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2282

8월 24일 스무 살 되던 해 봄에 나는 그만 살기로 결심했다. 나란 존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그냥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누군가 멋대로 설계한 인생에 맞춰서 그럴듯한 역할을 하는 아바타 같은 삶이 싫었다. 이 삶이 그런 것이라면 반드시 거부해야 할 것으로 확신했다. 내 계획은 실패했고, 이후에 원하지 않는 삶을 이어가는 내게 삶은 불필요한 부록 같이 느껴졌다. 내 삶의 본질을 통찰하고 그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살기 이전엔 그랬다. 어느 때는 남이 사는 모양새를 관찰하고 그들과 비슷하게 살아내면 큰 문제없이 살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수긍할만한 부분은 따라서 해보는 거다. 사회생활을 뒤늦게 시작하면서 대체로 큰 문제없이 대학 졸업한 뒤에 취직해서 직장 생활을 규칙적으로 해 온 사람들.. 2022. 8. 24.
Someone like you 살 많이 빠진 아델(2022/07/02)의 공연 영상. 살 빠지니까 이렇게 사람이 달라보이네. 지난 주말 폭우를 피해서 중부 지방에 다녀왔다. 비를 피하듯 주변에 비 오듯 하는 많은 사람의 슬픔과 아픔을 피해 다닐 수 있을까? 코로나를 피해 다닐 수 있게 되면 아델, 에드 시런 콘서트에 가보고 싶다. 영국까지 가야 할까? 2022. 8. 23.
사이보그 혹은 A.I. 최근에 들은 내 첫인상에 대한 평가는 그랬다. 말없이 일만 해서 사이보그나 A.I.인 줄 알았단다. 내 표정이 바뀌고 말이 쏟아져 나오는 게 이상하고 신기했다며 그 전엔 너무 무거워서 말을 붙이기 어려웠다는 평가를 들었다. 나보다 훨씬 연배가 높으신 분의 솔직한 내 첫인상 평에 중간 어느 시점까지 그렇게 보였다고 말씀해주셨다. 우리가 대화할 일이 없었다. 그 공간에서 나와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취향이 비슷하거나 기타 등등 어떤 이유로든 말을 섞을만한 부류의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도 그 얼음장 같은 침묵을 깨고 내가 먼저 말을 건네고 우스개 소리도 했다. 나는 그 속에 제대로 융화하기는 곤란한 손님 같은 존재다. 그래서 내 위치를 확실히 알고 자리를 잘 지키는 거다. 그들이 사놓은 간식이 눈에 띄.. 2022. 8. 23.
Fear 2022년 7월 29일 아침 암막 커튼을 조금 열어보니 익숙하지 않은 풍경에 정신이 혼미하다. 이런 풍경을 늘 보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면 도망치고 싶을 것 같다. 삐죽삐죽 높낮이가 다른 건물이 우후 죽순 자란 듯이 시야에 건물만 빽빽하다. 엊그제 울산에서 강 건너 높은 빌딩을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기분이다. 그 속에 파묻힌 것처럼 높은 건물 속에 있는 게 어쩐지 거북하다. 어젯밤에 이 방에 들어왔을 때 아무리 열어보려 해도 열리지 않던 창문 앞에서 몇 번 애쓰다가 창을 열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 곧장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띵했다. 열지 않는 것과 열 수 없는 것은 다르다. 안에 갇힌 기분에 머릿속이 터져나갈 것 같은 답답함과 공포감이 뒤죽박죽으로 나를 짓눌렀다. 광안대교를 타고 이 동네로 건너오.. 2022. 8. 23.
