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섬 <2010~2019>/<2015>72 맛있는 주말 어제 사온 전복 10마리 중 두 마리는 저며서 10마리 내장을 다 합해서 죽 끓이고 나머지는 김 오른 솥에 쪄서 먹었다. 식감 최고라고 눈을 질끈 감고 맛을 음미하는 딸을 보고 나도 흐뭇해서 웃었다. 행복한 한 끼. 전복죽은 살은 적게 들어가도 내장을 많이 넣었더니 참기름에 볶을 때부터 향이 진하게 난다 싶더니 깊은 맛이 나서 좋았다. 여태 먹어본 전복죽 중에 가장 진하고 고소해서 딸이 연거푸 두 그릇 먹었다. 2015. 12. 20. 양방언 나눔콘서트를 보고 와서 통영은 세계 수준의 역량과 인프라를 갖춘 음악 도시임을 인정받아 지난 11일 세계에서 10번째, 국내에선 처음으로 유네스코 음악 창의 도시가 되었다. 음악 창의 도시로 선정되었으니 앞으로 통영음악당에선 국내외 유명 연주단체들이 더 많은 공연을 하러 올 것이다. 도무지 이곳을 떠날 수 없는 강렬한 유혹 음악이라는 비장의 카드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어제는 유네스코 창의 도시 네트워크 선정 기념식과 더불어 유네스코 평화예술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음악가 양방언과 함께 하는 【유네스코 교육기금 마련을 위한 나눔 콘서트】가 열렸다. 참여한 관람객들의 티켓값에는 교육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 아이들에게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기금이 포함되어 있었다. 공연도 보고 좋은 일도 했다 싶으니 괜히 기분이 더 .. 2015. 12. 18. 안녕하세요. '네.... 저는 안녕합니다.' 그런데 그러시는 댁은 뉘신지? 저는 모릅니다. 그저 낯섦에 화들짝 놀라기부터 합니다. 아무래도 쪽지나 낯선 분과의 카톡은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아요. 고백할 것이 있어요. 맨날 짝사랑만 하다 죽을까 봐 한 번은 꼭 한번은 이 굴레에서 벗어나서 다른 길을 걸어보고 싶었어요. 작년 11월에 '낯선 남자에게 말 걸어 보기'라는 걸 나름 목표로 정했었어요. 카페에다 공언하고 꼭 그 말을 지키려고 노력했지요. 11월 마지막 날 그분께 쪽지를 보냈어요. 그 전에도 언젠가 쪽지를 보낸 적이 있었어요. 친구라도 하면 어떻겠냐고 애원하듯 자신을 드러내 보였는데 그분은 아주 관심 없다는 듯 거절을 했지요. 그 작은 상처와 난감한 기분이 잊히는데 몇 달이 걸렸는지 몇 년이 걸렸는지 기억이 나.. 2015. 12. 16. 주말 먹거리 "내일 장 보러 갈까? 아니..... 내일 마트 쉬는 일요일이네. 지금 마트 갔다 올게." 생수나 화장지, 세제 등 들고 오기 무거운 것은 인터넷 마트에서 주문해서 충분히 준비해두었지만 직접 가서 보고 골라와야 할 종류의 식자재들을 사러 갔다 와야 했다. 며칠 전 생목살 구이를 맛있게 먹고 오랜만에 먹으니 너무 맛나더란 이야기를 하는 것은 더 먹고 싶다는 말이다. 해지고 저녁 늦게 마트에 갔더니 다음날 쉬는 일요일이라고 장 보러 온 사람들이 유난히 많다. 마트 직원이 마이크에 대고 다음 날 쉬니까 더 많이 사라고 부채질을 한다. 뭐라고 하거나 내가 필요한 것만 사면 된다 생각하고 우선 딸이 먹고 싶다고 주문한 것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정육 코너로 향하다 보니 꼬막이 눈에 띈다. 가끔 생새우나 전복도 싱싱.. 2015. 12. 14. 라팔 트리오 공연 어제 통영 국제 음악당에서 스위스에서 온 라팔 트리오 공연이 있었다. PROGRAM 드뷔시: 피아노 트리오 G장조 C. Debussy: Trio for piano, violin and cello in G major 윤이상: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를 위한 3중주 (1972/75) Isang Yun: Trio fur Violine, Violoncello und Klavier (1972/75) ― 중간 휴식 INTERMISSION ― 슈베르트: 피아노 트리오 2번 E♭장조 D. 929 F. Schubert: Piano Trio No. 2 in E flat major D. 929 갑자기 날이 추워진 데다 그 전 주 금요일에 공연을 보고 와서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이번 공연은 건너뛸 작정이었다. 