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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0>177

흘러가는 대로...... 8월 16일 신경 곤두세우고 이것저것 따져서 생각한다고 지금 내 상황이 거짓말처럼 더 나아질 것도 아닌데 뭐하러 힘들게 어렵고 골치 아픈 가상 상황을 만들어서 고민해야 하나. 어차피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일. 앞으로 다가올 일은 최대한 무심하게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된다. 좋은 것은 좋은 대로, 힘든 것은 힘든 대로. 일이 생기면 그때그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감당하고 채우지 못하는 것은 버리기도 하면서 사는 거지. 완벽한 도면을 그렸다고 완벽한 건축물이 지어지는 것도 아니잖아. 잘 지은 집도 비 오면 젖고 습한 날은 습하고 뭐 그런 거지. 적어도 비 많이 온다고 물에 홀랑 빠져서 목숨을 위협받을 정도의 위험한 미래와는 마주하지 않게 지금.. 2020. 8. 16.
5박 6일짜리 여행 8월 15일 아침은 안 먹어도 커피는 마시고 싶어서 에스프레소 머신 청소부터 한다. 일주일 동안 여행 다녀온 것처럼 집에 돌아오니 잠옷 바람에 책상 앞에 앉아있는 모습이 익숙하다. 한동안 금요일마다 돌아오는 여행을 매주 하게 될 것이다. 어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옆자리 계신 분이 진주에서 출퇴근하신다기에 그 차를 타고 진주까지 이동했다. 이야기하다 보니 그분 친정 오빠가 나와 같은 과를 다녔단다.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 많은 곳이 이 동네다. 고향 사람이 아니어도 그렇게 연결되기 쉬운 좁은 동네다. 학번을 묻는다. 자기 오빠보다 당연히 내가 한참 후배일 거로 생각한 모양이다. 확인하고 보니 내가 2년 선배다. 살쪄서 늙어 보인다고 딸이 나를 그렇게 구박해서 걱정했는데 4살 아래인 여선생님이 내가 자.. 2020. 8. 16.
동네 산책 8월 11일 낮에 읍내 나갔다가 요즘은 보기 드문 옛날 집을 발견했다. 어릴 때 살던 동네 시장을 지나서 올라가던 웃동네 골목에서 보았던 초가집도 있던 시절엔 이 정도 집이면 괜찮은 집이었을 것이다. 요즘은 시골이라도 흔하지 않은 집이어서 눈에 띈다. 일찍 저녁 먹고 동네 한 바퀴 강 건너에서 이곳 산책길을 보고 꼭 가보고 싶었는데 막상 가보니 길을 막아놨다. 햇빛이 그리워서 채도 높여서 한 장....... 전날보다 수위가 한참 낮아졌다. 어제 이곳을 지나던 강물은 힘차게 흘러서 지금쯤 바다로 갔을까...... 저기 저곳은 어떻게 갈 수 있을까? 날이 조금 선선해지면 저 누각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동네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길에 작은 빨래 건조대 하나 사서 씩씩하게 걸어가다가 어제 강변 산책길에.. 2020. 8. 11.
새 동네 산책길 창을 열면 보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여기 오기로 한 것은 단순히 이 푸른 잔디와 그 앞에 흐르는 강과 산이 보이는 것이 좋아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제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나 되어서 비가 잠시 갰다. 그래도 가방에 우산 하나 넣고 첫 동네 산책을 나갔다. 풋밤이 조롱조롱 달린 나무 아래 비바람에 떨어진 밤송이가 누웠다. 색 고운 저곳은 당분간 우리 집 산수국이 은은하게 핀 길을 걷는다. 물따라 걷는 길이 좋다. 연이어 내린 폭우로 물이 많이 불어난 경호강 혼자 심심하게 걷다가 우산 하나씩 들고 산책 중이신 우비 소녀 세 분을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서 방향을 바꿔서 걷기 시작 사진 몇 장 찍고, 세 분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강변 산책길을 신나게 걷는다. 비온 뒤 산 위에 걸린 구름조차 교.. 2020. 8. 11.
파란 하늘 8월 9일 계속 흐린 하늘만 보다가 오랜만에 보는 파란 하늘 사천 지나는 길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들어간 냉면집 20대부터 즐겨다니던 곳인데 이제 막 20대가 된 딸도 이집 냉면을 좋아한다. 이집에서 나는 비빔냉면, 딸은 물냉면 냉면집 고양이의 여유 넘치는 자태 사천 공항 앞에 멈춰 선 사이에 전시된 비행기 구경을 잠시 하다가 정지 신호 무시하고 막 달려온 차가 앞차를 무지막지하게 들이받는 것을 목격했다. 낮에 어찌 저런 황당한 사고가 날까...... 정말 오랜만에 밖에 따라 나선 딸이 구름을 보고는 유럽의 어느 궁전 혹은 박물관 천정에 그려져 있던 큰 그림 같다며 여행지에서 본 기억을 떠올린다. 그때 여행의 잔상이 시간이 이렇게 지나도 순간순간 선명하게 떠오르는 모양이다. 어릴 때 TV에서 본 만화 .. 2020. 8. 10.
