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303 자다가 깨면 문득 더 쓸쓸해진다. 하위의 욕구가 해결되지 않으니 마음을 크게 쓰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면 그대로 쪼그라든다. 혼자 덩그러니 어질러놓은 집에서 아무것도 쳐다보지 않고 멍하니 있기 일쑤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 소속감, 인정, 유대감. 그런 것이 완전히 사라진 간결함 그 자체인 삶을 지향하는 사람도 있던데...... 무선 무악함, 숨 쉬지 않으면 이대로 이 차원에서 희미해지다가 사라질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초저녁에 씻지도 않고 이불 안에서 굳어버렸다. 잠들었다가 깨서 조금 개운하니 일 해야겠다 싶은데 일거리를 들고 왔어도 손이 가지 않는다. 내일 완성해서 누군가에게 보여야 할 것인데 왜 이렇게 뻔뻔한지 아무 감정도 무게도 느끼지 못한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내 앞에 놓인 고독과 쓸쓸함을 .. 2021. 4. 15. 하늘빛이 고와서..... 오늘 아침엔 평소보다 훨씬 일찍 출근해야 해서 버스도 잘 다니지 않는 길에서 걸어서 나서지도 못하고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클락션을 울려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다가가 보니 진한 선팅 한 창 너머에 있는 분이 아는 분이다. 어찌 길에 서 있던 나를 발견하고 태워주셔서 오늘의 귀인으로 등극하셨다. 작은 친절에도 절로 허리도 마음도 굽히는 내게 고마우면 오백 원을 달라고 하신다. 오백 원이 없으니 뽀뽀라도 한 번 해드릴까 하고 농담을 던지려다가 분위기 파악하고 입 다물었다. 썰렁한 농담에 눈 흘김 따귀를 맞고도 남음이 있겠다. 잘 참았지. ㅎㅎ 미륵산에 새로 난 잎이 겨우내 버틴 짙은 초록과 함께 보드라운 융단처럼 산 등성이를 덮었다. 늘 걷던 길도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2021. 4. 14. 4월 13일 이상하게 월요일 같은 화요일이다. 어제 비 와서 퇴근길에 버스 타고 와서 오늘은 걸어야겠었어 바람 많이 부는데 다리 위로 걸어왔다. 체중이 워낙 많이 늘어서 그 정도 바람에 날려가진 않으니 다행인가....... ㅠ.ㅠ 야근해야 할 정도로 일이 많은데 마스크 벗고 일하려고 퇴근하고 곧장 집으로 왔다. 생바지락살 좀 사서 부추전 부쳐서 입맛대로 먹고 나니 배부르고 졸려서 도무지 일은 못 하겠다. 일본 놈들이 원전 오염수를 곧 바다에 방류한다는 뉴스를 듣고 나니 앞으론 바지락도 못 먹을 것 같아서 평소엔 잘 사지 않던 바지락을 샀다. 부추전에 넣으면 맛있는 줄은 아는데 비싸서 사 먹지 않던 것인데 앞으론 이 맛을 남은 평생 그리워하며 사 먹지 못하게 될 것 같은 아쉬움에 혼자서 무려 세 판이나 부쳐 먹었다. .. 2021. 4. 13. 산유골 수목공원, 4월 박경리 기념관 길 건너편 비포장 도로를 한참 걸어 들어가면 아담한 수목공원이 있다. 공원 초입에 비가 조금 내리면 찰방찰방 낮은 길 너머로 물이 넘치는 소류지가 있다. 괜히 지나면서 폴짝 뛰어넘는 장난치고 싶다. 색이 세 번 변한다는 삼색 참죽나무의 자주색 잎이 초여름 즈음에 연한 노란색으로 변하고 한여름에 점점 짙어져서 초록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새로 난 연한 잎이 꽃보다 예뻐서 한참을 봤다. 5월 중순부터 꽃이 핀다는 가침박달은 벌써 꽃이 활짝 피었다. 호랑가시나무에 핀 작고 앙증맞은 꽃도 신기하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도로시가 루비 구두를 신고 어디선가 툭 튀어나올 것만 같은 동화 같은 길이다. 4월 10일에 찍은 사진. 2021. 4. 12. 4월 11일 지나다니는 통로 외엔 거의 물건으로 그득하다. 이제 치우지 않으면 안 되겠다. 더 많은 물건으로 어지럽혀지면 손도 대지 못할 것 같다. 이미 그런 지경에 이르러서 가만히 뒀는지도 모른다. 두 시간 정도 조용히 구석구석 들어찬 물건을 정리하고, 혹시 몸이 부대끼거나 스트레스가 덜어지면 11시까지는 집 정리하는 우렁각시가 되어볼까 한다. 