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섬 <2010~2019>/<2015>72 8월 11일 많은 사람이 바쁘게 살아간다. 어쩔 수 없이 생을 이어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안고 그 바쁜 삶 속에 숨 가쁘게 살아가는 모습은 인간으로서의 연민을 느끼게 한다. 나 또한 살아남기 위해, 생을 이어가기 위해 일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적어도 내일, 혹은 한 달, 일 년 정도의 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날이 언제일까 까마득하던 때가 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지니지 않고 빈손으로 집을 나온 뒤에 나는 몇 해는 경제적인 결핍이 주는 곤란함을 갖가지 겪으며 살았다. 몸이 아프지만, 병원에 맘대로 갈 수가 없어 병을 키우기도 하고, 아이에게 제때 음식을 마련해주지 못하게 될까 봐 가슴을 졸이며 내 끼니조차 언제 챙겼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현실적인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 와.. 2015. 8. 11. 여름휴가 방학 전부터 올 여름방학엔 강원도 여행 가자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막상 여행 가기로 한 날이 가까워지니 이런저런 핑곗거리가 생겼다. 폭염주의보까지 내렸다는데 어디 멀리 나가서 돌아다니지 말자며 딸이랑 말을 맞추게 되었다. 그래도 실내에서 돌아다니며 구경할 수 있는 어딘가라도 가자고 했으나 역시 이젠 내 맘대로 여행지를 정하기엔 딸이 너무 커버렸는지 설득하기가 어려웠다. 영화 보고 쇼핑하고 맛있는 것 사 먹는 선에도 여름 여행을 가볍게 마무리했다. 아이맥스 관에서 '미션 임파서블'을 재밌게 보고, 딸이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러 다녔다. 그리곤 새 옷이며 신발을 사러 아울렛에 가자길래 몇 분만 걸어도 쓰러질 것 같던 한여름 더위에 쇼핑하러 갔다 왔다. 예쁜 옷 한 가지씩 사고, 교복 위에 덧입을 겨울 .. 2015. 8. 9. 블루문 집을 나선 시각이 이미 달이 뜨고 시간이 좀 지난 뒤여서 좀 더 가까이 크게 보이는 달을 보진 못했다. 한 달에 보름달이 두 번 뜨는 경우가 있는데 그걸 블루문이라고 한단다. 달빛이 푸른빛이어서 아니라 서양에서 뭔가 불길하다 여겨 우울함을 상징하는 블루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정말 전날 보름에 나가서 분명 보름달을 보고 사진을 찍었는데 다음날에도 보름달이 떴다. 그대와 말없이 손잡고 함께 걷고 싶었던 길..... 2015. 7. 31. 7월 31일 맥북에 시간 알림 기능이 켜져 있어서 좀 전에 "5시입니다."라고 노트북이 말을 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알았다." 라고 했더니 딸이 이른 저녁을 먹다가 깔딱 넘어간다. "엄마, 정말 심심한가보다. 그렇게 있다간 정신병도 나겠다....." 갑갑해서 밖에 나가고 싶은데 밖이 너무 더워서 꼼짝을 못 하고 있다. 오늘 분명히 영화 '미션 임파서블' 보러 가기로 했었는데 딸이 말을 바꿔서 같이 못 나갔다. 혼자는 못 가겠다. '인사이드 아웃'도 그래서 못 보고 놓쳤다. 혼자 가버릴까 생각만 하다가 결국 혼자 못 나가서 딸에게 정신병 나겠다는 말까지 듣고 있다. 용인고려백자연구소에서 고려백자 재현 시험을 해서 가마에 넣은 도자기들이 오늘 빛을 보는 날이란 소식을 이재운 선생님 블로그에서 접하고 너무 가고 싶어.. 2015. 7. 31. 