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섬 <2020~2024>/<2023>260 가을 저녁, 보름달 2023년 9월 29일 오늘도 길고양이 만나러 편백숲에 다녀왔다. 여기서 남은 츄르를 들고 바닷가 산책길 고양이도 보러 가기로 했다. 어제 첫 달을 본 전망대에서 같은 시각에 구름 껴서 달이 보이지 않았다. 바닷가 산책길에 고양이 보러 갔다가 근사한 황금 보름달을 보게 됐다. 실제 풍경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사진은 그 느낌의 반의 반도 표현하지 못한다. 달이 스스로 빛나는 별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찬란하다. 2023. 9. 29. 미리 추석 달맞이 내일은 날씨가 어떨지 알 수 없으니 오늘 산사 근처에 사는 고양이라도 보러 가기로 하고 오후 늦게 집을 나섰다. 동네 마트에서 고양이 먹일 간식 사서 출발~! 햇빛이 아쉬운 시각에 아쉬운 사진. 기록용으로 보관. 고양이는 무리 지어서 몇 마리씩 근처 다른 장소에 산다. 덕분에 딸을 데리고 여기저기 다니다가 이 자리에서 추석 전야 미리 보름달을 맞았다. 일몰이 아니라 오늘 달이 뜬 거다. 더 오래 달도 별도 보고 싶어서 달아공원에 가기로 했다. 그 시각에 그 자리엔 온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사진 찍어주러 딸이 자리를 옮긴 사이에 주변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궁둥이 팡팡'을 너무 좋아해서 겉은 고양이지만 사실은 멍뭉이라고 커밍 아웃해야 할 정도였던 그 개냥이를 만나려고 여기까지 들어갔지만, 어.. 2023. 9. 28. 명절 연휴 시작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서 오해받거나 손해를 보느니, 어떤 생각을 했거나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위기에 처할 확률이 줄어든다. 그런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지. 입 다물고 말하지 않으면 그만이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지까지 왜 다 보여줘야 하지? 아주 얕은 허튼 생각이 순간 스쳤다고 말로 내뱉는 이 습성은 필요 이상의 감정 과다 노출과 그에 따른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귀담아듣지 않았어도 들은 척 호응하는 표정과 가벼운 응대로 웃어주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 안정적인 선에서 생각하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말은 확실히 줄여야겠다. * 우린..... 그냥 쉬는 날이다. 명절이라고 해봐야 늘 그랬다. 찾아가지도 않고 찾지도 않는 우리만의 휴식.. 2023. 9. 28. 청치마 20대 초반에 청치마 입어본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까? 그 전후로는 그런 옷을 입어본 기억이 전혀 없다. 그나마 무릎에 달랑 걸쳐지는 길이었는데 좀 짧은 치마를 입어보고 싶어서 가끔 허리 부분을 한 번 접어서 입었다. 그땐 나도 남들 하는 것처럼 미니스커트 입는 아찔함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고, 날씬하고 예쁠 때니까 다리 좀 내놓고 다녀도 별로 부끄럽지 않을 것 같은 나이였다. 고작 허벅지 반절도 보이지 않는 꽤 긴 청치마 외엔..... 갑자기 웬 청치마 타령? 엊그제 일요일에 만난 B 선생님이 입고 나온 청치마는 무릎보다 살짝 짧은데 앞뒤로 트임이 확실한 옷이었다. 아, 갑자기 나도 그런 옷 입어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도대체 그렇게 앞뒤로 확확 트인 옷을 어디에 어떻게 입고 나간단 말인가? 