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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2024-11-06 한참 지난 일기를 간혹 읽을 때면, 참 새삼스럽다. 이런 날도 있었구나,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구나, 이런 감정에 사로잡힌 순간을 잘도 그려놨구나.... 내 인생이라고 그려진 어느 날의 그림을 관람한다. 어차피 지금도 나라는 주체가 있는 것만 같지만, 한걸음 떨어져서 남의 삶을 구경하듯 살다 보니 아무렇지도 않게 남보기엔 표현하기 어려운 일도 글로 옮긴다. 엊그제는 내가 10년만 젊었더라면 하는 허튼 생각이 들어서 살짝 웃음이 났다. 절실한 바람이기보다는 그랬다면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하는 다소 유치한 감정적인 상황을 놓고 잠시 생각이 거기까지 갔다. 그 모든 과정에서 내가 아직 이런 감정에도 잠시 발을 담글 만큼 젊다는 것을 확인한 게 결론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할 뿐.. 2024. 11. 6.
맛, 그리움 2024-11-05 2013년 오스트리아 여행 중에 할슈타트에 있는 소금광산에 가본 적이 있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라는 TV프로그램에서 본 그 동네를 여행 버킷리스트에 넣어뒀다가 독일을 지나서 오스트리아를 지나갈 때 하루 들렀다가 왔다. 관광객들이 할슈타트를 기억하는 대표적인 사진을 딸과 함께 보다가 "저기 정말 아름답고 좋았는데....."라는 말에 맞장구치는 딸은 이내 그 동네에서 맛있게 먹은 음식부터 떠올리며 말한다. 어림잡아 45도가 넘는 급경사로 해발 800미터 이상의 높이로 올라가는 푸니쿨라를 타고 소금광산에 오르던 날은 몹시 더웠다. 그늘만 찾다가 지쳐서 산 위에 있는 음식점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영어로 표기되지 않은 외국어 메뉴판에서 찍은 음식 중에 딸이 맛있게 먹은 치즈 파스타 맛이.. 2024. 11. 5.
11. 04 2024-11-04지난달 말에 동네 헬스장에 등록하고, 그날 가서 운동 한 번 한 뒤에 계속 근육통에 시달렸다. 그 바람에 며칠 뭉기적거리다가 오늘에야 다시 헬스장에 다녀왔다. 몇 가지 운동 기구로 깔짝거리기만 했는데도 전신이 아프다. 11월 1일에 주차장 교통사고는 우연이었지만, 묘했다. 10월 24일에 공세리 성당에 가본다고 나섰다가 돌아오는 길에 네비가 안내한 길로 잘못 접어들어서 마주친 중장비 기계 앞에서 가만히 있지 않고 비켜주다가 공사장 바위에 왼쪽 앞 범퍼가 조금 긁혔다. 당분간 그렇게 지낼 참이었는데 엊그제 주차장에서 실수를 하신 분이 가만히 서있는 내 차에 꽤 큰 충격을 가해서 범퍼가 깨지게 만드신 거다. 결국 범퍼를 교체하면서 긁혔던 것도 처리 됐다. 아무 일 없었으면 그냥 그렇게 지냈.. 2024. 11. 4.
일요일 외출 2024-11-03일요일, 외식을 하기로 했다. 늦게 챙긴 딸이 샤브샤브 뷔페에 가자고 해서 대전에 갔다. 늦은 아점을 맛있게 먹고 어제 혼자 걸으며 풍경이 아름다워서 보낸 사진 한 장을 빌미로 거기 가자고 했더니 어쩐 일인지 따라 나선다.오늘도 나는 딸내미 사진 찍사, 130장 연사로 찍어주고 좀 걷고 나왔다. 그래도 그거라도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2024. 11. 3.
명상정원 나들이 2024-11-02사흘 전에도 명상정원으로 향하다가 차에 경고등 뜨는 바람에 서비스센터에 다녀왔다. 날이 맑을 때, 햇볕을 쬘 수 있을 때 물가에 가는 게 좋아서 어제 오후에 걸으러 다녀왔다.  저분들처럼 백발이 되어도, 나와서 걷고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부러워서 풍경 사진 찍으면서 슬쩍 구도에 넣었다.  뭔가 열심히 먹느라 바쁜 거위 중에 한 마리는 지는 해를 바라보고 내내 서 있었다. 2024. 11. 3.
