 같이 먹는 것조차도. 토요일 저녁에 딸이.. 2021. 4. 25.
공유기야 미안해. 너를 오해 했어. ㅋ 책장이 반을 차지한 넓은 방은 예전에 공부방으로 썼다. 지금은 그 방에 있던 데스크탑 컴퓨터도 망가졌고 혼자 방 여러 개 쓸 일이 없어서 거의 창고처럼 쓰던 참에 마침 와이파이가 안 돼서 인터넷 회선을 유선으로 쓸 수 있는 공부방으로 오늘 노트북을 옮겨놓고 쓰기 시작했다. 그에 앞서 청소를 좀 해야겠기에 청소기를 밀다가 어차피 쓰지도 않는 비싸기만 하고 일찍 고장 난 공유기 전원을 껐다. 그런데 이상하게 공유기 전원이 꺼지지 않는 거다. 다시 보니까 언젠가 이 공유기와 인터넷 선을 데스크탑과 함께 딸내미가 쓰던 방으로 옮기겠다고 회선을 다 뽑아서 옮기려고 했다가 선이 거실을 거쳐서 저쪽 방으로 옮기기엔 짧아서 원상 복구했다. 그 과정에서 공유기와 인터넷 회선을 바로 받는 KT 인터넷 기계의 어댑터를 바꿔.. 2021. 4. 21.
인터넷 없이는 고립무원 어제는 초과 근무도 내지 않고 밤늦게까지 남아서 일하고 집에 돌아왔다. 그래도 기한 맞춰야 하는 일은 실수 없이 잘했는데...... 집에 돌아오니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는다. 보일러도 문제가 생겼다. 인터넷을 유선으로 연결하려면 자는 방을 옮겨야 하니까 어떻든 공유기를 고쳐보려고 애쓰다가 안 돼서 온갖 용을 다 쓰다가 결국 리셋하고 재부팅해서 비번까지 다시 설정하는 데 성공했다. 우여곡절 끝에 됐는데 이상하게 연결이 안 되는 거다. 피곤한데 뭔가 생각지도 못한 일을 치르려니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손 놓고, 보일러 에러 코드에 맞춰서 처치를 여차저차 하고 보니 잘 돌아가다가 온수를 난방으로 바꾸면 점화가 꺼진다. 보일러실에 쪼그리고 앉아서 점화 밸브를 몇 번 공들여서 닦아봤지만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 2021. 4. 20.
벽 없는 감옥에서 커튼과 암막 블라인드로 빛을 차단한 방에서 탄수화물을 잔뜩 먹고 커피도 마셨다. 아침 일찍 깨서 피곤하니 잠시 졸다가 일하면 되는데 가슴이 답답하다. 의무감이라도 있어서 해야 하는 일과에서 벗어나면 무기력해진다. 먹은 것은 소화도 잘 안 되고 머릿속엔 온통 우중충한 생각으로 채워진다. 금요일 퇴근과 동시에 월요일 출근하기 전까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지낸다. 이렇게 지내는 것도 언젠가 익숙해질까 모르겠다만, 이런 편안함이 왜 더 불편한지. 주중에는 일에 치이고, 주말에는 아무 일도 없이 쌓인 감정에 치어서 이틀이란 시간은 속절없이 사라진다. 혼자 살게 된 뒤로는 점점 게을러지고 자신을 망가지게 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처럼 흐트러진다. 늘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살아온 습성이 혼자인 시간을 더 힘들게 .. 2021. 4. 18.
텅 빈 교실에서 * 오늘은 노란색 긴 카디건을 입고 출근했다. 생활 한복 같이 보이는 남색 원피스 위에 덧입고 분홍색 스카프를 리본처럼 꼬아서 매고 나갔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반응을 읽기 어려운 고3 교실에서 목 안이 칼칼해지도록 떠들었다. 온라인 수업 주간이어서 아무도 없는 2학년 교실에 오후에 잠시 앉아서 운동장 너머로 보이는 산을 바라보았다. 바다 건너에 있는 산이 그 사이 바다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게 가깝게 보인다. 문득 가슴이 답답해졌다. 꽉 찼던 교실이 텅 비었을 때 기분을 생각하게 되니 참 기분이 이상하다. 그냥 우리 반 아이들은 집에 있어서 빈 교실인데...... 막 정들고 한창인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었을 그들도 결국 수장된 그 순간은 얼마나 아찔하고 길었을까...... 4층 3학년 교.. 2021. 4. 16.
