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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미지 식물원 2019년 2월 23일 제주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중문에 도착했다. 중문우체국 앞에 내려야 하는데 어딘지 몰라서 한 구간 먼저 내렸더니 숙소 찾아가는 길이 꽤 멀다. 딸이 뒤에 따라오며 내 모습을 찍어준다. 가방 끌고 낯선 길을 걷고 있으니 비로소 여행 온 기분이 난다며 좋아한다. 제주에 갈.. 2019. 4. 6.
2월 제주여행 첫날 2019년 2월22일 3년 전 딸이 중학교 졸업한 뒤 둘이 제주 걷기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다시 3년이 지난 뒤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함께 제주여행을 다녀왔다. 3년 전에 묵었던 숙소와 똑같은 곳에서 여행 첫날을 맞았다. 도착한 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짐을 풀고 오후 늦게 제주 보.. 2019. 4. 6.
졸업식 2019년 2월 11일 졸업식 나의 모교이기도 했던 여고를 딸도 졸업했다. 나는 40회 졸업생 학교 본관 공사 중이라 달리 사진 찍을 데가 없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이웃에 살아서 알게 되었던 딸 친구 엄마랑 같이 사진을 찍었다. 딸이 셀카를 찍다가 전신사진을 찍지 않으려고 해서 기념사진 한 장 못 남길뻔했는데 혜윤이 엄마가 도와줘서 한 장 남겼다. 딸 친구네는 오빠 친구들이 무더기로 와서 같이 축하해주고 기념사진도 재밌게 찍었다. 저 학생들 모두 함께 점심을 먹었다. 점심 식사 자리는 친구네 아들과 딸, 그 아이 친구들까지 12명이 모여서 아주 신나는 분위기였다. 전날부터 잡힌 저녁 약속이 있어서 집에 와서 잠시 쉬고 다시 밖으로 나섰다. 저녁은 나현이네 가족들과 함께...... 일식집에서 코스요리를 .. 2019. 2. 11.
어느새 졸업..... 내일 고3 딸이 졸업하는 날이다. 중학교 졸업한지 엊그제 같은데 금세 3년이 지났다. 꽃다발은 하나 사줘야 할 것 같아서 꽃 주문하러 카페에 다녀왔다. 내일 아침 일찍 찾으러 가기엔 거리가 멀어서 사다가 욕실에 담가놓고 내일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정도 큰 꽃다발을 준비할까 고민하다 마음은 가격순이 아니라 생각하고 작은 걸로 샀다. 졸업하고 친구들과 헤어지고 교복을 벗게 되는 섭섭함은 맛있는 것 사주는 걸로 떼워야지. 혼자 저 어린 것을 업고 빈손으로 길바닥에 나앉았을 땐 어찌 키우나 막막했는데 그 사이 세월이 이렇게나 지나가서 벌써 스무 살이 되었다. 그동안 혼자 딸 키우느라 참 수고 많았다. 저 꽃다발은 딸에게 주는 거지만 내가 나에게 주는 것이기도 하다. 3년전 중학교 졸업식때 사진을 꺼내보며 잠시.. 2019. 2. 10.
고통 피하기 고통스러운 감정을 어떻게 피하거나 극복할 것인가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예민한 성격인 나에겐 참으로 큰 과제였다. 대문만 열면 좁은 도로를 끼고 바로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태어나서 살았다. 도로변에 살아서 낮은 담 너머로 버스를 타고 지나가는 이들이 우리 집 마당을 누구나 볼 .. 2019. 2. 8.
2월 5일 오랜만에 바닷가에 산책을 나갔다. 가는 길에 천 원짜리 한 장을 주웠다.어쩐지 어디든 자랑을 하고 싶었는데 말할 데가 없다. 이런 사소한 내 일상은 혼잣말로 묻히고머리 속에서 맴돈다. 해질녘 나선 걸음이 바닷길을 거슬러 올라갔다돌아오면서도 마음이 물 드는 소리 따라 흔들렸다. 숱하게 혼자 걷던 길이다.늘 돌아오는 길엔 흐트러졌던 마음을단단히 동여매고 오려하지만사람들이 보이는 건물이 있는 모퉁이를돌아서며 붉은 빛이 바다에 어룽이는 걸마주한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혼자 속으로 되뇌이는 말이 가슴에서 걸려 울음이 터져나온다. 그동안 그 길을 걸으며 어느 지점에선가눈물이 나려고 할 때마다 잘 참았는데오늘은 아무도 오지 않는 길목까지 가서소리내어 엉엉 울 생각도 없었는데눈물이 난다. 난 왜 이렇게 이런 날만 되.. 2019. 2. 5.