한 번 입.. 2023. 9. 26. 퇴근길에 들른 평인 노을길 가슴에 막힌 먼지 같은 것을 털어내야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게 아닌데 그런 척하며 살아내야 하는 현실이 너무 퍽퍽해서 눈동자에 촉촉하던 물기도 다 마르고 피부도 미라처럼 말라버린 것 같다. 그보단 내 영혼이라고 부를 만한 것에 정나미 떨어지게 묘한 그림자가 생겼다. 여행이라도 종종 다녀야 회복이 되는데, 내 인생에 이 일이 도대체 뭐라고 거기에 시간과 체력을 다 소모하고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오늘은 결국 투덜거렸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퍽퍽해졌을까?" 교실에서 쉴 틈 없이 일하고 숨을 헉헉거리다가 내가 나에게 던진 말에 반응하는 학생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았다. 그래도 자연은 아름답다. 진작에 자연휴양림 통나무집 같은 곳에 예약이나 해둘 것을. 이제야 그 생각이 떠오른다. 내일 오후부터 딸과 며칠 지내.. 2023. 9. 26. 낯설다 * 최근에 발견하는 나는 낯설기 그지없다. 괴롭고 지쳤을 때는 먹지 않다가 낯설고 어색한 자신을 발견한 뒤로 밤늦게 연이어 뭔가 먹는다. 피곤하고 힘들 때 늘 혼자 있다가 일기 쓰면서 온갖 잡다한 생각을 끌어내고 정리하는 게 일상이었다. 말을 하기 시작하니 내 마음이 아닌 말을 자꾸만 한다. 내뱉고 10초 안에 후회할 말은 내 마음이 하는 말이 아니다. 얄팍한 감정이 비틀고 꼬아서 한두 번 해보는 생각을 그대로 훅 뱉는 거다. 쉬고 나면, 밥 먹고 나면 결코 하지 않을 말을 한다. * 오늘은 점심시간에 교실에 가서 교탁 옆에 앉아있었다. 그래야 시끄럽게 굴고 아무거나 막 던지는 애들이 우리 반에 들어오지 않는다. 빈번한 학습권 침해가 시험 기간에도 계속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무례하기 짝이 없는 몇.. 2023. 9. 25. 9.24 운 좋게 차가 밀리지 않아서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야외에서 드립 커피를 마시며 밀린 이야기를 꽤 길게 했다. B선생님의 부친께서 내신 세 번째 시집을 선물 받았다. 여전히 무릎과 허리가 시원찮은 내 몸 핑계로 산책은 평지에서 약간…. 유쾌한 시간이었다. 이른 아침 나선 덕분에 커피와 수다와 산책은 친구와 나누고, 점심은 딸과 함께. 수다를 심하게 떨어서 3인분 주문했다. 살 빼는 딸에게 좀 미안했지만, 탄수화물 일색이었다. 경품 행사에 참여했다. 딸이 고 3 때 이곳 행사에서 서울 모 호텔 숙박권 당첨 된 적이 있다. 우연히 오늘 거기 또 가게 됐다. 좋은 사람 만나서 얼굴 보고, 딸도 만나서 그것만으로도 행운권 당첨과 다를 바 없었다. 쓰고 싶은 말이 많은데 몸이 너무 피곤해서 대충 사진으로…... 2023. 9. 24. ….. 9월 23일 늦은 오후 점심 같이 먹은 친구와 숲길 산책을 하고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다시 거제까지 오가는 길에 세 시간 이상 운전했다. 만날 수 있을 때 누구든 만나야 하니까. 병원 로비에 작은 전시공간이 있어서 멀뚱하니 보다가 사진을 찍었다. 오랜만에 문병을 이유로 병원에 들렀다. 강 선생님께서 그렇게 힘들어하시는 모습은 처음 봤다. 오후 늦게 갔다가 어두워진 길을 달리며 잔뜩 긴장했다. 어느 순간이 마지막일지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돌아와서 의식적으로 음식을 많이 먹었다. 먹을 수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생각했다. 먹고싶지 않아도 먹을 수 있으면 먹고 건강해야지. 건강해야지. 