그런데 마침 딸.. 2015. 11. 27. 슬로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고 11월 20일 슬로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SLOVAK PHILHARMONIC ORCHESTRA 하이코 마티아스 푀르스터, 지휘 Heiko Mathias Forster, Conductor 김원, 피아노 Won Kim, Piano PROGRAM 훔멜: 오페라 《마틸데 폰 구이제》 서곡 Hummel: Mathilde von Guise - Overture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피아노: 김원) Chopin: Piano Concerto No. 2 in f minor (Piano: Won Kim)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 Dvorak: Symphony No. 7 in d minor 11월 7일 8일 양일간 통영 국제음악당에서 2015 윤이상 국제 음악 콩쿠르 결선과 입상자 콘서트가 연이어 있었다. 입장권을 무.. 2015. 11. 27. 유럽에서 마주친 멍멍이들 정말 그런 것인지는 속을 열어 볼 수 없으니 알 수 없지만, 유럽에서 흔하게 길에서 만난 이들이 개를 데리고 나와서 그들이 개를 대하는 모습은 그저 '개 취급'하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로 존중하는 모습, 가족의 일부로 대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2015. 11. 24. 예뻐서 먹기 아까운 마카롱 지난주에 파리 출장 갔던 친구가 사다준 마카롱, 막상 파리 여행 갔을 땐 정말 작은데 한 개 가격이 너무 비싸단 생각에 사 먹지 못했는데 친구 손에 들려온 마카롱을 받았다. 색깔마다 맛이 다르다. 다음에 파리 여행 갈 일이 있으면 꼭 사 먹어야겠다. 그런데 오늘 뉴스를 보니 한동안 유럽 전역의 분위기가 뒤숭숭할 것 같다. 극단주의자들의 무차별적인 테러가 많은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날이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이 UN 총재가 되었다고 기뻐했건만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을 위해 힘써야 할 UN의 역할이 왜 이렇게 미비한지 아쉽고 안타깝다. 2015. 11. 14. 10월 27일 어제부터 딸이 다니는 학교 기말고사가 시작되었다. 시험 시작 2주 전부터는 거의 집안에 갇혀 지낸다. 딸이 학원에 다니지 않기 때문에 공부하다 수시로 모르는 것 물어보면 가르쳐줘야 하니 밖에 나가지 말고 곁에 있으라는 주문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에도 친구가 눈 뜬 사람들은 다 놀러가더라면서 같이 놀자는 카톡을 보내왔는데 딸 핑계로 못 간다고 말했다. 다음 주에 놀자고 하니까 당장 외롭단다. 나는 바쁘지도 않은데 시간을 맘대로 낼 수가 없다. 오늘은 모처럼 아침 일찍 눈뜨고 다시 잠들지 않을 만큼의 체력이 되는 것 같아 그동안 벼르던 연대도에 가려고 했는데 비가 쏟아진다. 오후에는 섬에 숙박하거나, 거주하는 사람 외엔 배에 태워주지 않는다. 결국 또 다음에 가야겠다 마음먹고 나니 거짓말처럼 기운이 빠.. 2015. 10. 27. 10월 22일 오후에 뜨거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놓는데 커피 담긴 잔에 입술 댔던 자리에 핏자국이 보였다. 뭔지 모르게 이상해서 손을 대보니 뭔가 축축하다. 본능적으로 티슈를 입술 안쪽에 갖다 댔다. 금세 티슈가 벌겋게 물이 든다. 여름에 차가운 아이스바를 입에 댔다가 입술과 붙어서 박피 되는 것과 비슷하게 입안 피부가 순간 벗겨진 모양이다. 책상에 티슈가 한참 쌓여도 지혈이 되지 않아 당황했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약국에 갔다. 