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297 간식, 메이플 피칸파이 7월 23일 딸내미는 처음으로 과 친구들 다 모이는 자리에 나간다고 꽃단장하고 나갔는데 비 오니까 나는 어디 갈 데도 없고 심심하다. 손질한 주꾸미 사다가 칼국수에도 넣고 볶아서 덮밥도 해먹으려던 계획은 혼자 있으니 하기 싫고, 가지 하나 썰어서 부쳐먹고 그래도 뭔지 허전해서 커피 내려서 마시고...... 아무래도 뭔지 허전하고 바삭바삭한 것이 먹고 싶다. 냉동 생지 사놓은 것 오븐에 돌려서 메이플 피칸파이 따끈따끈한 것 한 입 먹으니 달콤한 게 딱 좋다. 커피 마시니 단 것이 생각나고, 단 것 먹으니 커피 마시고 싶다. 나중은 내 알 바 아니니 올 여름엔 페로 제도에 가서 그 동네 섬 구석구석 걸어보겠다고 재작년부터 야무지게 마음먹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겼다. 어느 순간 마음에 훅 들어온 .. 2020. 7. 28. 가야산 자락 바람 부는 언덕에 앉아...... 7월 21일 작년 여름에 해인사에 다녀온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그사이 한 해가 지났다. 전날 국숫집 가자고 찾아오신 왕언니께서 마침 시간을 내주셔서 동행했다. 작년 여름에도 그 분과 그 분의 지인이신 70대 왕언니도 모시고 함께 다녀왔다. 나는 따라다니기만 했으니 나를 모시고 다녀와주신 셈이다. 갈까하던 그 동네 고등학교는 근처에 집을 구하기가 곤란해서 학교는 포기하고 해인사 구경만 했다. 평일 낮에도 이 시기엔 늘 붐비는 곳인데 오늘 처음으로 해인사도 한산한 산사 느낌이 난다. 새로 생긴 기념품 가게에 하나하나 작품인 그릇 구경부터 한다. 동행한 분이 가시는 대로 따라다녔다. 수많은 염원이 모이는 자리, 나는 이런 곳에 오면 뭔가 잘 되게 해달라고 빌지 않는다. 바라는 바가 있으면 더 열심히 살겠노라고.. 2020. 7. 28. 그대, 잘 있죠? 7월 16일 그대가 떠준, 털스웨터를 가슴까지 끌러서 아이의 장갑을 만들었습니다. 이제야 당신의 마음이 손에 잡힙니다. 아이와 함께 한짝씩 그 마음을 나눕니다. 그 어린아이와 액자 속에서 한참 놀다 나른한 오후의 햇살을 보다가 아이가 휘저은 나이를 먹어서, 나는 한입 먹고 놔둔 사과처럼 붉어집니다. 초인종 소리를 듣고 노을을 집안에 잘못 들여놓기도 합니다. 세월이 흘러, 내 검은 구두에 주름살 생기고 그 구두 속으로 거꾸로 매달린 꽃잎이 메말라 떨어지고 요 앞, 담배가게까지 슬리퍼를 끌고 갔다 돌아오는 길 이웃의 꽃담장을 봅니다. (십년 전 당신은 왜 저 꽃들처럼 수줍어 피었습니까) 묵묵히 집으로 오는길에 십 년동안 빈 우체통에 고갤 처박습니다. 저쪽 계란장수가 너무 크게 떠들어서 저쪽 삶을 다시 바라봅.. 2020. 7. 28. 문득 옛날 사진을 보고...... 7월 16일 딸을 낳고 첫 여행을 떠났을 땐 필름 카메라를 들고 갔다. 그때 찍은 사진 한 장이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그때의 기억이 지금 만큼 선명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전에 여행을 다녀왔는지는 사진이나 기록이 남아있지 않으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그날은 욕지도에서 섬 문화축제라는 행사를 해서 뱃삯이 왕복으로 무료였다. 친한 후배가 아침에 갑자기 전화해서 욕지도에 같이 가자고 해서 그 섬에 가는 배를 처음 탔다. 통영에 살면서 그 전엔 주변 섬에 가볼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다. 여름방학 때마다 해수욕하러 가던 비진도는 질리도록 다녀서 더 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고, 무슨 행사만 하면 가는 한산도는 제승당만 갔다가 사진 찍고 돌아오는 곳이었다. 그보다 먼 섬은 그저 섬일 뿐이었다. 2003년이면 내 나.. 2020. 7. 28. 나를 설레게 하는 도시 경주 7월 15일 2년 전 일기에 평일 낮에 경주 가는 버스를 타고 싶다는 글을 썼다. 그 전에 없는 경주 방면 버스 노선이 생긴 것을 그때 보고 평일 여행을 하고 싶었다. 아침 일찍 나섰다가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여행기를 뒤져보니 경주엔 2012년에 가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요즘 경주에서 인기 많은 동네 황리단길부터 걸었다. 마침 공사중이어서 길이 몹시 복잡하다. 예쁜 한옥 카페와 음식점이 많고 전주 한옥마을 분위기보다 어쩐지 좋아보인다. 경주에 가면 한번 가보고 싶은 우동집이 있었는데 마침 장사를 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 다음 고른 튀김덮밥집도 수요일이라 쉬는 날이다. 20대 아가씨와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유난히 많다. 다음엔 딸이랑 함께 가보고 싶다. 차차선의 선택, 교통쌈밥집에서 가장 간.. 2020. 7. 28. 공항가는 길 지상에서의 무거운 삶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한 질주 그 속도감은 실로 상쾌하다. 