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272 고성 운흥사 이 돌계단을 좋아한다.어디나 옛 흔적을 지우고 새롭게 단장하기 좋아하는 많은 계단이 있는 곳과는 달리 자연스러운 옛 흔적이 남아있어서 좋다. 차를 아래에 두고서 걸어올라가야만 갈 수 있는 길이라며 무릎이 아프다는 친구를 손끌고 올라갔다. 우린 또 이렇게 오늘의 만남을 접으면 안부를 궁금해하면서도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뭔가 기억에 남는 곳, 처음 가보는 곳에 함께 가고 싶었다. 나는 수도 없이 찾아들던 조용한 산사를 찾았고, 숲이 주는 시원한 바람을 함께 맞을 수 있었다. 언제나 내겐 사랑스런 소년으로 기억될 친구의 뒷모습..... 연두빛 옷색깔 만큼 푸른 빛으로 일렁이는 청춘이 등 뒤에서도 빛나고 있음을 그는 알고 있을까? 언제 어디서건 건강하고 행복하고 보람있는 인생을 엮어가기.. 2005. 9. 20. 남해-금산 산 위에 올라가면 상주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인다며 함께 가자고 한 곳인데 어찌나 안개가 짙은지 시야가 먼 곳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전설의 고향 촬영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음의 문을 닫고 사람들과의 소통을 닫고 살던 내가 가끔 사람들을 만나면 함께 가게 되는 곳이 남해.. 2005. 9. 20. 옛친구를 만나다. 내일 만나기로 약속해 놓고 무어 그리 마음 급한지 둘은 한밤 중에 찾아왔다. 바빠서 둘이 시간 맞추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11시 넘어 집 앞까지 왔는데 돌아가라고 할 수도 없고, 역시 청춘은 청춘인가 보다. 나도 그렇게 졸리던 눈을 비벼 뜨고 나가서 졸지 않고 꿋꿋이 잘 견디다 왔다. 내일 함께 남해 금산에 갈 계획이었는데 보름달이 구름 속에 가려진 어둠 속에서 내가 살고 있는 섬 한 바퀴를 돌았다. 11년 만의 해후가 그들에게도 꿈결처럼 아득한 느낌으로 남을 것이다. 만나서 제발 그 말만은 하지 말아 달라 부탁했건만, 한 녀석이 "선생님, 많이 늙으셨네요..." 라고 놀려서 만나자마자 등짝을 후려쳤더니 나중엔 마지못해 한 녀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안 변하셨네요..."라고 말해준다. "짜식들 .. 2005. 9. 20. 가을 저녁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집에서 가까운 레스토랑엘 갔다. 어지간한 식당은 다 문을 닫는 날이니 거기서 밥 먹기에 핑계도 적절했다. 명절 식탁을 차릴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시장을 본 것도 아니었고 기름 냄새 풍기며 튀기고 굽고 하여도 둘이서 얼마 먹지도 못하는데 차라리 한 끼 맛있게 사 먹고 나머진 적절하게 끼니 때우기를 하는 게 오히려 훨씬 기분 좋을 것 같다는 계산 하에 비 떨어지기 전에 산책 삼아 나섰다. 작년 추석에도 여기서 저녁을 사 먹었다. 음식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동안 우리 모녀의 취미이자 특기인 주책 셀카 찍기 다른 자리가 다 차서 창가에 나란히 두 좌석이 있는 곳에 앉았다. 우리가 앉은 창가 자리에선 바다가 저렇게 내려다보였다. 저 앞에 보이는 곳이 내가 사는 동네다. 매일 보는 바다를.. 2005. 9. 18. 보물상자를 찾아오다! 집에 가서 드디어 보물 상자를 들고 왔다. 추억이 담긴 그 상자엔 오래된 일기장, 메모가 들어 있던 노트, 수첩, 편지 등이 잔뜩 들어 있다. 딸이 어려서 찢을까 봐 차마 들고 오지 못했던 것을 이제야 들고 왔다. 그 사이 잊은 듯 살았던 내 과거의 아름다웠던 인연들과 해후하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편지들 하나하나 꺼내서 다시 읽어볼 참이다. 한꺼번에 다 할 수가 없어 우선 반가운 마음에 몇 가지 뒤적여보았다. 아.... 이 만큼 화끈한 이벤트가 또 있을까. 너무 재밌을 것 같은 기대감에, 돌아오면 치우려고 어질러둔 물건들 하나 손대기 싫다. 오로지 아이를 재우고 손때 묻은 저 종이들 한 장, 한 장에 담긴 역사를 밤새 되새겨 볼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다. 내가 한때 공부했던 책들 중 일부. 저런 걸 .. 2005. 9. 17. 기원 한가위 둥근 달처럼 모든 이의 삶이 둥글고 원만 하기를...... 2005. 9. 