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300 11월 29일 간혹 딸은 며칠씩 연락이 없다. 잘 지내고 있다는 증거다. 자기 생활에 적응하고, 교우 관계에 적응해서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고 서운하지도 않다. 난 왜 이렇게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지 나의 냉정함에 나도 놀란다. 엄마가 필요할 나이가 아닌데 엄마를 찾는 게 더 이상한 거다. 잘 먹고, 잘 자고, 사람도 잘 만나고 잘 사는데 무슨 걱정. 나도 잘 살아야지. 사흘째 와인을 마셨더니 오늘은 머리가 좀 아프다. 아무래도 두 번째 딴 와인이 좀 탁한 모양이다. 품종이나 성분에 따라 몸에서 느끼는 게 다른 것인지 사흘 내리 마셔서 그런 것인지 다음에 종류를 바꿔서 마셔봐야겠다. 그래도 와인 덕분에 주말을 수월하게 보냈다. 2020. 11. 29. 사흘째 혼자..... 간혹 말괄량이처럼 날뛰는 감정에 휘둘리며 살기도 하지만 감정이란 것은 원래 그런 것이니까 완전히 길들여서 얌전하게 주저앉힐 수는 없는 것이다. 억지로 고삐를 매고 불편해지도록 옭아매는 선은 넘지 않도록 조율할 수만 있으면 적당히 풀고 적당히 조이면 삶을 유연하고 재밌게 만들 수 있는 양념 같은 것 보름달이 떴다. 달 보고 우짖는 짐승처럼 전신을 옥죄던 이성의 갑옷 벗고 맨몸으로 달 앞에 앉았다. 와인 잔에 떠오른 환영 같은 그대를 그리워하며....... 반찬을 만들었는데 안주로 보이기 시작, 그래서 또 한 잔 마셨다. 사흘 재택 근무. 그래서 오늘 기숙사 안 가고 집에서...... 또 혼자 밥 먹기 싫어서. 2020. 11. 29. 이끌림 최근에 몰아보기 하는 드라마 '사생활'의 남자 주인공 고경표는 젊고 잘생겼다. 키도 크고 몸매도 훌륭하다. 연기도 잘한다. 그런데 내 눈에는 정말 매력 없다. 주인공이 멋있으면 몰입도 잘 되고 은근 러브 라인에 감정도 이입되는데 전혀 끌림이 없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접하는 꽤 근사한 배역의 캐릭터가 아니어도 실생활 속에서도 그처럼 번듯한 외모에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 이성에 대해서도 그렇게 느낀다. 매력 없다. 그 매력이란 것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발현되는 것일까?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얼굴부터 본 상대라면 어떤 매력이 있는지 발견할 수 없었을지도 모를 상대에 대해서도 다른 각도에서 먼저 접하게 되면 눈을 감고도 발견할 수 있는 매력 포인트를 알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눈 뜨고 앞에 멋진 이성이 있어도 끌.. 2020. 11. 29. 아직 살아있는 이유, 살아갈 이유 밥벌이 할 수 있는 일만 있다면 계속 이렇게 살 수 있을까? 혼자 밥 먹고,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서 어디서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는 이들과 잡담을 댓글로 나누면서 잠시 쓸쓸함을 삼키는 것으로 연명하는 이런 주말. 이런 생활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 같은 기대가 있기에 견디는 것이지 평생 이렇게 살아야만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자식에게 신경 쓰고 거기에 매달려서 내 인생을 묻어가는 시기는 이미 기한 만료. 이 너머의 삶은 거의 50년은 족히 버텨야 할 텐데 익숙해지면 혼자인 삶에도 정착하고 안주하게 될까. 혼자라고 해도 그간은 자식을 끼고돌았으니 견딜만 했다. 새 출발 지점으로 집을 떠나서 사는 삶에 첫발을 디뎠고, 이 삶 또한 길게 계획된 것은 아니어서 견디는 거다. 온전히 남을 위해 나를.. 2020. 11. 29. 11월 28일 블로그용, 카페 게시판용 두 가지 글을 썼다. 