비 내리는 저녁 사람 숲을 지나오니 갈증이 어느 정도 풀린 모양이다. 이제 내 앞에 주어진 현실에만 눈이 간다. 잠시 이곳을 비운다고 연락할 친구가 그리 많지는 않아서 얼굴 한 번 보고 밥 먹어야 할 친구를 차례로 만난다. 그래도 잊지 않고 내 생사를 확인해주는 몇 사람 외에 내 시시콜콜하고 별 볼 일 없는 일상에 대해 아는 사람은 카페 게시판을 읽는 사람이 전부다. 어디 멀리 가면 간혹 행방을 공표하는 이유는 누군가의 관심이 필요해서가 아니다. 내가 갑자기 어떤 이유에서 거나 목적지를 밝힌 뒤 돌아오지 않고 사라지면 내 행방을 알 수 있거나 알려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흔하게 형제자매간에 혹은 부모와 주고받는 소통을 완전히 끊은 지 십수 년이 지났다. 고집 센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면 누구라도 아닌 것에서 마무리하는 고.. 2020. 8. 7.
작은 폭발사고 밖에 나가서 볼일 보는 동안 딸에게 청소기 좀 밀어놓으라고 했더니 뭔가 아주 적절하게 상황이 맞아떨어져서 바퀴벌레 퇴치용 스프레이가 거실 바닥에 떨어지면서 폭발한 모양이다. 건물 계단에 올라오면서부터 화학전이라도 한 번 치른 듯한 불쾌한 냄새가 진동한다. 불난 뒤에 나는 석유제품 찌꺼기 탄 냄새 같다. 청소기에 걸려서 그게 어찌 넘어져서 폭발했는지 당황한 딸이 우물쭈물 설명한다. 창문부터 다 열고 치웠으면 좋았을 걸 폭발한 통 주변에 지저분해진 것을 급히 닦느라고 환기를 충분히 시키지 않아서 냄새가 독하다. 공기 순환기 켜놓고 걸레로 여러 번 닦아내고 뒷정리 끝난 뒤에 책상맡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딸을 안아주니까 그대로 엉엉 운다. "엄마도 없는데 얼마나 놀랐을까, 우리 강아지...... " 나도.. 2020. 8. 6.
너무 비싼 간식 샤인 머스킷 요렇게 알이 큰 건 한 송이 가격이 15,000원~ 2 만원 정도라는 게 단점이지만 한 알 먹기 시작하면 접시 빌 때까지 손이 멈추지 않는 맛있는 포도 정말 오랜만에 이마트몰 만 원 할인행사로 구입. 오늘 건강검진 받느라 어제 오후 4시 이후부터 금식하고, 아침에 병원 가는 길에 겨우 열 몇 시간 굶었다고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상황이 그래서 굶었지만, 정말 제때 먹지 못하는 사람의 고통은 어떨까. 지나치게 몸의 노예가 되어 살 필요는 없지만, 내 정신을 온전히 붙들어두는 데 음식의 역할은 얼마나 대단한가. 아무리 잘나도 안 먹고 살 수는 없다. 인간이 살아남기 위한 기본 요소인 의식주는 누구나 원만하게 해결되어야 한다. 자유지상주의자 '노직' 조차 타인의 처지를 곤란하게 하는 독점적 소유는.. 2020. 8. 6.
라푼젤 컨셉 모녀, 미용실에서 나보다 키 큰 딸이 높은 것 신고 나를 순식간에 땅꼬마로 만들어버린다. 이제 드디어 헤어져서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할 때, 미용실 친구야 안녕~ 둘이 치렁치렁 긴 머리카락 자르기 전....... 난 왜 이렇게 작아보이지? 우리 모녀는 외모는 그다지 닮은 데가 없다. 머리카락이라도 같이 길러서 닮아보이기를 원해서 비슷하게 기른다. 날이 더워지니 긴 머리카락이 답답해보여서 오늘 댕강~ 어쩐지 시원 섭섭 조금만 다듬어 달랬는데 미용사가 마침 딸친구 엄마여서 그집 두 아들 이야기하다가 애초에 자르려던 길이보다 짧게 싹둑싹둑~ 8월 4일 2020. 8. 5.