그 다음은 그 다음에. 2023. 9. 24. 9.23 이런 곳이 있었네. 남편이 수산자원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한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어도 이렇게 깊숙한 자리에 있는지는 몰랐다. 관사에서 그 친구 직장까지 출퇴근길이 참 고달프겠다. 그 오랜 세월을 그렇게 살았겠구나…. 둥지를 떠난 두 딸의 빈자리가 얼마나 컸을지 알겠다. 귀양살이 하는 기분이라고 남편은 주말마다 골프치러 나간다는 말에 내가 괜히 섭섭해서 한마디 했다. 부부 동반으로 어디 가는 일정으로 같이 놀면 좋을 텐데 친구만 두고 혼자 돈 많이 드는 취미 생활한다고 친구 입장에서 섭섭하겠다고. 한편으론 연구동에 갇혀서 외딴 곳에서 일하는 친구 남편도 이해가 된다. 그래도 여전히 함께 나이 들고 늙어갈 사람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나는 제삼자여서 두 사람의 입장에서 다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 2023. 9. 24. 저녁 속이 부글부글 끓는 일이 연이어 생겼다. 어제도 그러했고, 오늘도 그러했다. 말로 뱉고 글로 그려서 감정을 도려낸들 과연 다음엔 또 속상한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내가 얼마나 유연하게 잘 넘기고 잘 버텨내는지 과정과 결과지만 달라질 뿐이다. 오늘은 퇴근 전에 생긴 어이없는 일의 연속선에서 곧장 화를 내지는 않았다. 평상심으로 가볍게 이야기하고 나왔다. 녹음한다는 거 알았으면 그렇게는 못했겠지. 두고 본다. 하지만, 정말 그 자리에 앉을 급이 안 되는 이가 관리자 자리에 앉으니 황당하고 어이없는 일이 그치지 않는다. 그들의 행태를 보고 바르게 배우자. 나는 그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겠다. 동네 마트에 들렀더니 수산물 할인대전인가 뭔가를 한다. 생새우를 올해 한 번도 맛보지 못했는데 잘 됐.. 2023. 9. 21. 9.18 힘든 하루였다. 나를 위로할 것이 필요해서 전을 부쳤다. 월요일엔 주변 식당이 거의 쉬는 날이다. 지난주 월요일에도 힘들고 허기졌다. 가지전, 연근전, 부추달걀말이 부추향이 확 느껴져서 좋았는데 혀끝은 여전히 아려서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연근, 부추, 가지를 사서 냉장고에 넣지 않고 부쳐서 먹었다는 게 중요하다. 그래, 이렇게 하면 살겠네. 먹어야 살지. 2023. 9. 18. 9.17 신기한 경험을 했다. 정신력으로 몸을 제어하는 실험(?)을 내 나이 10대에 시작하여 성공한 경험이 있다. 나이 들수록 어떤 새로운 도전은 어렵다는 생각을 걷어내고 나만의 '무지의 베일' 같은 상태로 뭔가 시도했는데 성공했다. 바닥을 치면 그다음은 떨어질 곳이 없으니, 탄성 있는 물질은 아니어도 정신적인 반향을 이용해서 튀어 올라야겠다고 어제 결심했다. 그리고 곧바로 나타난 효과에 아주 만족스럽다. 이전 경험으로 축적한 데이터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는 경우도 있다. 20대에 시도했던 것을 30여 년 만에 다시 해봤다. 어제 수없이 남발하는 수준으로 내뱉은 긍정적인 말이 에너지화 하여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었다. 의도한 바는 이 흐름을 끊고, 잘못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의지에서 시작하여 트라우마, 카르마.. 2023. 9. 17. 9.16 방바닥과 한 몸이 되어 누우니 심장이 바닥을 뚫고 아래층으로 점점 흘러서 내려가는 기분이다. 내 몸을 뚫고 어디론가 멀어지는 듯한 묘한 느낌. 마침내 몸이 텅 빈 듯한 착각에 편안함과 공허함을 동시에 느낀다. 가을이구나...... 