구름 위로 함께 올라온 이들은 지상에 발이 닿지 않는 동안이나마 차디찬 현실과 카르마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우린 이대로 좁은 비행기 안에서나마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을까...... 6월 28일 2020. 6. 30. 함덕에서......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낯선 곳에서는 외롭지 않을 줄 알았다. 사람들 속에서 유령이 된다. 희부연 하늘, 그래도 바다는 푸르고 모래는 하얀 함덕 해변 여태 이 바다가 아름답게 느껴진 것은 늘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돌아갈 곳 없고 나를 반겨줄 사람 없다면 낯설고 가장 아름다운 언덕에서 공기 중에 흔적 없이 분해되고 싶다. 이승으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작은 입자로 분해되어 사라져버리고 싶다. 열심히 걸어도 흔적조차 남지 않는 세상 내 발자국이 찍히지 않는 함덕 사랑을 얻지 못한 인어공주가 물거품이 되어 허공에 흩어진 것처럼 마음 둘 곳 없는 쓸쓸한 내 영혼도 한순간에 그리 흩어진다 한들 하나 아쉬울 것도 미련도 남지 않을 것 같은 세상살이 모든 것은 순간이다. 순간의 연속 선상에 있을.. 2020. 6. 30. 꿈이라 해도 깨면 슬픈 날이 있다. 창을 닫아도 뚫고 드는 요란한 빗소리에 심란하다. 내 그림자만 바라보며 걸어야 했던 한나절 여행지에서 들뜬 사람들 속에서 내 자리는 어디인지 자꾸만 돌아봤다. 조금 전에 서 있던 자리, 지나온 자리,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 과연 진짜 내 자리는 어디인가...... 나는 결코 혼자서는 이 삶을 견뎌낼 자신도 의지도 없다는 처절한 사실이 침을 삼켜도 목구멍에 걸렸다. 어디든 바람처럼 떠돌 준비가 된 것인지...... 억눌렀던 감정의 고삐가 풀리니 나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돌처럼 살아온 것만 같다. 지상에 발이 닿지 않아 차라리 하늘 쪽을 향해 가벼이 떠오르고 싶다. 바람 따라 흘러가다 흩어지고 싶다. 어느 순간 다른 색 알약을 먹고 깨어나서도 이 삶이 허상이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나는 울지도 못하고 굳어.. 2020. 6. 30. 연화도 수국길 6월 21일 연화도 2020. 6. 23. 욕지도와 짬뽕 6월 16일 욕지도 2020. 6. 23. 산유골 수목공원, 6월 6월 15일 2020. 6. 23. 오늘은...... 옛날엔 너무 심심해서 책 읽고 공부를 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으니 젊어서 느끼는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남이 먼저 얻은 지식을 책으로 얻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부모라는 큰 기둥에 매어서 보이지 않는 줄이 허락하는 반경을 넘어갈 수 없어서 그 좁은 세계에 갇혀 지냈다. 사랑받은 사람이 사랑도 줄 수 있다는데 나는 책으로 배운 사랑을 딸에게 주며 잘살아왔다.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실천하며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른 생활을 내 방식대로..... 딸 대학 보내는 것까지만 목표로 삼고 살았더니 이제 한시름 놨다고 생각하니 긴장이 풀리고 의욕도 사라진다. 스스로 뭔가를 계획하고 하루를 허망하지 않게 만들어가는 다른 원동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헙수룩한 나를 누가 좀 .. 2020. 6. 12. 산책길 수요일이나 목요일쯤 비 온다는 일기예보만 없었어도 이번 주에는 혼자라도 제주도에 한 번 가볼까 생각했다. 딸이 며칠 전부터 일기예보를 보더니, 제주도는 목요일부터 장마처럼 계속 비 내릴 거란다. 비 안 오는데......ㅠ.ㅠ 비 안 오는데 집에만 있으니 살짝 약 오른다. 동네 산책이라도 해야지...... 바닷가에 나서니 언제든 비가 쏟아져야 할 정도로 대기가 습하다. 젊은 남자 사람 넷이 앞서서 걸으니 나 혼자 걷는 것보다 어쩐지 덜 심심하다. 근처 호텔에 단체 세미나를 온 모양이다. 우리 동네는 저런 젊은 이 시간에 산책하는 젊은 남자 사람은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의 젊은 남자는 이 동네를 떠난다. 어쩔 수 없이 혼자 걷던 길이었나..... 사람들 많이 마주치는 것 피하려고 인가가 없는 길을.. 2020. 6. 12. 좋은 사람 만나고 싶다...... 누군가 마음을 꺼내놓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편안하게 이런저런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이 좋은 세월을 나는 그냥 흘려버리고 있구나...... 