Older 2024-11-02 요즘 즐겨 듣는 노래  어디론가 달릴 때 차 안에서 자주 듣는다. 가을에 어울리는 감성을 자극하는 곡과 목소리The older I get..... 어릴 때 난 결심했다. 자식을 포용하는 부모를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내가 그런 부모가 되기로. 그래서 생각한 대로 산다. 저 나름 노력하고 있는데, 더 잘하라고 채찍질 같은 말은 하지 않는다. 뜻대로 되지 않아서 실패했을 때, '내가 병풍처럼 뒤에 서 있어 줄게. 네 편이 되어줄게. 잘 안 되면, 다음을 기약하자. 애썼다.' 내가 준비한 말은 이런 거야. 잘 되면 좋겠지만, 그게 뜻대로 다 될 수는 없잖아. '고생했다. 우리 좀 쉬었다가 기운 내서 또 뭔가 해보자. 그때 더 잘하자. 괜찮아.... ' 2024. 11. 2.
코리안 타임 2024-11-02 예전에 그런 말이 있었다. 한국 사람은 정해놓은 약속 시간보다 늦게 나오는 게 일반화되었다는 의미로 쓰였던 말이다. 요즘은 일부 개인이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움직이고 조금 일찍 도착하는 게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는 얼마나 피곤할 것이며, 그 어긋남 하나로 시작한 삶의 균열이 미세하더라도 반복되면 지치고 힘들 것이다.  화장실에 가면서 음식점에서 맡은 자리에 내 물건을 두고 가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을 만큼 남의 물건에 함부로 손대지 않는 것이 보편적인 상식인 나라. 우리 사회는 완벽하지 않지만, 좋은 점이 많다. 무얼 봤는지 딸이 저녁 먹으면서 그런 이야길 꺼냈다.  공중화장실이 깨끗하게 잘 운영되는 우리나라 같.. 2024. 11. 2.
사기꾼 2024-11-02의도를 가지고 치밀하게 준비한 거짓말은 구분하기 어렵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일이니까 당연히 내가 잘 모르는 거라고 열심히 설득할 때 이상했다. 그때 권유받은 투자 설명서와 기타 등등 준비한 자료와 서류를 가지고 당분간 소송에 집중해야겠다. 생각하기 싫어서 돈 돌려준다는 날짜까지 계속 기다리고, 연기하고, 기다리기를 반복했다. 돈도 받아야하지만, 반드시 응징해야겠다. 세상엔 참 더러운 종자가 많다. 되도록이면 필요 이상의 사람과 긴밀하게 엮이기 싫은 이유 중에 하나다. 2024. 11. 2.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 2024-11-01 인생사 새옹지마, 전화위복이란 말이 있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 싶을 만큼 일이 이상하게 꼬일 땐, 뭔가 확실히 머리 아프고 이상한 일이 생겨야 그게 굴러서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 전조 현상이라고 믿고 싶다. 딱히 힘든 일이 겉으론 없는 것 같아 보여도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다. 매일 뉴스를 듣다 보면 답답한 일 투성이다. 그래도 더 나빠지지 않아야 하니까 잘못된 것이 그대로 더 깊이 썩어가게 둬서는 안 된다. 처리해야지. *아침에 깨서 뉴스를 듣다가 스르르 잠시 잠이 들었는데 딸이 부른다. 관리사무소에 딸 번호를 등록해 놔서 딸에게 전화가 간 모양이다. 지하 주차장에 세워놓은 차를 누가 들이받아서 사고가 났다고 연락이 왔다. 딸과 함께 주차장에 가보니 앞 범퍼가 깨.. 2024. 11. 1.
10. 31 2024-10-31이제 갈 곳이 생겼다. 언제든 가고 싶으면 가도 되는 곳.동네 헬스장에 등록했다.마음이 쓸쓸해지면 가서 운동이라도 하자.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스텝 꼬인다.그냥 이렇게 살래. *한 사람만 있으면 되는데 그게 참 어렵다. 마음 둘 곳이 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제주도에 있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동네 친구도 하나 없어서 병날 것 같다고 구시렁거렸더니 헬스장이라도 다니라고 한다. 말 한마디 밀어준 덕분에 그러잖아도 가려던 곳에 가서 등록했다. 어젯밤엔 사흘째 거의 잠을 못 잔 게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큰 것 같아서 깨면 병원에 가서 수면제 처방이라도 받을 참이었다. 그런데 병원보다는 생활의 변화를 먼저 시도해 보자는 뜻에서 다음 달부터 하려던 것을 오늘 가서 시작하기로 했다. 나.. 2024. 10. 31.