카키 님 블로그에 오랜만에 갔더니 최근에 '카키의 사전'이란 코너를 새로 만들어서 그림 그리고 단어를 카키 님만의 정의로 정리하고 있다. 집안일에 대해 자기 고백 혹은 자아 비판적인 댓글을 쓰고 보니 정말 우렁각시가 되지 않으면 이대로 쓰레기에 파묻혀서 평생 이렇게 살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 어제 카페 친구가 댓글에 링크로 붙여준 작가 김영하 북 콘서트 유튜브 방송.. 2021. 4. 11. SD카드 리더기를 찾아라 오후에 산양면에 있는 수목공원에 다녀왔다. 혼자 있으니 시간에 구애받을 일도 없고, 밥도 안 해도 되고 나가고 싶을 때 나가면 되는데 왜 그렇게 주말에 한 번 나가는 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이번 주말에 처음으로 비가 오지 않는다. 걸어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한 한적하고 인적 드문 길에 걷는 사람은 역시 나 혼자다. 그래서 마스크 벗고 걸었다. 한참 걸어서 산유골 수목공원에 도착해서 디카로 사진을 꽤 찍었다. 생각만큼 많이 걷지는 않았지만 꽃 사진 찍느라고 정신이 팔려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잘 놀았다. 디카로 사진을 거의 다 찍어서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은 몇 장 되지 않는다. 집에 돌아와서 생각하니 SD카드 리더기도 어디에 뒀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고, 리더기 없이 카드를 읽을 수 있는 컴퓨터는 파.. 2021. 4. 10. 4월 9일 개교기념일 = 휴업일 오늘은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다. 바다 건너 가면 당분간 무조건 해외여행이다. 바다 건너 비행기 타고 가는 방법도 있지만 배 타고 가는 방법도 있다. 우리 동네에 흔한 섬 여행을 즐겨보기로 했다. 우선 여유 있는 평일 여행 첫 코스로 소매물도를 골랐다. 하루 세 번 운항하는 배가 마침 10시 50분에 출항하고, 배가 섬에 닿을 무렵에 마침 물때가 맞아서 등대섬으로 가는 길이 열리는 날이다. 물때까지 맞아서 기분 좋게 식사 대용으로 달걀 삶은 것 4개, 커피 한 통, 물 두 통, 딸기 씻어서 꼭지 딴 것 한 통까지 야무지게 싸서 나갔다. 차 타면 10분이면 가는 여객선 터미널에 얼마나 오랜만에 갔던지 공사 중인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임시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표 끊으려니 매표소 직.. 2021. 4. 9. 4월 8일 퇴근한 뒤에 오랜만에 친구와 우리 집 근처에서 이른 저녁을 먹고 동네 뒷길을 슬슬 걷다가 새로 생긴 베이커리 카페를 발견했다. 아..... 10분 거리에 새로 생긴 가게가 꽤 많은데 어찌나 오래 방안을 벗어나지 않고 살았던지 우리 동네가 낯설기까지 하다. 매일 건너다니는 다리 아래 산책길도 얼마 만에 걸어보는 것인지....... 큰딸은 취업해서 다른 동네로 떠나고 둘째도 대학 진학해서 다른 동네로 떠나서 빈 둥지 증후군에 시달린다는 친구는 남편이 있어서 나와 다를 줄 알았는데 자식 둘이 둥지를 떠난 뒤에 느끼는 허전함은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양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마스크 쓰고 나오는 게 귀찮아서 그동안 너무 멀리 했다. 사람 만나서 밥 먹고 이야기 좀 하고 걷고 그것만으로도 풍족하고 편안한 시간.. 2021. 4. 8. 4월 7일 4월이다. 잔인한 기억이 생각만으로 심장을 거친 쇠 파편으로 긁는 것 같다. 오후에 그 자리에서 잠시 그 당시에 있었던 일을 듣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가슴과 목 부위에 유난히 심한 통증을 느꼈다. 집에 돌아와서 늦은 저녁을 먹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앉았는데도 자꾸만 떠오른다. 숨쉬기 곤란해지고 기침이 터져 나온다. 