이물감 들지 않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이야기하는 걸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겁이 많아서 실수할까 봐 그래서 내가 무심코 내뱉은 말을 후회하게 될까 봐 게시판에 낙서만 했구나...... 진작에 누구든 만났어야 했다. 오늘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참 초라해 보인다. 더 늙어지기 전에 누구든 만나서 사랑해야겠다. 나도 이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정승환의 감성에 반해서 듣고 또 듣는 노래 2020. 6. 11. 엄마는 바보야 올해 대학생이 된 딸은 주중에 온라인 수업 몇 시간 듣고 팀별 프로젝트 수업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같은 과 친구와 주중에 몇 번 접속해서 화상회의를 한다. 어제 갑자기 흥분해서 저희 과 친구 이야기를 한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어도 화상으로 대면한 것이 전부인데도 벌써 이야기할 거리가 생긴 모양이다. 무슨 외국어 고등학교를 다닌 친구가 자기 반 친구 중에 한 명이 입시에 합격했는데도 울어서 절교했다는 이야기를 해줬단다. 입시 결과 발표 나는 즈음에 합격과 불합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고3 교실의 분위기 때문에 합격해도 친구들 앞에서 너무 기뻐하거나 혹은 떨어져서 마구 울어서 분위기 이상하게 만들지 말라는 담임 선생님의 당부가 있었단다. 그런데 그 친구네 반의 어떤 학생이 울어서 떨어진 줄 알았는데 합격했.. 2020. 6. 8. 엄마는 뭔가 달라..... 여행길에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친다. 그런데 시선을 두고 쳐다보게 되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아우라가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나이가 몇이거나 삶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 맑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람이 좋다. 연화도에서 육지로 나갈 배 시간이 한참 남아서 잠시 앉아서 기다리던 매표소 옆 벤치에 때가 되니 사람들이 모여든다. 무슨 자신감인지 뽕짝을 볼륨 최대치로 올려서 틀어놓고 춤도 춘다. 그렇게 노는 걸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소리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있다. 딸이랑 함께 외출해서 자주 가던 백화점에서 미처 한 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나 많아 봐야 두세 살 된 아이를 태운 유모차와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만나게 되는 경우, 나를 처음 보는 아이의 표정이 갑자기 변하고 나에게 잘 보여야 할 의.. 2020. 6. 4. 통영 연화도 2018년 7월 초순에 수국이 지기 전에 처음으로 연화도에 다녀왔다. 어떤 드라마 한 장면에 찍힌 연화도 용머리를 보고 꼭 거기 가보고 싶었다. 그때 기억을 더듬어 11시 배편을 생각해냈다. 불쑥 기분대로 나서기로 마음먹었고, 마침 수요일 오전에 온라인 수업을 듣는 딸에게 방을 내주고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이불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마뜩잖아서 어디든 나서고 싶었다. 의자만 있는 객실, 넓은 방으로 된 객실, 조금 작은 방까지 세 가지 종류의 객실이 있고, 여객선 제일 위층에 마음대로 앉을 수 있는 벤치가 몇 개 있다. 혼자 자주 걸으러 다니는 바닷가 산책길이 보인다. 언덕에 있는 통영 국제음악당에도 코로나 19로 인해 공연을 보러 가지 못 한지 꽤 시간이 지났다. 갑자기 나선 걸음이라 준비한 .. 2020. 6. 4. 서른 그리고 쉰 서른은 참 무서운 나이였다. 20대까지 열심히 읽던 많은 책에 여자 나이 서른이 넘으면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이 든 인간으로 전락하는 것처럼 써놓은 것을 잘못 읽고 오해하였다. 마흔 넘으면 정말 늙은이가 되는 줄 알았다. 옛날 사람이 옛날 사람 기준으로 혹은 자신의 좁은 소견을 일반화하여 쓴 것이다. 그때는 작가는 다 똑똑한 줄 알았다. 그래서 서른까지만 짧고 굵게 살다가 죽는 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였고, 10대에 서른 이후의 삶을 설계하지 않았다. 10대엔 그런 생각을 할 만큼 나는 좁은 세상에 갇혀 살았다. 서른 즈음에 내 인생에 닥친 도미노식 풍파에 휘청이다 판단 착오로 아무나 나 좋다는 남자 만나서 아줌마로 정착해야 할 것으로 착각했다. 그때처럼 나이 오십이 넘으면 금세 늙.. 2020. 5. 30. 이전 1 ··· 71 72 73 74 75 76 77 ··· 1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