10. 30 2024-10-30두 달 정도 쉬니까 조금 쉰 것 같은데 애매하게 이 시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연속해서 하던 일을 하려면 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이 나이에 해보지 않은 어떤 일에 도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그만큼 위험을 감수하기엔 능력 부족, 체력 미달이다. *급락해서 물린 주식이 꽤 있었다. 생활비를 조달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손절하고 나면 오른다. 나는 느긋하게 뭔가 기다릴만한 배짱도 여유도 없는 사람이다. 이런 종류의 돈 놓고 돈 먹기엔 소질이 없다.  입에 풀칠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당분간은 일할 때는 할 수 없는 것을 찾아서 하는 것으로 일과를 채워야겠다.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고 관계를 잇는 일 없이 산다. 고향을 떠나 내륙의 낯선 도시에 온 까닭이기.. 2024. 10. 31.
가을 먹깨비 2024-10-30 며칠째 깊은 잠이 들지 않아서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잠이 부족해서 그런지 음식을 많이 먹게 된다.  10월 28일 월요일 오후에 만든 고구마 쌀케이크우유, 달걀, 찹쌀가루, 고구마, 설탕  10월 29일 아점으로 만든 아구, 새우볶음. *마트에 아구살만 손질해서 냉동식품으로 판매한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됐다. 자꾸 해물 먹고 싶은데 내륙에 이사한 뒤에 싱싱한 해물을 맛볼 기회가 드물어서 꾀를 냈다. 냉동이지만, 아구와 새우를 넣고 볶음 소스에 콩나물, 당면을 섞어서 볶아냈더니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며 딸이 허겁지겁 먹는다. 조만간에 다시 만들어야겠다. 10월 30일 밤참으로 만든 고구마 찹쌀빵. 월요일에 만든 것보다 얇게 구워서 바삭한 맛에 구워낸 밤에 한판 다 먹었다. 2024. 10. 30.
데칼코마니 2024-10-29매번 집에서 나서는 시각이 조금씩 늦어져서 걷다가 돌아 나오는 길엔 이내 어두워진다. 오늘은 아름다운 자연의 데칼코마니를 만끽하고 왔다. 곧 더 쌀랑해지면 이런 풍경을 보려면 1년은 더 기다려야 하니까 열심히 걸어 다녀야겠다. 아름다운 고복저수지 풍경  이 길을 걸으며 수없이 토해낸 말"아~ 행복해~~"사지 멀쩡하게 걷고 싶은 길을 걸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어제는 흐렸지만, 오늘은 맑게 갠 하늘과 구름, 물, 바람을 한꺼번에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자연 속에서 절로 치유되고 회복된다. 들숨도 날숨도 마음껏 편하게 들이쉬고 내쉴 수 있는 이런 곳에 나올 수 있어서 행복했다.  공기 속에 녹아서 바람 따라 흘러갔다 온 기분이랄까..... 2024. 10. 29.
드라마 '조립식 가족' 2024-10-28"엄마 없는 애 치고는 밝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부모의 복잡한 관계로 말미암아 한집에서 밥을 같이 먹고살게 된 아이 셋과 그 부모의 삶이 얽히고설킨 이야기다. 엄마 잃은 아이 윤주원의 아빠 윤정재가 보듬고 아우르는 아이들 셋. 그들의 공통점은 엄마 없이 자라는 거다. 친남매도 아니면서 남매처럼 자라는 아이들의 대화에 "엄마 없는 애 치고는 밝다."라는 말에 문득 멈춰서 생각한다. 엄마 없는 애는 어둡고 슬퍼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말이다. 작가가 그 부분을 걸고 보란 듯이 장면을 만들어서 보여준다.  * 김산하 : 세상에는 서로 독이 되는 가족도 있어. 우리 엄마와 내가 그런 사이고부모 자식간의 관계가 모두 좋을 수는 없다. 남보다 못한 경우도 있다. 굳이 그런 관계를 가족이라는 .. 2024. 10. 28.