2월 3일 삶을 바라보는 시각엔 양면성이 존재한다. 어느 순간 기운 빠져서 내려앉을 것 같다가도 이어가야 하는, 살아내야 하는 삶의 엄중함을 이행해야 하기에 지극히 단순하게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항상 힘차고 밝을 수는 없어도, 아프고 힘들다고 항상 그런 것만은 아니다. 며칠 드러누워 아플 준비를 미리 한 것처럼 엊그제 밤늦게 전복과 닭을 삶았다. 닭다리는 밤에 뜯어먹고, 가슴살을 발라서 반은 죽에, 반은 닭개장에 쓰기로 한다. 육수 양이 애매해서 닭개장용 육수를 냉장보관하고 남은 육수에 물을 좀더 붓고 다시마와 멸치팩을 넣고 다른 맛이 더 나게 한 번 더 끓였다. 거기에 불린 녹두와 찹쌀, 멥쌀을 넣고 새우살, 전복, 닭고기를 넣어서 죽을 끓였다. 자고 일어나서 죽을 보니 색깔이 뭔가 이상하다. 전복 .. 2019. 2. 3.
1월 31일 아침으로 꼭 밥을 먹는 딸의 1식 갈비탕을 한 끼 먹고, 마침 해동이 다 된 새우를 처치해야 해서 곧바로 감바스를 만들어 파스타를 해먹었다. 작은 불고추만 넣은 것보다 청양고추를 하나 넣어준 것이 더 깔끔한 맛이 나서 좋았다. 팬에 올리브 오일 넣고 저민 마늘 볶기 말린 고추와 소금, 후추로 간을 해놨던 새우 넣고 함께 볶기 통영엔 오늘 첫눈이 내리고 있고, 한꺼번에 두 끼를 맛나게 해치운 딸은 기분 좋게 노래방 마이크로 한소절 뽑고 있다. 나도 마이크 좀 건네 받아서 무슨 노래를 불러 볼까? 내가 폰으로 아델 노래를 듣고 있는데 저쪽 방에서 딸이 마침 내가 듣고 있던 아델 노래를 부르고 있다. 우연의 일치라 하기엔 좀더 설명이 필요할 만큼 우리는 비슷한 시간대에 비슷한 생각을 공유할 때가 많다. 요리할.. 2019. 1. 31.
국수 먹은 힘으로..... 집에서 15분 정도 걸어가면 언젠가 도로확장 공사에 헐릴 위치에 아주 허름한 국수집이 하나 있다. 최근에 친구를 만날 때마다 그 국수집에 갔다. 두어 번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고 딸에게 국수 먹으러 가자고 꼬셔서 오늘은 성공했다. 제주에서 한때 이효리도 단골이었다는 나름 유명한 튀김덮밥집도 집 근처에 있는데 그 집에 밥 먹으러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국수는 혼자라도 먹으러 갈 참이었는데 딸이 오늘은 저도 국수가 당기는지 순순히 따라 나섰다. 온국수 한 그릇, 비빔국수 한 그릇 시켜서 두 가지를 나눠먹었다. 이 허름하고 찾기 애매한 위치에 있는 국수집을 어찌 알고 찾아오는지 평일에도 손님이 이어진다. 우리가 나갈 무렵 들어온 말쑥한 총각 둘이 우리처럼 온국수와 비빔국수를 한.. 2019. 1. 25.
보름달이 뜨는 날 어제가 보름이었다. 오늘 붉은빛이 도는 달이 떴다. 바닷가에 그달이 비치면 물색이 황금빛으로 보인다. 오늘 창 너머로 붉게 떠오른 달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신 늘어놓고, 방충망 너머로 보이는 달이 잘 찍히지도 않는데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그리곤 혼자 공상을 한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를 만난다. 바닷가를 같이 좀 걷다가 펍에 들어간다. 창가에 나란히 앉아 바다와 달을 번갈아 보며 이야기한다. 2019. 1. 21.
축제 푸른빛이 몸에서 새어 나오는 듯한 젊음, 그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넘치는 에너지를 눈이 시리도록 집중해서 봤다. 다양한 음악과 함께 쏟아져 나오는 춤이 서툴거나 세련되었거나 그런 게 문제가 아니다. 10대 소년들의 앙증맞은 춤사위에 연신 입꼬리가 올라간다. 나보다 덩치가 커도 마냥 귀엽기만 하다. 교실에서 보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게 되어 참 행복한 하루였다. 그들이 가진 다른 에너지들을 눈으로 탐닉하며 머리가 터질 듯 큰소리로 쏟아져 나오는 악기 소리와 삐걱거리는 목소리들이 한데 어우러져 나를 관통하듯 지나가서 온몸이 아프다. 뒷자리에서 자리만 채운 몇몇 어른들과 달리 나는 앞자리로 몇 번씩 옮겨가서 춤추는 걸 구경했다. 보기만 해도 재밌다. 따라 할 엄두는 나지 않고, 그들이 몸으로 표현하는 다채로운.. 2019. 1. 8.
오래된 책을 정리하다가 노트에다 좋아하는 시를 베껴 쓰던 습관이 있었다. 오늘 오래된 책들을 버리려고 정리하다 그사이에 끼어있던 옛날 노트를 발견했다. 그땐 저런 글씨로 시를 베껴 쓰고 읽고 또 읽고 했는가 보다. 대학 다닐 때 공짜로 받은 학교 노트에 좋아하는 시를 베껴 써서 틈날 때마다 혼자 읽어보곤 했다. 나의 청춘, 나의 낭만은 시절마다 또 다르게 이어져 오는 면면한 역사처럼 변함없이 나를 대변하는 한 모습으로 새겨져 남아있는 흔적. 또 이렇게 나를 추억해본다. 그리움뿐이었던 청춘..... 사진으로 남겨두고 이제 삭제해야겠다. 잘 가라 20대의 설익은 낭만아..... 1990년대 일기장에서.... 2018. 12. 25.