4월 16일 내 딸이 15살 되든 해 4월 16일은 딸의 음력 생일이었다. 그때까지 생일을 음력 날짜에 맞춰서 지냈다. 2014년 생일날 아침에 딸은 중학교 수학여행을 떠났다. 나도 마침 담임을 맡아서 1학년 학생을 인솔해서 수련회에 갔다. 낮에 세월호 사고 뉴스가 처음 뜬 시각에 우리 반 아이들이 강에서 배를 타고 열심히 노를 젓고 있었다. 일제히 뉴스가 뜨고 학부모의 전화를 받고 급히 학생들을 물에서 나오게 했다. 전원 구조라는 뉴스에 안도의 숨을 돌리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그 날의 혼란스러움에 과호흡으로 숨을 쉴 수가 없었고,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마침 그 날 딸이 함께 있던 수학여행단이 탔던 버스가 가벼운 교통사고가 났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저녁에 딸과 통화하며 그 아이들 불쌍해서 어쩌냐고.. 2021. 4. 16.
자다가 깨면 문득 더 쓸쓸해진다. 하위의 욕구가 해결되지 않으니 마음을 크게 쓰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면 그대로 쪼그라든다. 혼자 덩그러니 어질러놓은 집에서 아무것도 쳐다보지 않고 멍하니 있기 일쑤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 소속감, 인정, 유대감. 그런 것이 완전히 사라진 간결함 그 자체인 삶을 지향하는 사람도 있던데...... 무선 무악함, 숨 쉬지 않으면 이대로 이 차원에서 희미해지다가 사라질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초저녁에 씻지도 않고 이불 안에서 굳어버렸다. 잠들었다가 깨서 조금 개운하니 일 해야겠다 싶은데 일거리를 들고 왔어도 손이 가지 않는다. 내일 완성해서 누군가에게 보여야 할 것인데 왜 이렇게 뻔뻔한지 아무 감정도 무게도 느끼지 못한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내 앞에 놓인 고독과 쓸쓸함을 .. 2021. 4. 15.
하늘빛이 고와서..... 오늘 아침엔 평소보다 훨씬 일찍 출근해야 해서 버스도 잘 다니지 않는 길에서 걸어서 나서지도 못하고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클락션을 울려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다가가 보니 진한 선팅 한 창 너머에 있는 분이 아는 분이다. 어찌 길에 서 있던 나를 발견하고 태워주셔서 오늘의 귀인으로 등극하셨다. 작은 친절에도 절로 허리도 마음도 굽히는 내게 고마우면 오백 원을 달라고 하신다. 오백 원이 없으니 뽀뽀라도 한 번 해드릴까 하고 농담을 던지려다가 분위기 파악하고 입 다물었다. 썰렁한 농담에 눈 흘김 따귀를 맞고도 남음이 있겠다. 잘 참았지. ㅎㅎ 미륵산에 새로 난 잎이 겨우내 버틴 짙은 초록과 함께 보드라운 융단처럼 산 등성이를 덮었다. 늘 걷던 길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2021. 4. 14.
4월 13일 이상하게 월요일 같은 화요일이다. 어제 비 와서 퇴근길에 버스 타고 와서 오늘은 걸어야겠었어 바람 많이 부는데 다리 위로 걸어왔다. 체중이 워낙 많이 늘어서 그 정도 바람에 날려가진 않으니 다행인가....... ㅠ.ㅠ 야근해야 할 정도로 일이 많은데 마스크 벗고 일하려고 퇴근하고 곧장 집으로 왔다. 생바지락살 좀 사서 부추전 부쳐서 입맛대로 먹고 나니 배부르고 졸려서 도무지 일은 못 하겠다. 일본 놈들이 원전 오염수를 곧 바다에 방류한다는 뉴스를 듣고 나니 앞으론 바지락도 못 먹을 것 같아서 평소엔 잘 사지 않던 바지락을 샀다. 부추전에 넣으면 맛있는 줄은 아는데 비싸서 사 먹지 않던 것인데 앞으론 이 맛을 남은 평생 그리워하며 사 먹지 못하게 될 것 같은 아쉬움에 혼자서 무려 세 판이나 부쳐 먹었다. .. 2021.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