그간 미성년자인 딸이 보기엔 어른들의 농담이나 어른들의 시시한 고민이나 농담을 그대로 옮겨놓기엔 멋쩍어서 가볍고 유치한 이야기는 거의 카페 게시판에 썼다. 최근에 그것이 섞여서 블로그에 그대로 써도 될지 조금 신경 쓰인다. 카페 게시판은 글 쓰는 즉시 댓글이 달린다. 대화가 필요해서 댓글이라도 주고받아야 말이라도 한 마디 하는 사람처럼 사는 것 같아서, 사람이 그리워서, 사람과 어울리는 대화법을 잊게 될까 봐 걱정할 정도로 사람과 섞이지 않는 생활을 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시판에 남이 쓴 잡다한 글을 읽거나 댓글 쓰고, 나도 비슷하게 뭔가 써서 댓글주고받기를 하기도 한다. 두 가지 다 내가 쓰는 것이지만 글을 쓰는 자세와 내용이나 무게가 다르다. .. 2020. 11. 28. 아재 세상을 보는 눈이 이렇게나 다른데, 도대체 무슨 수로 댁이랑 평화로운 대화를 하며 마음이 한데 모이는 기적 같은 시간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얼마나 숨 막히고 답답한 생각이 기름기로 꽉 막힌 혈관처럼 겨우 움직이는지 모르고 그렇게 살아도 한 세상이니 뭐라 할 바 아니지만, 나는 싫거든요. 댁처럼 나이를 무기로 대놓고 눈 내리깔고 세상을 보는 눈이나 해석하는 머리가 딱 거기밖에 안 되는 사람은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고요. 제발 말 좀 걸지 마세요. 그렇게 눈치가 없어요? 엄청 짜증 나거든요. 내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껍데기만 보고 반응하는 아재, 개 풀 뜯는 소리 하지 마시오. 2020. 11. 28. 나 홀로 이틀째 청양고추를 사지 않아서 불고추를 좀 넉넉하게 넣었는데 맵진 않을까...... 이마트 쓱배송으로 오전에 장 본 것이 오후에 도착했다. 역시 쓱 배송 정도는 돼야 촌이라도 살 수 있다는 딸의 말이 생각난다. 산청은 배달의 민족도 쓱배송도 딴 나라 이야기다. 그나마 여긴 밖에 나가지 않아도 먹거리를 해결할 수 있다. 혼자 먹을 건데 좀 많은가? 아무리 맛있는 것이어도, 아무리 좋은 것이어도 혼자일 땐 그 가치가 반감된다. 이른 저녁 겸...... 이 사진으로 딸내미 꼬셔서 다음에 꼭 같이 먹자고 해야지. 시금치 치아바타까지 곁들여서 금세 한 잔 순삭~ 하쿠나마타타에서 산 시금치 치아바타 정말 맛있다~~ 마늘이랑 새우 건져먹고 빵을 오일에 찍어 먹다 보니 와인 한 잔은 금세 바닥났다. 이번에 산 와인 마시고 나.. 2020. 11. 28. 혼자 마시는 건 별로네..... 세상의 경계도 흐려지고 마음의 경계도 흐려지고 모든 것이 안경 너머 시야처럼 점점 흐려진다. 그럴수록 저 너머로 밀쳐둔 감정은 점점 진해진다. 음악을 바꿔야 하는데 감정을 흔드는 이 곡조에 머리가 꽉 끼어서 빠져나오질 못해. 보고 싶다...... 2020. 11. 27. 나 홀로 집에서 다음 주에도 아무도 없는 기숙사에 나 혼자 자는 것이 도무지 내키지 않아서 오늘 재택근무를 신청했다. 경유지인 진주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엄청나게 늘어서 터미널에 들러서 배차 간격 긴 산청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아무래도 신경 쓰인다. 핑계 좋지~ 하지만 온라인 수업에 위험을 감수하고 몇 번씩 거길 오가는 것은 수능시험 앞두고 위험하긴 하다. 걱정 많았는데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주일 만에 집에 돌아오니 여전히 썰렁하다. 먼지 좀 닦아내고 컴퓨터 켜놓고 멍하니 앉았다. 주말에 잠시 혼자 다녀가는 집에 먹거리는 냉동식품뿐이고, 그조차도 넣고 요리할 채소 한쪽 없다. 그나마 남아있던 와인과 과일 치즈로 저녁을 대신하려니 조금 아쉬워서 배달음식을 주문했다. 딸을 오래 못 본 것이 섭섭해서 과일 건네준다는 핑.. 2020. 11. 27. 지나가는 것을 사진처럼 남겨본다. 내 글은 대부분 순간적인 감정 포착 이상이 아니다. 작곡가가 뭔가 떠올라서 악보를 그려보듯 작가는 아니어도 일상생활에서 작은 모티브가 생기면 그 순간 떠오른 감정이나 생각을 엮어서 그림 그리듯 순간 스치는 감정을 글로 형상화하는 감정 풀이용 글일 뿐이다. 