남의 집 마당 구경하기 오늘 청곡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가끔 집구경하러 가던 전원마을을 지나가다가 거기도 들러보자고 한마디 건넸더니 바로 핸들을 돌리신다. 작은 전원마을 구경하다가 마침 다른 집보다 귀한 여름꽃이 많이 핀 집 마당에 눈길이 간다. 밖에서 보고 있으니 주인 아저씨께서 마당으로 들어와서 구경하라신다. 초대받은 마당에서 화단에 심어진 꽃을 종류대로 낱낱이 다 들여다보며 구경했다. 골든레트리버와 진돗개 한 마리가 있다. 낯선 우리를 보고 짖기에 "우리 꽃구경만 하고 갈게. 짖지 마~" 그랬더니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얌전하게 앉는다. 다알리아가 정말 귀엽고 탐스럽게 피었다. 내가 사진 찍으며 그 댁 손녀딸과 간단한 대화를 하는 동안 안주인이 마당으로 나오셨다. 그리곤 우리를 반기며 이꽃 저꽃에 얽힌 사연과 가격 등 여.. 2020. 8. 4.
통영 확찐자의 서울 나들이 넘치는 배려와 챙김이 익숙하지 않은 내게 낯설기도 했지만, 가식적인 웃음이 아닌 눈에 보이는 환대에 그냥 몸을 맡기기로 했다. 그렇게 오래 놀고 피곤한데도 가슴에 많은 감정과 생각이 쌓인다. 술자리에서 그들이 한마디씩 꺼내놓은 지난 인생의 조각을 눈으로 듣는다. 어루만지고 보듬어야 할 상처를 오히려 훈장으로 만든 강건함, 경건함으로 빛나는 전사 같다. 마냥 웃고 떠든 것 같아도 그 속에서 가볍게 웃어넘기고 삼켜버릴 수 없는 많은 것을 지켜보게 된다. 참 오랜만에 사람 속에서 눈을 맞추고 목소리를 들으며 이야기 할 시간을 얻었다. 그 자리를 마련해준 그녀의 배려에 무한히 감사하며...... 내 손에 왕창 쥐어준 노란 비타민을 몇 개씩 뜯어먹으며 이틀을 행복하게 견디게 해 주신 그날 그 자리에 오신 모든 분.. 2020. 8. 4.
싱글 공감 동호회 온라인 싱글 카페에 가입했다. 구멍이 많은 내 삶이 어쩐지 한쪽으로 기울어서 다 갖추고 잘 사는 사람과는 거리가 먼 정서를 나눌 대상이 필요하다. 싱글 카페는 '싱글 공감 동호회'라는데 나도 공감한다. 나이 든 싱글 생활에 대해 서로 교류하고 공감하고 때론 심심함, 외로움을 피해 잠시 어울리고...... 주로 수도권에 사는 이들 위주로 모임이 매일 수 없이 진행되는데 가입한 지 2년이 다 되도록 그런 모임에 참석해보지 못했다. 지인이 하는 식당에서 4명 정도 모여서 밥 먹는 모임에 딱 한 번 참석했다. 밖에 나가봐야 인상 쓰지 않고 뒤끝 없이 농담 한마디 편하게 주고받을 싱글이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는데 아무 글이나 쓰고 댓글로 짧은 대화라도 하는 게 어딘가 생각하고 카페 게시판에 남이 쓴 이야기를 읽거나.. 2020. 7. 28.
간식, 메이플 피칸파이 7월 23일 딸내미는 처음으로 과 친구들 다 모이는 자리에 나간다고 꽃단장하고 나갔는데 비 오니까 나는 어디 갈 데도 없고 심심하다. 손질한 주꾸미 사다가 칼국수에도 넣고 볶아서 덮밥도 해먹으려던 계획은 혼자 있으니 하기 싫고, 가지 하나 썰어서 부쳐먹고 그래도 뭔지 허전해서 커피 내려서 마시고...... 아무래도 뭔지 허전하고 바삭바삭한 것이 먹고 싶다. 냉동 생지 사놓은 것 오븐에 돌려서 메이플 피칸파이 따끈따끈한 것 한 입 먹으니 달콤한 게 딱 좋다. 커피 마시니 단 것이 생각나고, 단 것 먹으니 커피 마시고 싶다. 나중은 내 알 바 아니니 올 여름엔 페로 제도에 가서 그 동네 섬 구석구석 걸어보겠다고 재작년부터 야무지게 마음먹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겼다. 어느 순간 마음에 훅 들어온 .. 2020. 7. 28.