약국에 간 것만으로도 좀 안심이 됐다. 연고를 사서 가방에 넣고 약국 근처에 있던 마트에 갔다. 이미 외출했으니 뭔가 사와야 할 것 같았다. 어제 마음뜨락 님의 버섯고추장찌개 사진이 떠올랐다. 시장바구니에 버섯 세 가지를 담고, 호박도 샀다. 해물 판매대에 가니 생새우를 판.. 2015. 10. 22. 기다릴 때는 오지 않는다. 항상 그렇다. 기다릴 때면 나타나지 않는다. 어딘가 숨어 있다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우릴 공격한다. 어젯밤에 어찌나 많이 뜯겼던지 다리에 성한 곳 없을 정도로 벌겋게 부어올랐다. 오늘은 기필코 이 괘씸한 것들을 잡은 뒤에 자겠다고 아직 버티고 있다. 어제도 귓가에 앵앵거리는 게 너무 신경 쓰여서 불을 껐다가 켜고 전기 라켓 지참하고 기다렸건만 거짓말처럼 사라져선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곤 밤새 나를 심하게 여기저기 뜯었다. 며칠 내내 일찍 잠들지 못하고 낮에도 부족한 잠을 보충할 수가 없어서 컨디션이 많이 나빠졌다. 급기야 잇몸에 염증까지 생겨서 오늘은 오랜만에 치과에도 다녀왔다. 의사 선생님이 차트를 보더니 3년 전에 검진받으러 온 다음엔 처음이라며 3년이나 지났는데 엊그제 다녀간 것 같다 하셨다. 그.. 2015. 10. 22. 싱싱하고 저렴한 해물들 지난 15일 시장에서 떨이로 3천 원에 산 갯가재. 살아서 팔딱거리는 것 한 바구니 사다가 된장 좀 풀고 국간장으로 간해서 붉은 고추 넣고 칼칼한 국물 맛 나게 해서 된장도 먹고 갯가재도 실컷 까먹었다. 싱싱하니까 한 맛 더 있다. 오늘 시장에서 만 원에 산 가리비. 살아있는 가리비가 이 정도면 아주 저렴하고 양도 푸짐하다. 어떤 아주머니는 이 정도 담아놓고 2만 원에 파시던데 시장 한 바퀴 돌다 보니 떨이로 팔고 가시려는 분이 많이 주신다길래 사 왔다. 딸이 가리비 찜이 먹고 싶대서 깨끗이 씻어서 소금물에 해감시키고 있다. 해감이 잘 되었나 궁금해서 새우구이 한 소금 후라이팬에 작은 가리비 몇 개만 구웠더니 어찌나 맛이 달고 좋은지...... 정말 가리비 철인가 보다. 정말 환상적인 맛이다. 가리비 살.. 2015. 10. 18. 딸의 초저녁 꿈 금요일인데 저녁 먹고 초저녁부터 피곤하다고 딸이 잠들어버렸다. 중간고사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중학교 3학년 내신성적 산출 때문에 열흘 내에 다시 기말고사를 보게 되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많은 과목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아이가 그냥 잠들어버렸는데 깨우자니 너무 곤하게 자고 있어서 내버려 두었다. 금요일 저녁마다 보는 '삼시 세끼'라는 TV 프로그램하기 전에 잠에서 깬 아이가 방에서 나왔다. 그리곤 냉장고 뒤져서 망고와 블루베리를 한 접시를 꺼내놓고 먹기 시작하더니 꿈 이야기를 시작한다. 꿈속에서 친한 친구가 터무니없이 비싼 신상품을 주저 없이 사고 돈을 펑펑 쓰는 것을 보고 내 딸은 그렇게 사치스럽게 돈 쓰는 것이 부모님께 미안하지도 않으냐고 타박을 했단다. 그랬더니.. 2015. 10. 17. 답답하다 요즘은 스포츠 스타든 배우든 관계없이 인물에 대한 기사를 쓸 때마다, 기자들이 쓰는 제목은 대부분 외모에 대한 자극적인 문구를 앞세운다. 그리고 매번 우월한 유전자니 어쩌니 하면서 외모와 관련된 부분을 유독 대단한 것인 양 과대 포장 하는 기사 투성이다. 자주 그런 글에 노출되다 보니 요즘 아이들은 더더욱 외모지상주의에 취해갈 수밖에 없는 환경 속에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함께 생활하는 학교에서 오로지 외모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게 생겼다고 비난을 받고 친구들에게 싸잡아 따돌림을 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지만, 요즘은 그걸 당연한 것처럼 느끼는 애들이 늘어간다. 그들이 어른이 되면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사람을 대할 때 최상의 판단 기준이 외모에서 시작돼서 외모에서.. 2015. 