그때 한마디만 해줬더라면...... 그간 그리 길게 속앓이를 하고 자책에 자책을 더하며 자학하지도 않았을 테고, 쓸데없는 상상과 욕망의 쓰레기를 재생산하는 짓도 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 화가 났다. 누굴 탓할 수 없는 상황이어도 탓할 상대 없이 자신을 더 비참하게 짓이기지 않아도 되었다. 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피하지 못하고 이상한 상황에 빠지게 한 것에 일조한 당사자에게 오늘 쌓이고 밀렸던 감정을 쏟아냈다. 어떤 상황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언젠가 한 번은 쏟아내버려야 할 묵은 감정이 있었다. 그 고통의 시간은 이미 지나갔고, 작년 여름 지나면서 정리했으니 이젠 그런 시시한 감정 놀음 따위에 놀아나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다.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한동안 아픈 상태로 고립된 다음에 감정의 파도를 탔다... 2022. 8. 23.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든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이 끝없이 반복되는 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다. 2022. 8. 18.
8월 18일 욕망이 뱃속에서 폭발했다. 소화하지 못할 만큼의 욕망을 삼키도 삭히지도 못하고 어벌쩡하니 섰다가 체했다. 토해내지도 못하고 울먹이지도 못했다. 분화구처럼 들끓던 갖가지 욕망이 화염에 녹아 액체 상태로 폭발했다. 왜 그렇게 참으라고만 한 거야? 나에게 너무 많은 걸 강요하지 마! * 2022. 8. 18.
우중충한 날씨 탓은 아니다 오늘 나를 눈뜨고 차마 보기 힘들 만큼 딱딱했다. 방학과 무관하게 격리 기간까지 겹치고 겸사겸사 몇 주만에 내 얼굴을 본 학생이 눈을 반짝이며 내게 반가움을 표시했고, 일부러 인사를 하고 말도 걸었는데 나는 굳어서 내 몸과 마음의 반 정도밖에 나서지 못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복도에서 끌어안고 반가움을 표시할 정도로 나도 반응을 격하게 보이는 성격인데 마스크 너머로 피식 웃으며 어깨만 툭툭 쳐주고 지나쳤다. 그 이후에도 몇 번이나 그런 마주침을 피하려고 못 본 척하고 걷고 고개를 숙이고 고개를 돌리기를 반복했다. 의도한 것도 아니고, 그래야할 이유도 없는데 이상하다. 아직 회복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돌아서니 마음이 쓰이는데 왜 이렇게 이상하게 구는지 모르겠다. 우울하고 화 나고 답답한 것이 완전히 풀리.. 2022. 8. 17.
8월 17일 집착하고 애착을 가지는 것은 잃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그 존재 자체를 잃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영향력을 주고받고 싶은 거다. 그냥 바라만 볼 수 있는 자리에 있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 테다. 문제는 이런 일방적인 욕망에서 비롯한다. 알았으니 어떻게든 바로 잡아야지. 내 속에 쌓인 욕망의 쓰레기를 소각하기로 한다. 다시 맑아지는 방법은 그 길 뿐이다. 2022. 8. 17.
가을 '나는 솔로'라는 프로그램을 며칠에 걸쳐서 다 봤다. 어쩌다 한 편 본 것이 가장 최근의 것이었다. 보다 보니 남의 연애하는 이야기가 신기하고 재밌어서 한 편씩 첫 회부터 보게 됐다. 30대는 참 어려보인다. 나는 나이 서른에 엄청 어른인 줄 알았다. 그래서 세상 모든 것을 어깨에 지고 살아야 하는 줄로 착각했다. 저런 어린 나이에 젊게 상큼하게 즐기고 살아도 되는 줄 몰랐다. 연애하고는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서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사이가 깊어지고 어떻게 이어지는지 알 수 없다. 시작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 변화를 날것으로 엿보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연애 비슷한 걸 해보기는 했는지 아무리 헤아려봐도 그 영역에 이름 올릴 대상이 없다. 그만큼 빨리 사람의 관계를 단정 지어버리고 감정이 흔들리지 않으.. 2022. 8. 16.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토끼를 찾으러 나섰다. 계속 불편하고 불안한 심정으로 지낼 수는 없으니까 상황을 바꿔야 한다. 사람을 피해서 숲에 자리 잡고 가만히 누워있었다. 복잡한 심정을 단숨에 정리하게 하는 한 방이 있다. 의외로 엉뚱한 곳에서 힘을 얻는다. 그래 두고 보자. 찾았다. 나를 제자리에 돌려놓을 뭔가를. 작용과 반작용, input과 out put. 일주일만 더 버티면 한 가지는 확실해진다. 이게 바로 나다. 몸이 아프지 않았더라면 이번 연휴에 좀 엉뚱한 시도를 할 참이었는데 덕분에 무사히 지나갔다. 그리고..... 문득 정신이 든다. 안개가 걷힌 기분이다. 괜찮지 않다. 근데 곧 괜찮아질 거다. 2022. 8. 16.