그대, 잘 있죠? 7월 16일 그대가 떠준, 털스웨터를 가슴까지 끌러서 아이의 장갑을 만들었습니다. 이제야 당신의 마음이 손에 잡힙니다. 아이와 함께 한짝씩 그 마음을 나눕니다. 그 어린아이와 액자 속에서 한참 놀다 나른한 오후의 햇살을 보다가 아이가 휘저은 나이를 먹어서, 나는 한입 먹고 놔둔 사과처럼 붉어집니다. 초인종 소리를 듣고 노을을 집안에 잘못 들여놓기도 합니다. 세월이 흘러, 내 검은 구두에 주름살 생기고 그 구두 속으로 거꾸로 매달린 꽃잎이 메말라 떨어지고 요 앞, 담배가게까지 슬리퍼를 끌고 갔다 돌아오는 길 이웃의 꽃담장을 봅니다. (십년 전 당신은 왜 저 꽃들처럼 수줍어 피었습니까) 묵묵히 집으로 오는길에 십 년동안 빈 우체통에 고갤 처박습니다. 저쪽 계란장수가 너무 크게 떠들어서 저쪽 삶을 다시 바라봅.. 2020. 7. 28.
문득 옛날 사진을 보고...... 7월 16일 딸을 낳고 첫 여행을 떠났을 땐 필름 카메라를 들고 갔다. 그때 찍은 사진 한 장이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그때의 기억이 지금 만큼 선명하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전에 여행을 다녀왔는지는 사진이나 기록이 남아있지 않으면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그날은 욕지도에서 섬 문화축제라는 행사를 해서 뱃삯이 왕복으로 무료였다. 친한 후배가 아침에 갑자기 전화해서 욕지도에 같이 가자고 해서 그 섬에 가는 배를 처음 탔다. 통영에 살면서 그 전엔 주변 섬에 가볼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다. 여름방학 때마다 해수욕하러 가던 비진도는 질리도록 다녀서 더 돌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고, 무슨 행사만 하면 가는 한산도는 제승당만 갔다가 사진 찍고 돌아오는 곳이었다. 그보다 먼 섬은 그저 섬일 뿐이었다. 2003년이면 내 나.. 2020. 7. 28.
공항가는 길 지상에서의 무거운 삶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기 위한 질주 그 속도감은 실로 상쾌하다. 구름 위로 함께 올라온 이들은 지상에 발이 닿지 않는 동안이나마 차디찬 현실과 카르마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우린 이대로 좁은 비행기 안에서나마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을까...... 6월 28일 2020. 6. 30.
함덕에서......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낯선 곳에서는 외롭지 않을 줄 알았다. 사람들 속에서 유령이 된다. 희부연 하늘, 그래도 바다는 푸르고 모래는 하얀 함덕 해변 여태 이 바다가 아름답게 느껴진 것은 늘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돌아갈 곳 없고 나를 반겨줄 사람 없다면 낯설고 가장 아름다운 언덕에서 공기 중에 흔적 없이 분해되고 싶다. 이승으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작은 입자로 분해되어 사라져버리고 싶다. 열심히 걸어도 흔적조차 남지 않는 세상 내 발자국이 찍히지 않는 함덕 사랑을 얻지 못한 인어공주가 물거품이 되어 허공에 흩어진 것처럼 마음 둘 곳 없는 쓸쓸한 내 영혼도 한순간에 그리 흩어진다 한들 하나 아쉬울 것도 미련도 남지 않을 것 같은 세상살이 모든 것은 순간이다. 순간의 연속 선상에 있을.. 2020. 6. 30.
꿈이라 해도 깨면 슬픈 날이 있다. 창을 닫아도 뚫고 드는 요란한 빗소리에 심란하다. 내 그림자만 바라보며 걸어야 했던 한나절 여행지에서 들뜬 사람들 속에서 내 자리는 어디인지 자꾸만 돌아봤다. 조금 전에 서 있던 자리, 지나온 자리,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 과연 진짜 내 자리는 어디인가...... 나는 결코 혼자서는 이 삶을 견뎌낼 자신도 의지도 없다는 처절한 사실이 침을 삼켜도 목구멍에 걸렸다. 어디든 바람처럼 떠돌 준비가 된 것인지...... 억눌렀던 감정의 고삐가 풀리니 나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돌처럼 살아온 것만 같다. 지상에 발이 닿지 않아 차라리 하늘 쪽을 향해 가벼이 떠오르고 싶다. 바람 따라 흘러가다 흩어지고 싶다. 어느 순간 다른 색 알약을 먹고 깨어나서도 이 삶이 허상이라고 누군가 말한다면 나는 울지도 못하고 굳어.. 2020. 6.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