10. 14. 다니엘 호프 & 아르테 델 몬도 오케스트라 2015-10-13공연 끝나고 사인회 한다길래 CD 한 장 사서 나도 줄을 섰다. 막상 내 차례가 다가오니 어찌나 떨리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한 마디 했다. 카메라를 스텝에게 맡기고 기념촬영을 부탁했다.며칠은 다니엘 앓이를 할 예정이므로 같이 찍은 사진이라도 잘 나왔으면 매일 보려고 했는데 틀렸다. 아직도 가슴이 뛴다. 어쩜 저렇게 멋진 남자가 섹시하기까지 한지..... 설레서 오늘 잠은 다 잤다. 비발디의 사계를 먼저 연주하고 막스 리히터가 새로 쓴 사계까지 연주하는 동안 계절이 봄부터 겨울까지 두 번이나 바뀌었다. 연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했다. 아낌없이 손뼉을 쳤다. 두 곡의 앙코르곡 다음에도 박수가 끊이지 않자 다니엘 호프는 재치 있는 무대매너로 관객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자리에.. 2015. 10. 13. 10월 11일 사흘 연휴 중 첫날은 남해에 가려고 했으나, 딸의 반대로 아웃렛 가서 쇼핑하고 영화를 보았다. 둘째 날인 토요일은 오후 늦게 남해 독일마을에 도착해서 맥주축제에서 좀 놀다 왔고, 마지막 날인 오늘은 딸이랑 친구랑 함께 새우 먹으러 해마다 가는 새우양식장에 다녀왔다. 바삭한 새우튀김도 먹고 새우는 2인분 기준으로 600g씩 팔길래 새우튀김 주문했으니 2인분만 먹고 가려고 했다. 딸이 이번 새우는 왜 이렇게 작으냐고 사진을 찍으면서 화를 냈다. 너무 작은 녀석들이라 사진 찍어서 어디 올리지도 못하겠다는 말까지 하는 게 어찌나 웃기는지..... 셋이 먹기엔 양도 좀 적고 알도 성에 차지 않을 만큼의 크기였나 보다. 그래서 2인분 더 주문해서 딸이 배불리 새우를 먹을 수 있게 해 줬다. 새우양식장 근처에 있는 .. 2015. 10. 11. 10월 9일 종일 낯선 사람들 속에 있었다. 그래도 곁에 딸이 있어서 피곤한 줄 몰랐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기운을 뺏기지 않고 내 기운으로 몇 시간씩 다니려면 꼭 필요한 것 외에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딸이 뭘 하면 즐거워할지 그것만 신경 쓰고 딸만 쫓아다녔다. 오래전부터 오늘은 진주 유등축제나 남해나 섬진강... 지리산 등등 딸과 함께 동행한 가을여행을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전날부터 어디든 가기 싫다고 고개를 흔든다. 그냥 혼자 갈까, 아쉬운 대로 시간 내주는 친구랑 갈까 하다가 그래도 사흘 연휴 중 하루는 딸이랑 함께 어디든 나가고 싶었다. 결국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은 포기하고 딸이 좋아하는 쇼핑몰에 갔다. 아웃렛에서 이 가게 저 가게 딸이 가자는 대로 따라 들어가서 나올 땐 손에 .. 2015. 10. 10. 제주에서 온 귤 한 박스 오늘 귤 한 박스를 택배로 받았다. 일면식도 없는 분께 가끔 뭔가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무조건 준다고 받지는 않는다. 상품으로 팔려고 농사를 지은 것이 아니라 댁에서 드시려고 약 안치고 키운 귤이라 모양이 흉할 거라 하셨지만 저런 귤이 달고 건강에도 좋다. 제주에 살고 계시는 한 소설가 선생님께서 내 블로그에서 옛날 일기를 읽어보시고는 아이 어릴 때 고생하던 이야기 읽으니 자신의 옛일이 떠올라 남의 일 같지 않은 마음에 귤 한 상자 그냥 주고 싶노라고 말씀하셔서 거절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닌 것 같아 감사히 먹겠다고 말씀드렸다. 10kg이라 덜렁 들어서 옮기다 주저앉히면 귤이 상할까 봐 현관에 두고 한 개 까먹고 딸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중이다. 딸이 어제부터 계속 상큼한 귤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 2015. 10. 6.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