발굴 2024-10-28 옛날 일기 일부를 어딘가에 저장한 것이 있어서 오늘 일부를 발굴(?)했다. 2003년이면 20년이 훌쩍 넘은 세월이 지난 옛날이다. 10년 세월이 두 번 넘게 지났으니, 옛날이라고 불러야 마땅하겠지. 그 시절에 나는 참 힘들었구나 싶다.  인스타 릴스를 보다가 찹쌀가루를 넣고 고구마를 깍둑 썰어 넣은 빵도 떡도 아닌 것을 만들었다. 설탕을 적게 넣어서 단맛이 살짝 부족해서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묘한 맛이다. 오븐 겸용으로 산 전자레인지가 예전에 쓰던 것만 못해서 오븐에 그릇 넣으면 안정감이 부족하다. 그냥 서랍식으로 오븐에 구울 것을 넣는 것으로 알고 샀는데 삼발이 같은 것을 놓고 그 위에 구울 것을 올리는 구조다. 기계 상부의 열을 이용하기 위해 가늘고 긴 다리로 된 철망 위에 꽤.. 2024. 10. 28.
우리가 진정으로 2003.08.27 00:17 우리가 진정으로 만나야 할 사람은 그리운 사람이다.한 시인의 표현처럼'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는 그런 사람이다.곁에 있으나 떨어져 있으나 그리움의 물결이출렁거리는 그런 사람과는 때때로 만나야 한다.그리워하면서도 만날 수 없으면 삶에 그늘이 진다.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지극히 사무적인 마주침이거나 일상적인 스치고 지나감이다.마주침과 스치고 지나감에는 영혼에 메아리가 없다.영혼의 메아리가 없으면 만나도 만난 것이 아니다......*To treno fevgi stis okto (The train leaves at eight:기차는 8시에 떠나네)- 노래: Agnes Baltsa- 음악: Milkis Theodorakis- 가사: Manos Eleftherio.. 2024. 10. 28.
가을 탄다 2024-10-27 눈이 그대로 붙을 것 같은 피곤한 몸을 쉬게 해야 하는데, 달래어지지 않는 감정이 어찌나 위세를 떨며 설치는지 시집과 소설책을 앞에 두고 번갈아가며 읽었지만, 글이 눈밖으로 금세 샌다. 감정의 허기가 달래어지지 않아서 평소에 먹지 않던 음식도 밤늦게 먹어본다. 오히려 이물감에 음식을 뱉고 싶어졌다. 어떤 미묘한 감정 상태를 표현할 때 참고하려고 평소와는 다른 감정이 느껴지면 그림처럼 글로 그려댄다. 오늘 느끼는 이런 감정은 깊이도 없고, 오래 지속하지도 않는 얕고 유치한 감정이다. 그런데 어딘가 들러붙어서 쉽게 사라지지 않고 뒤척이게 한다. 누군가 대상을 두고 그리워하고픈 욕망,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삶을 나누고 싶은 욕망은, 결국 외로움에 지친 삶을 등지고 싶다는 뜻이겠다. 이러다.. 2024. 10. 27.
2년 전, 가을 그날 2024-10-27 뉴스를 보고 너무 놀라서 내 딸은 혹시 그날 서울에 친구 만나러 나가진 않았는지 확인 문자를 보냈다. 집순이여서 기숙사 방이나 교내에 콕 틀어박혀서 지낸다는 딸이 코로나로 갇혀 지내다가 그날은 뜻밖의 외출을 할 수도 있지도 않았을까 하는 걱정에 온몸이 울렁거렸다. 그 정도로 부모가 자식의 안전을 생각하는게 인지상정인데, 그날 황망하게 자식을 잃은 부모 마음은 어떠할지 차마 헤아릴 수도 없다. 오늘 밀린 유튜브 방송을 보다가 그날 황망하게 자식을 잃은 어떤 부모의 이야기 듣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일없이 딸내미 방에 들어가서 겨울옷 필요한 거 없냐고 묻고 나왔다. 아직 우리가 함께할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생각하게 됐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때 우리는.. 2024.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