옛날 사진들 옛날 사진들을 꺼내 봤다. 나는 참..... 예쁜 것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자신에 대한 기준이 나름 엄격하고 까다로웠던 내가 외모에 대한 엄청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까지 들었다. 옛날 사진이니까 촌스러울 수도 있다지만, 그게 정도를 넘어선다. 대학 다닐 때 나더러 예쁘다는 알량한 말로 나를 꾀려 한 나쁜 남자들은 다 사기꾼이었다. 자주 듣다 보면 진짜인 줄 착각하게 되는 순진한 나이였으니 내가 몹시 나쁜 인물은 아닌 줄 착각할 때도 있었다. 가끔 예쁘게 나온 사진도 있었지만, 20년 전에 어떤 중2 남학생들이 내 사진첩에서 그나마 좀 나아 보이는 건 다 빼가서 남은 게 없다. 그게 좀 억울하다. 그나마 좀 나은 게 그것뿐이었는데. 항상 어머니가 골라주.. 2015. 7. 30. 방학맞이 삼시세끼 식당 개업 지난 금요일에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곧장 통영을 빠져나가서 방학맞이 콧바람을 좀 쐬고 돌아와서는 학교 가지 않는 딸의 삼시세끼를 책임져야 하는 식당 아줌마가 되어버렸다. 한 끼도 제 손으로 찾아먹으려 하지 않고, 매끼니 마다 새로운 맛있는 음식을 해달라고 조른다. 어제는 .. 2015. 7. 29. 회의 국정원 대선 개입, 불법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민간인 사찰 등 다양한 정치관련 뉴스들의 핵심은 항상 곁가지를 치고 엉뚱한 곳으로 관심이 흘러가고 종국엔 다른 엉뚱한 뉴스에 묻힌다. 국민들이 이 뉴스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국가정보원에서 누구를 사찰하건, 어떤 일을 하건 하.. 2015. 7. 29. 인스타그램 며칠 전부터 지영이가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네스프레소 인스타그램에 색칠한 엽서 사진을 올리라고 했더니 아이디를 하나 만들었다. 그리곤 네스프레소 인스타그램 담당자가 '좋아요'를 눌러줬다며 깔깔거리더니 이내 이 사진 저 사진 올리기 시작했다. 주말 내내 인스타그램에 들.. 2015. 7. 27. 7월 22일 * 가끔 딸에게 화를 내야 할 때가 있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문을 열자마자 성적 이야기를 꺼냈다. 1학기 성적이 전교에서 딱 10등이라며 그나마 자존심 안구길 선을 겨우 지켰다며 혼자 호들갑을 떨었다. 항상 성적표가 나오면 좀더 열심히 했더라면 훨씬 좋은 .. 2015. 7. 22.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오늘은 문득 책장에 꽂혀있던 여행 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란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읽다가 펼쳐둔 책이 몇 권 있는데 또 다른 책에 손이 간다. 그 책의 저자 이병률 님의 소개 글 첫머리에 '멀리 떠나서야 겨우 마음이 편하니 이상한 사람.'이라고 씌어 있다. 나도 그러하다. 마음에 바람이 불고, 이제 어디건 힐끔힐끔 쳐다볼 여유도 생겼다. 오늘 지인 중 한 분은 한 달 일정으로 호주로 떠나셨고, 한 친구는 일 때문에 프랑스 행 비행기를 탔다. 나는 뜬금없이 배웅을 핑계로라도 멀지만 않았다면 공항에 가보고 싶었다. 정말 그러고 싶었다기보단 나도 어디론가 가방 하나 싸서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된 모양이다. 혹시나 해서 딸에게 내가 혼자 며칠 여행을 다녀오면 어떨까 하고 물었더니 곧바로 정.. 2015. 7. 18. 염색 어제 딸이 처음으로 내 머리 염색을 해줬다. 