걷잡을 수 없이 침몰하던 그 순간이 반복해서 그려지고 나도 꽉 막힌 공간에서 오가지 못하고 허둥허둥 꿈인지 생신지 알 수 없는 혼란과 함께 숨쉬기가 더 곤란해진다. 그날 저녁에 낯선 숙소에서도 뉴스를 보면서 호흡곤란을 느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숨 고르기를 몇 번 하고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더 숨을 쉴 수가 없어서 등을 치고 가슴을 치고 살기 위해서 울음을 멈춰야 했다. 몇 해 지난 뒤.. 2021. 4. 7. 4월 5일 벚꽃은 얼추 다 떨어지고 그 사이 잎이 파릇파릇 돋았다. 어릴 땐 무서워서 덜덜 떨면서 겨우 건너던 다리를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잘 건너다닌다. 태어나기는 육지에서 태어나서 자랐는데 고향을 떠났다가 돌아온 뒤에 다리 너머로 이사했다. 항상 바라보던 바다 너머 건너편 세상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좁고 작은 다리 위에 마침 퇴근 시간에 줄지어 지나는 차량이 꽉 차서 흔들린다. 감정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어서 아무렇지도 않다. 전두엽에 문제가 생긴 청소년처럼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내 감정에 빠져서 현실 감각을 잃었다. 다리를 건넌 뒤에 내 속에서 꽤 오래 자란 생각 하나를 정리했다. 욕심이다. 내려놓자고 마음먹으니 잠시 홀가분해졌다. 냉장고에 있던 가지 하나 썰어서 부치고, 토마토는 올리브 오일에 볶아서 바질 .. 2021. 4. 5. 변해야 산다. 바람직한 방향으로만 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퇴화하는 것 천지다. 지금 내 정신 상태는 정상일까? 정상의 기준은 어떤 것일까? 타인에게 영향을 주거나 노출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기준은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 그럼 지금 나는 정상인가? 그렇지 않은 점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이렇게 살다가 점점 예전과 다른 나로 변하는 것이 아닐까. 서랍 안에 든 연필 한 자루까지 줄이 맞춰져 있어야 할 정도로 주변 상황까지 완벽하게 통제하고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까지 정확하게 되어야 했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나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다. 아마도 생각이 너무 끔찍할 정도로 많아서 에너지 소모도 많지 않았을까. 요즘은 최대한 생각은 하지 않고 멍청하게 지낸다. 생각해야 할 순간에도 순발력 있게 좋은 생각이 .. 2021. 4. 4. 나른한 오후가 좋다. 토마토를 썰어서 바질 페스토에 곁들여 먹는 방법 중에 한 가지를 바꿔야겠다. 전엔 올리브 오일에 발사믹 식초 몇 방울 떨어뜨린 것을 섞어서 뿌려서 먹었다. 두 가지 다 입맛에 맞다. 마늘 찧은 것과 간장, 참기름을 섞은 오리엔탈 소스라는 간장도 괜찮고, 그전에 맛보지 못했던 생소한 소스도 입에 맞다. 낯선 것 중에 음식은 한 번의 낯섦에 살짝 움찔했다가도 금세 적응하고 좋아하게 된다. 익숙해져야만 좋아지는 음식도 있지만 단 번에 좋아지는 음식도 있다. 사람도 그렇다. 익숙해지고 정들어야만 좋아지는 사람이 있고, 단 번에 좋아지는 사람도 있다. 토마토를 썰어서 올리브 오일에 살짝 볶은 다음에 바질 페스토를 곁들이면 더 맛이 괜찮을지 오후에 남은 토마토를 그렇게 해서 먹어야겠다. 자꾸 잊는다. 토마토를 볶아.. 2021. 4. 4. 생각 정리하기 지리산, 섬진강, 구례....... 묘하게 끌리는 곳이었고, 몇 번이나 다녀와도 그리워지는 곳이다. 꼭 전생처럼 아득하게 느껴지는 희미한 기억과 그 기억에 각색된 서사가 있다. 모처럼 생긴 평일 하루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니...... 