주중엔 눈 뜨면 씻고 출근해서 힘들어도 커피 한 잔 마시고 카페인의 힘으로 나를 밀어붙이며 간신히 버텼는데, 주말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엔 가누기 힘든 고단함과 통증이 한꺼번에 몰려든다. 병원에 가야겠다 싶어서 일어나서 챙겼는데 뇌우에 폭우까지 쏟아지니 발이 묶이고 나설 기운도 다 빠진다. 이 상태로 운전하지 말고 누워서 쉬라고 딸이 거든다. 기어코 병원 간다는 핑계로 딸 얼굴 한 번 보러 거기까지 가고 싶었던 욕심을 접고 자리에 누웠더니 그간 억지로 견뎠다는 게 선명하게.. 2023. 9. 16. 9.11 2023. 9. 11. 9월 2일 9월이 와도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다. 비 내리는 주말, 공원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며 비를 피해 내 옆자리에 앉은 나비에게 말 걸고 동영상을 찍었다. 그 순간 내게 걸려온 전화가 미묘한 각도로 내 감정을 움직이게 한 것인지 가을이 올 것이란 기대 때문인지 문득 커피를 마시며 나눈 대화가 도화선이 되었다. 그 길로 곧장 망설임 없이 20여 년만에 그곳에 찾아갔다. 자다 깨서도 그렇게 가슴을 치게 하던 삶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졌다. 그대로 질식사할 것 같은 통증에 힘겨워하면서도 넘지 못하던 벽을 그 순간 허물었다. 끝내 내 편이 되어주셨던 강 선생님과 일면식도 없는 내가 거침없이 기울어진 말을 이어가도 싫은 소리 한마디 없이 한없이 부드럽게 흘러갔던, 주말 오후 그 시각에 걸려온 전화 한 통. 특별한 이야기도.. 2023. 9. 11. 8월 31일 물에 담가 놓은 고구마 싹 틔운 지 열흘 째 되니 이렇게나 자랐다. 딸에게 전했다. "눈 있는 자, 와서 보라."는 붓다의 말을 인용해서 책 이야기를 했다. 지금은 아니어도 나중엔 딸이 읽겠지. * 견디라고..... 그래..... 사바세계가 다 그렇지 뭐..... 2023. 8. 31. 8월 30일 어제(8.30.) 쏟아지는 폭우에도 아랑곳없이 군민체전 학생부 경기 응원팀으로 동원된 아이들과 아침 일찍 우산으로도 잘 막아지지 않는 폭우 속에 지역 축구 경기장에 있었다. 비는 미친 듯이 쏟아지고 패인 흙 위로 물이 고여서 발 디딜 틈이 없다. 경기 관람석 플라스틱 의자에 있던 물을 말끔하게 닦아냈는데 모인 장소와 경기 관람 지정석이 달라서 옮긴 자리에도 비바람에 물이 흥건했다. 학생들을 그대로 앉으라고 할 수가 없어서 세차용 마른 수건 몇 개를 더 가지러 가다가 물이 빠지지 않는 경기장 주변에서 제대로 미끄러져서 무릎이 박살 날 뻔했다. 와플기 같은 철제 배수로 방향으로 철퍼덕 넘어져서 무릎에 피멍이 격자 모양으로 들고 탁구공 두어 개 넣은 듯이 부어올랐다. 이 지경에 비 오는 날 뜬금없는 출장에 이.. 2023. 8. 31. 8.27. 오전에 나가서 딸내미 태우고 남해 미조까지 가서 점심을 먹었다. 밥 한 끼 먹는 것도 내키지 않는 메뉴는 먹지 않겠다는 의지 충만한 딸의 본능적 욕구에 굳이 동의해주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 또 달렸다. 남해 부산횟집에서 물회를 먹고 눈이 감겨서 운전할 수 없을 지경이어서 카페인 충전하고 마저 달렸다. 딸이 기숙사에서 짐을 다 쌀 때까지 세 시간쯤 밖에서 기다렸다. 줄이 끊어진 팔찌를 들고 수선 맡기러 간다는 핑계로 백화점에 갔더니, 툭 끊어진 금속을 다시 붙여주는 수리는 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무슨 포인트를 만 원 쓸 수 있게 줘서 그걸로 올디스 팥빙수를 주문했다. 백화점 지하 식품 매장에서 올디스 팥빙수도 판다. 달달한 것을 먹고도 기운이 돌아오지 않고 끝도 없이 우울해진다. 딸에 대한 의무감 없이 따로.. 2023. 8. 27. 이전 1 ··· 5 6 7 8 9 10 11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