그 순간이 지나면 거의 유효하지 않은...... 나중에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사진을 보면 새삼스럽게 웃음 짓게 되는 것처럼 생각이나 감정은 의미 없이 그 순간이 지나면 기억나지도 않고, 쓸데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삶에 반복되는 비슷한 모티브를 가진 일을 대할 때 간혹 사소한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2020. 11. 27. 너, 누구세요? 내 블로그에 어떤 사진을 올리거나 댁이 상관할 바 아니죠? 쓸데없는 간섭하지 마시고 여기 오지도 마세요. 왜? 어떻게 여길 왔는지 모르겠지만, 자기가 누군지 밝히지도 못하는 주제에 그런 오지랖 부리는 댓글 쓰는 거 아니죠. 여긴 내 개인 기록 공간이고, 내가 어플 사진을 찍었거나 말거나 그래서 보는 사람이 실망하거나 말거나 그게 무슨 상관이래요? 거의 들어오는 사람 없는 블로그에 찾아서 일부러 들어와서 그런 댓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제맘에 들지 않는 상대에겐 서로의 다른 입장을 꼭 자기식으로 견지하기 위해 말하고야 마는 꼰대는 아닌지 의심스럽네요. 어떻게 댁만 옳고 똑똑하겠어요? 모자라 보이고 이상해 보여도 나이 먹어서 하는 짓이 웃겨도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예요. 2020. 11. 26. 어제 사진 어제 내리 식당에서 만난 뚱냥이. 귀여워서 쳐다보고 사진 찍어도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밤늦게 커피 마시지 않는데, 다들 커피 마셔서 나도 한 잔 마셨다. '솔직한 곰' 커피 좋아~! 저녁에 밥 먹은지 오래됐다. 혼자 밥 먹기 싫어서 대충 뭘 먹고살았는지...... 오랜만에 사람들과 어울려서 저녁 먹고 들어와서 기분 좋아서 헤벌쭉~ 11월 25일 사진 오늘은 다들 일찍 퇴근하고 나는 혼자 학교 건물에 남아서 기분이 묘하다. 다른 과 수업 참관한 후기 발표하느라 아침부터 긴장했다. 11월 26일. 밖에 나가서 걷거나 풍경 사진 찍는 일이 거의 없다. 또 금세 답답해질 텐데...... 2020. 11. 26. 11월 26일 어제, 저녁 먹는 자리에 같이 가서 얼굴 본 뒤로 처음 만나서 대화할 계획이 전혀 없던 사람치곤 꽤 많은 이야기를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도 참 힘들기도 하고 외롭기도 했겠다. 마스크 밖으로 내놓은 얼굴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참 많은 이야기를 한다. 생각보다 자기 나이가 많다는 말에 웃음이 났지만 내가 여태 그를 고등학생 취급한 것을 생각하면 그런 말을 할 법도 하다. 처음 기숙사에 들러보러 오던 날 나를 봤다는데 나는 기억이 없다. 그다음에도 더러 일요일에 열 체크 당번으로 입구에 있을 때 내가 지나치면서 그를 학생인 줄 아는지 인사만 받고 고개만 까딱하고 가더란 것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엊그제 체력단련실에서 운동하는 그에게 학생이 왜 이 시간에 여기 있느냐는 질책도 했으니 시종일관 얼굴 한 번.. 2020. 11. 26. 마스크 덕분에? 때문에? 오늘은 애들이 짐 싸서 기숙사를 다 떠난다. 다음 주까지 전 학년 온라인 수업이다. 나만 혼자 기숙사에 남아서 '기숙사에서 나 홀로'를 찍게 생겼다. 엊그제 초저녁에 학생들 없는 시간에 체력 단련실에 갔더니 모자 눌러쓰고 마스크 쓴 남학생 한 명이 혼자 운동을 하고 있다. 나를 보더니 꾸벅 인사를 한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 시간엔 학생이 여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아는데......" "저 학생 아니에요. 사감인데요....." "앗~! 죄송해요. 마스크 쓰고 있어서 누가 누군지 몰라서 제가 실수했어요. 