지금 심정은...... 방해받지 않고 혼자 조용히 필요한 것을 다 갖추고 편안하게 여생을 산다면 과연 행복할까? 8월 5일에 딸이 잠시 다녀간 뒤에 사람과 대면하고 대화하지 못했다. 어제는 무리해서 일하겠다고 커피 한 잔 마시고 밤새 잠 못 들고 뒤척였고, 오늘은 그 바람에 머리가 멍하다. 이렇게는 살 수 없다. 아니,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뭘 해도 즐겁지 않고 뉴스를 보거나 들으면 숨이 막힌다. 이렇게 답답할 때는 잠시 현실도피 삼아 아주 멀리 떠났다가 돌아오고 싶다. 지구를 떠나고 싶다. 우울감 때문에 생기는 혼란스러운 감정에 드는 생각일 거다. 이렇게 긴 단절 끝에 내일 말할 기회가 생기면 기분이 어떨지 궁금하다. 머릿속으로는 기분 좋은 장면이 그려지지 않는다. 딸은 힘들고 복잡한 일이 생기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 2022. 8. 15.
8월 14일 * 옛날 생각하다가 옛날 일기에서 찾아낸 사진, 딸이 다섯 살 때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증세를 보여서 대학병원에 일주일 입원한 적이 있었다. 퇴원한 뒤에 병원 진료받으러 진주에 갔다가 개천예술제 행렬을 보고 잠시 섰다가 사진을 찍었다. 가방에 필름 카메라를 넣어서 들고 다니던 시절이었고, 저 사진은 행인의 손에 찍힌 필름 카메라 사진. 나중에 어느 순간 이 정도도 기억해내지 못할 것 같아서 기억난 이야기를 붙인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큰 종양이 딸의 왼쪽 눈두덩이를 중심으로 이마까지 큰 혹으로 부풀어 올랐다. 동네 병원에서 대학 병원으로 가서 수술받아야 한다고 해서 대학 병원에 입원해서 하마터면 눈두덩을 찢는 수술을 받을 뻔했다. 처음 보는 증상에 당황한 의사들이 차례로 검사만 반복하고 항생.. 2022. 8. 14.
궁금하다 1. 필터 없이 나오는 대로 그냥 내 생각이나 일상을 두서없이 쓰는 나 2. 그런 것을 나와 아무런 유대관계나 개인적인 관계도 없이 연속적으로 읽는 사람 이 있다면 누가 더 이상한 사람일까? 누가 왜 읽는지 알 수가 없으니 궁금하다. * 전에 주제넘게 남의 인생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던 이상한 여자인지 남자인지 알 수 없는 그 '똑똑'이 넘치는 분, 자기가 누군지 밝히지도 못하는 주제에 게시판이며 블로그에 따라다니며 조언하는 꼬락서니 다신 보고 싶지 않다. 내가 내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거나 말거나, 어떤 부류의 남자를 골라서 결혼을 하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이야? 왜 이런 곳에 찾아다니며 읽고 지적질하고 똑똑한 척하는지....... 내가 내 인생 모든 것을 쓰거나, 내 일상 모든 것을 쓰거나, 모든 감정.. 2022. 8. 14.