앞으론 이런 시간이 봄날에 생기긴 어려울 것 같으니 그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덜 아까울까. 딸에게 함께 여행 가자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따로 약속이 있단다. 혼자 어디를 가야 저녁에 덜 서글플까. 이런 서글픈 시간도 익숙해질까. 하동에 가서 송림 공원까지 걷고, 오랜만에 그 동네 청국장 집도 가고, 배밭에 배꽃이 피었는지 섬진강 줄기 따라 걷다가 지치면 어디로든 가서 하룻밤 자고 올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해지고 혼자 낯선 곳에서 자야 하는 순간에 .. 2021. 4. 3. 인생은 아름다워 내 딸에겐 아름다운 봄날 인생은 아름답다. 우린 같은 시간대에 살아도 다른 지점을 지나고 있다. 내가 저곳에서 보낸 봄은 그다지 화사하지 못했다. 하지만 내 어둡고 무거웠던 삶을 딛고 누군가는 행복한 인생을 살도록 길을 여는 데 보탬이 되었으니 다행이다. 몇 해 전에 사놓은 원피스가 날씬해져서 잘 맞다. 내가 신으려고 샀던 예쁜 구두도 들고 가서 잘 신고 다닌다. 나도 이제 와서 봄날이 화사해선 안 될 이유가 없지만, 딸처럼 저렇게 나를 예쁘게 봐주고 사진 찍어줄 대상이 없다. 딸 남자 친구가 사진을 잘 찍는구나...... ㅋㅋ 아, 나는 살부터 빼야 하나? ㅎ 2021. 4. 3. 어쩌다 한 번 어쩌다 한 번 누군가를 만나고, 어쩌다 한 번 누군가는 소식을 전한다. 어떻게 사람의 마음이 그 어쩌다 한 번으로 열릴 수 있을까. 워낙 희박한 어쩌다 한 번이어서 그조차도 간혹 미열처럼 온기가 남아서 마음이 흔들리고 그립기도 했던 어처구니없는 내 감정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늘에서 눈만 껌벅이다가 얼어서 굳어버렸다. 그래도 그런 기억이라도 있어서 감사하다. 몸을 잔뜩 사릴 수밖에 없는 내 상태로 할 수 있는 게....... 이렇게 아프고 앓으며 100살까지 늙을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그래도 살아는 있어야 내 소임은 다하는 게 아닐까. 이렇게 위축되어 있던 내가 어떻게 잠시 나아졌다가 또 나빠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억을 더듬어서 더 적극적으로 나아지게 노력해야 할 것 같은데. 봄이면.. 2021. 4. 3. 4월 3일 꽃 피고, 꽃 지고 새잎이 돋을 때마다 마음이 간지럽다. 일이 없을 때는 한껏 위축되어 몸이 아파서 조용히 지내다가 결국 그 시간을 그냥 보내는 것이 아쉬워서 밖으로 나다니곤 했다. 일을 해야 할 때, 할 수 있을 때는 겨우 버티는 몸을 부리는 데에 익숙하지 못해서 내내 전전긍긍하며 보낸다. 어떤 상태가 더 낫다고 할 수도 없다.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뭔가는 해야 할 때니까 그냥 버텨야 한다. 이날치 공연을 했다는데 올봄 시즌 공연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가 지나쳐버렸다. 기침을 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내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도 발작적으로 기침이 나기도 하니까 언젠가 통영 국제음악당 공연 중에 기침이 나와서 그 기침을 멈출 수가 없어서 난감했던 그날처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까 봐 아예 포기.. 2021. 4. 3. 4월 1일 흐린 날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디카 충전해서 들고 다녀야 하려나...... 아, 그것도 렌즈가 거의 다 망가졌지...... 정말 오랜만에 점심 먹고 잠시 걸었다. 그냥 그런대로 견딜 만 한데 외로운 것을 견디는 게 나에겐 힘든 일이다. 시름시름 몸이 아프다. 2021. 4. 1. 3월 26일 집에 가는 길에...... 이 길을 걸어서 내 딸도 학교에 다녔겠구나...... 참 아름답다. 2021. 4. 1. 이전 1 ··· 56 57 58 59 60 61 62 ··· 1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