죄송해요~~" 그러곤 밖으로 휙 나오지 않고 머쓱하게 훌라후프를 돌렸다. 나는 괜찮은데...... 내가 뒤에서 훌라후프 돌리는 것이 불편한지 사감이라는 젊은 남자가 나간다. 어제 오후에 우리 연.. 2020. 11. 25. 초대 2 J는 나와 어언 15년이나 알고 지내면서 주변 사람을 단 한 명도 소개해준 적이 없다. 심지어는 나름 절친이었는데도 모친 장례에도 참석할 길을 터주지 않았다. 이후 나는 그 의아한 인연의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놓고 나를 달래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S의 초대를 받고 그 집에 다녀온 후에 나를 끝내 유령으로 만든 인연이 준 상처의 한 부분을 치유한 기분이 들었다. 가족과 분리되어 외따로 사는 나와 어린 딸의 존재를 지도 어디에도 점하나 찍힐 수 없는 무인도와 같이 느껴지게 했던, 그 인연에 대한 서운함은 오랜 세월에 걸쳐 땅속 깊숙한 곳에서 만들어진 빙하처럼 냉랭한 골이 깊었다. 내 인생의 일부분이 아프고 힘들었다 할지라도 누군가 내 인생을 스스로 비참하게 되뇌게 하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하나의 단.. 2020. 11. 24. 11월 23일 추워지면 입으려고 한 계절 앞서서 산 반폴라 니트티를 입고 나왔다. 어쨌거나 새 옷인데 점심 먹다가 옷을 버렸다. 오늘 점심 메뉴에 등갈비 구이가 꽤 먹음직스럽게 나와서 베어먹다가 문득 딸 생각이 났다. 우리가 함께 밥을 먹지 못한지가 꽤 되었다. 둘이 만나면 딸이 좋아하는 음식을 뭐든지 원하는 대로 먹지만, 서로 떨어져 살면서는 생활비 아끼느라고 둘 다 음식값 지출을 줄이려고 마음대로 고기 한 번 사 먹지 않는다. 가끔 친구와 치킨집에 간다고 하고, 친구와 초밥집도 다닌다지만 일주일에 몇 번씩 고기 타령 하던 애가 그렇게 먹고 음식이 흡족할까 하는 걱정이 문득 들었다. 그게 뭐라고 맛있는 고기 한 점 먹다가 딸 생각에 울컥해서 손에 힘이 풀려서 먹던 고기를 옷에 떨어뜨렸다. 아뿔싸~ 오늘 아침에 입고 .. 2020. 11. 23. 보호색 강해 보이는 첫인상, 말 걸기 힘든 분위기는 나에겐 어쩌면 일종의 보호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사적인 관계에서 강건하고 똑 부러지는 사람이 아닌데도 첫눈에 대다수의 사람에게 그렇게 보이는 것은 다른 영역의 이미지가 강한 까닭일 것이다. 속마음도 속살도 다 부드럽고 연한 사람인데 처음부터 누구에게나 속을 드러내어 보여줄 수는 없는 일이다. 겉모습도 그렇게 물렁물렁하고 부드럽게 보였다면 그나마 이 정도의 상처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인생을 살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웃지 않으면 찬바람 쌩쌩 돌고 까칠할 것 같은 내 보호색 덕분에, 너무 완벽하고 깐깐할 것으로 보이는 이 보호색 덕분에 이렇게라도 사는 게 아닐까. 나는 그럼 갑각류인가? ㅎㅎㅎ 2020. 11. 23. How long will I love you 오늘은 작심하고 마트 다녀와서 초저녁부터 와인병을 땄다. 두 병 사서 맛이 좀 덜 떫은 것으로 연거푸 마시니 금세 눈물부터 고인다. 이번 주말에도 오지 않은 딸은 이제 제 생활 권역을 굳힌 것 같다. 내일 초밥 같이 먹자고 약속은 해놨는데 일어나기 싫으면 안 간다고 했다. 정말 친구처럼 이렇게 편한 모녀도 드물 것이다. 가장 가까운 친구인데 그래도 자식이라서 말할 수 있는 것도 있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와인은 두 병이나 샀으니 남겼다가 다음에 같이 마시기로 했다. 전에 혼자서는 거의 아이스와인만 마셔서 잔이 예쁜 게 없다. 와인잔도 새로 사야겠다. 혼자 주말을 보낼 때는 이 정도는 해야지. 조금씩 익숙해지겠지. 편하지만 참 쓸쓸하구나..... 혼자라는 게..... 2020. 11. 21. 이전 1 ··· 62 63 64 65 66 67 68 ··· 1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