염색약이 독하니 자주 하면 좋지 못하다고 검게 길어나오는 머리카락을 그대로 방치하니까 보기 싫다고 다시 염색을 하란다. 다른 아줌마들은 밝게 염색하면 촌스러운데 나는 염색을 안하면 촌스럽다는 것이다. 매일 나를 관심있게 봐주고, .. 2015. 7. 16. 7월 14일 오늘 딸에게 새 별명을 지어줬다. 딸이 학교에 도착했을 시각에 문자가 정신없이 쏟아져 들어왔다. 중간에 문자가 오다가 사라진 것이 있어서 전후 관계가 맞지 않게 언제 갖다줄 것인지를 종용하는 말들로 도배가 되었다. 휴대폰을 학교에 제출해야 하니 빨리 답을 하라길래 최대한 빨리 갖다준다고 답해 놓고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1교시 끝나고 쉬는 시간 맞춰서 학교에 도착하려면 갑자기 계획에 없던 외출을 준비하기엔 시간이 빠듯했다. 그래도 어떻든 당황하여 어쩔 줄 모르는 딸에게 필요할 때 항상 지원군이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딸이 갖다 달라는 것을 챙겨서 학교에 가져다주고 왔다. 도무지 빼먹고 가서는 안 될 것을 잊고 갔다. 혼자 알고 혼자 웃기엔 아까워서 사서 선생님이랑 그 이야기를 하며 한바탕 박.. 2015. 7. 15. 동그라미님이 보내주신 건강제품들 해마다 잊지 않고 건강제품들을 보내주시는 분이 있다. 아주 오래전, 엠파스 블로그에서 블로그 친구로 알게 된 분인데 나는 드린 것 없이 여러가지 건강제품들을 보내주시는 대로 받고 있다. 아무리 보내지지 마시라고 해도 이것 저것 챙겨서 바리바리 싸서 보내신다. 도통 인사도 연락.. 2015. 7. 12. 나를 곤란하게 했던 사진 담당 업무 때문에 분명히 사진은 찍어놨는데 어디다 옮겨뒀는지 찾지 못해서 진땀 흘리게 했던 사진을 오늘, 데스크탑 사진 폴더 어딘가에서 발견했다. 사진을 정리하고 지우고 한 곳에 모으는 작업도 해야 할 모양이다. 교과서 구매 정산 절차를 덕분에 야무지게 배웠다. 또 쓸 일이 있.. 2015. 7. 12. 서랍 뒤지다가 발견한 사진 수첩 하나 찾느라고 책상 서랍을 몇 번 뒤졌는지 모르겠다. 결국 항상 내가 올려두는 곳에 있었는데 다른 물건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오늘 서랍 속에서 발견한 옛날 학생증 사진이 너무나 새삼스러워서 디카로 찍었다. 93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대학원에 진.. 2015. 7. 12. 7월 8일 * 문득 편지를 쓰고 싶었다. 누군가 마음이 가는 대상이 있어 약간은 그리운 마음을 담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대상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이성이든 동성 친구든 오래 마음에 담고 교류를 했던 대상과는 편지를 오래 주고받은 이력이 있다. 요즘은 쉽게 카톡이나 메신저 .. 2015. 7. 8. 일요일 잠시 나를 잊고 꿈을 꾼다. 아직도 딸은 일요일의 달콤한 늦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고, 난 아침부터 낯선 드라마 한 편을 열었다가 연이어 보고 있다. 이제 2편 보고 있는데 설렌다. '사랑하는 은동아' 사랑은 저렇게 한창 나이 어리고 순수할 때 해야 하는 건가보다. 딸 깨워서 밥 먹여.. 2015. 7. 5. 7월 3일 이틀 전에 주문한 레니본 꽃무늬 원피스를 오늘 받았다. 어떤 옷은 옷걸이에 걸려 있을 땐 별로인데 입어보면 예쁜 옷이 있고, 어떤 옷은 걸려 있을 땐 예쁜데 입어보면 약간 어색한 경우가 있다. 이 원피스는 볼륨감을 너무 과하게 살리도록 디자인 된 탓인지 원피스의 스커트 부분이 너.. 2015. 7. 3.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