다솔사, 비토섬 8월 13일 기록 없이는 기억도 없다. 기록 없이 기억하는 바도 많지만 내 기억은 순서가 맞지 않거나 잘못 기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엊그제 잠시 일기를 쓰면서 그 해가 언제인지 잘못 쓰인 것도 나중에 기록을 뒤져보고야 기억이 정확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거의 20년이 지나가버려서 그때가 아이가 다섯 살이었을 때인지, 네 살 때였는지 그 사이 몇 년의 기억은 묶음으로 희미하다. 기록을 뒤져보니 꼭 열흘 전에 이곳에 다녀왔다. 이후에 계속 꼼짝 못 하고 있다가 열흘만에 차 타고 나갔다 왔다. 40분 남짓 운전하는 것은 괜찮았다. 에어컨 틀어놓고 그날 돌아오면서 듣던 영화 OST를 계속 듣다 보니 도착했다. 몸이 공중에 붕 뜬것처럼 묘한 느낌이 들었다. 한낮에 기온이 높아서인.. 2022. 8. 14.
자가격리 해제 7일간의 자가격리가 2시간 뒤에 풀린다. 어제 어떻든 기운 차려서 그간 못한 일을 하려고 일주일 동안 한 모금도 마시지 않던 커피를 한 잔 내려서 진하게 마신 것이 화근이 되어서 간밤에 한숨도 못 잤다. 덕분에 오늘 종일 몸이 극도로 피곤하고 어지러워서 내내 누워서 지냈다. 다시 밤낮이 바뀌도록 푹 쉬지 않고서는 제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 그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 숙제도 남았고, 열흘 남짓 사람도 만나지 않고 외출도 하지 않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으로 부족해서 다른 약까지 먹으며 버티던 이 몸 상태로 원활한 일상 복귀가 가능할지도 조금 걱정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빡빡한 새 학기 일정에 맞춰서 일을 해낼 수 있을까...... 그렇게 아픈 것이 어떤 것인지 잊고 지내다가 며칠 심하게 앓고.. 2022. 8. 12.
예민, 까칠 고립이 그리 괴로운 것만은 아니었는데 까칠해졌다. 한마디 건네는 사람은 그나마 나를 걱정해주는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지 생각해야 하는데 오늘은 순간 몹시 까칠한 자신을 발견했다. 30대여서 가볍게 넘어간 증상이 내게도 같을 것으로 짐작하고 얼마 남지 않았다고 응원해주는 소리에 감사가 아닌 까칠함을 드러냈다. 생각보다는 힘든 시간이었는데 그냥 놀면서 격리를 즐긴 것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불편해졌다. 말한 사람의 의도와 무관하게 나 혼자 힘든 감정에 치어서 불편한 것이 하필이면 그렇게 느껴지게 말을 받았다. 상대의 의도도 잘 알고 내 마음도 그렇지 않은데 며칠 아픈 끝에 회복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 일터에서 오는 연락에 나도 모르게 이상하게 반응했다. 그나마 일터가 없었다면 세상에서 내가 그간 아픈 상태로 .. 2022. 8. 11.
8월 11일 폭우로 문이 열리지 않았던 반지하 방...... 태풍 매미가 우리 삶을 강타했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날 그 시각에 이웃집 아저씨가 우리에게 대피하라고 문 두드려서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우리 모녀도 그렇게 물에 빠져 죽었겠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감정 이입하게 된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비바람 치던 날 한밤중에 네 살(2003년 9월 당시) 된 딸을 챙겨 업고 바깥으로 나가는 문을 억지로 열었을 땐 이미 마당에 물이 그득 차올라서 억지 반으로 열린 문 너머로 영화 속의 장면처럼 집안으로 물이 넘쳐 들어왔다. 간발의 차이로 큰 일 없이 살아서 나왔다. 세상과 단절하고 살던 우리 모녀에게 그때도 생과 사의 하나의 변곡점이었던 거다. 해일 비슷한 일기예보조차 없었고, 명절이어도 찾는 사람 없고 찾아갈 데 없어.. 2022.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