지도교수님 정년퇴임행사에 다녀와서 이른 아침 집을 나서서 오랜만에 찾아간 진양호는 한 장의 수채화처럼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있는 호텔 컨벤션홀에서 지도교수님 정년퇴임 행사가 있었다. 내겐 대학 졸업 후에 25년 만에 대학 동기들을 비롯하여 선후배들을 만나게 한 위력을 가진 엄청난 이벤트였다. 행사가 끝나고 주최 기수 중에 가장 선배인 우리가 지도교수님을 모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이 자신의 견해와 맞지 않는 화랑세기를 없앴다는 이야기와 미실과 사다함의 사랑과 실연의 상처, 그 집안에 얽힌 비화로 자살한 이야기 등 꽤 흥미 있는 주제로 교수님의 마지막 강연이 있었기에 그에 대해 피드백을 했다. 학교 다닐 땐 인상이 꽤 딱딱하고 견고한 분이셨는데 나이 드시니 웃는 모습이 소년같이 부드러워.. 2018. 12. 24.
선물 같은 서울 여행 첫날 어제 서울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내 표정은 다소 침울했다. 아직 활짝 웃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아침 일찍 통영에서 버스를 탄 뒤 4시간 10분 만에 서울에 도착했다. 사람 많은 곳에 발을 딛고서부터 사람 멀미가 났다. 참을 수 없는 울렁거림..... 그래서 첫 끼니로 시원한 냉면을 먹었다. 백화점 식당가에서 냉면 한 그릇을 먹는 동안에도 나는 꽁꽁 얼어있었다. 버스 안에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적응하지 못한 몸이 옷으로 꽁꽁 쌌음에도 추워서 웅크리고 있었고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동안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내가 사는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 같았다. 점심을 먹고 호텔로 이동하기 위해 지하철을 탈까 했는데 백화점 지하매장에서 무슨 난리가 났다. 처음에 밥 먹으러 가면서 줄 선 모양새를 보고.. 2018. 12. 16.
춥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괜찮지 않다. 눈물이 막 난다. 사람들이 많아서 울다가 들키면 곤란한데 눈물이 난다. 눈물 닦다가 마스카라가 다 닦였다. 판다는 면해보겠다고 열심히 문질러서 눈 화장을 얼굴에 번진 눈물과 함께 다 닦아냈다. 내일 예정이었던 수시합격자 발표가 오늘 오전에 나고 딸이 불합격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 나도 모르게 일시 정지 버튼이 눌러진 것처럼 세상이 멍해졌다. 어쩐지 합격할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기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미 서로 이야기하고 약속한 대로 재수한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좀 합격선이 낮은 학교라도 정시로 넣어보면 어떻겠냐고 말해도 딸은 막무가내다. 내가 대신 공부해서 시험을 쳐줄 것도 아니니 뭐라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여기서 나갈 수 없게 되었다. 내.. 2018. 12. 13.
맑은 아귀탕 우리 동네 마트엔 싱싱한 해물이 자주 나온다. 굴 사면서 사놓은 아귀를 선도 떨어지기 전에 해먹어야 하는데 장 볼때 깜박하고 콩나물을 준비하지 않았다. 어제는 마트 문 닫는 날이라 건너뛰고 오늘 뒤늦게 생각나서 콩나물 사러 나갔다왔다. 탕을 끓여놓으니 귀찮음을 무릅쓰고 밖에 .. 2018. 12. 10.
편지 민석아 토론은 상대방의 반론에 답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날 수업은 단순한 발표가 아니라 발표와 토론의 형태였기에 나는 반론자의 입장에서 네가 주장하는 바의 허점을 이야기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 표현이 아마도 네가 받아들이기에 과했던 모양이다. 이후에 네가 마음이 불편한 상태라는 것을 나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네게 특별한 개인적 감정이 있거나 한 것이 아니라 그 의견에 대한 반론자의 입장에서 토론에 성실히 임했을 뿐이었다고 생각해서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하진 않았다. 내가 '다르다'가 아니라 '틀리다'라고 정확하게 표현했는지 '다르다'는 표현을 강하게 하느라 평소의 잘못된 언어 습관으로 인해 너의 의견을 '틀리다'라고 표현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난 네가 법없이도 살 순수한 마음을 가진 .. 2018. 12. 10.
장사도여행 장사도 가는 배는 통영에도 있다. 행정구역상 통영이지만 거제 바다와 인접한 곳에 자리한 섬이라 배를 오래 타지 않으려면 거제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오랜만에 관광버스를 타고 많은 사람과 함께 짧은 여행을 떠난다. 갑자기 추워져서 옷을 한 겹 더 입어도 바닷바람은 매섭다. 그래도.. 2018. 1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