17. 명절 앞두고 머리를 감고 축축한 채 살포시 잠이 들었다 깼다. 온종일 많은 생각들로 피곤했던 모양이다. 깨어난 순간 무슨 요일인지 며칠인지 이 시각에 잠들었어도 괜찮은 것이었는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휴대폰을 열고 시간과 날짜를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물컹한 내게 일침을 가하는 조언으로 마음을 다지게 해 준 해원이 엄마와 주고받은 말들을 하나씩 되새김질해보았다. 너무 감정적으로 여리고 물컹해서 늘 걱정하던 것들을 족집개처럼 꼭꼭 집어서 말해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잠에서 덜 깬 머리로 생각해낸 것이 마감 시간 되기 전에 병원에 가는 일이다. 그동안 갈수록 심해지는 알러지때문에 아침저녁으로 그렇게 고생을 하고도 병원 갈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항생제 같은 약을 자꾸 쓰다 보면 몸에 면역체계가 오히려 더.. 2005. 9. 16. 잊어야 할 것 잊어야 할 것은 이제 그만 잊어야 한다. 잊어도 좋다. 기다리지 마라.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이미 사랑은 오래전에 끝나지 않았는가. 추억은 추억일 뿐이다. 이젠 정말 잊어도 좋다. 음악 선물해주신 마징가님 고맙습니다. ^^* 통영에 놀러오시면 바닷가에서 자판기 커피라도 대접하겠습니다. 얼른 놀러 오세요. 2005. 9. 16. 9월 14일 조카는 자폐증이다. 옹알이 안 할 때 알아봤어야 했다. 그 외에도 신체적 결함이 있어 참 아프게 키운 아이였다. 여동생보단 어머니와 내 등에 더 많이 업혀서 자란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내 딸 사지 성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것에 대해 더더욱 감사하게 된다. 그 아이 데리고 여기저기 참 많이도 다녔는데..... 조카가 그렇게 태어난 것이 여동생의 책임인 양 시댁에서 못살게 굴어 결국 이혼하고 말았다. 동생은 아이를 데리고 오지 않아 개가해서 살고 있지만 나는 빈손으로 아이만 데리고 나와서 사는 게 매양 거기서 거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산다. 딸과 나는 서로가 없으면 외톨이다. 이혼한 것이 무슨 대역죄나 되는지 우리 가족들은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한다. 그래서 딸에게도 일가친척은 유령 같은 존재들이다. 추석이 다.. 2005. 9. 14. 추억이 담긴 사진 1993년 4월 10일 하숙집 사람들과 찍은 사진이다. 제일 왼쪽 한 명과 가운데 새침데기같이 서 있는 나만 빼고는 모조리 93학번 새내기들이었다. 난 그 하숙집 5년 차여서 예비역 남학생을 제치고 하숙집 방장인가 뭔가가 되었다. (하숙생이 스무 명 가까이 되니 대표가 필요했다.) 일요일에 뭔 청승인지 하숙집 후배들 이끌고 동네 공원에서 폼 잡고 촌스럽게 기념촬영까지 했다. 그 당시 하숙생이 17명이었는데 그날 함께 나온 사람은 열 명쯤 되었나 보다. "남는 게 사진밖에 없다. 가자~~!!" 마침 그날 페스티벌 참석차 정장하는 후배들이 많아서 그랬나...? 그 당시 유행하던 기성복은 어깨에 뽕이 과했다. 그때는 당연한 듯 입었지만, 지금 보니 정말 어마어마하다. 지금도 저 정장이 모셔져 있지만 치마가 몸.. 2005. 9. 13. When the love falls * 2012년 10월 24일 옮기면서 글을 읽어보니 2005년에 어느 사이트에서 잊지 못하던 사람과 꼭 닮은 사람을 발견하고는 동일인인 줄 알고 속을 앓을 때 썼다. 그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이름과 나이와 생김새까지 비슷했던 그 사람을 나중에 만났다. 그 사람은 내가 찾던, 혹시나 하고 기다리던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님을 다시 확인하고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던 막연한 기다림을 지우는 계기가 되었다. 바람이 분다. 곧 비도 한줄기 하겠다. 빗소리와 섞인 피아노 연주를 듣다 머릿속이 정전됐다. 현재 시점의 모든 생각이 일시에 전원이 꺼지고 한참을 꼭꼭 닫아두었던 묵은 기억들이 그 틈을 타서 부활한다. 부슬부슬 비 오는 날 잠시 함께 걸었던 길마저도 잊지 못하고 있었던 내가 .. 2005. 9. 13. 남해 - 파도야 나 잡아봐라~ 파도야~ 나 잡아봐라~ 놀이에 시간가는줄 몰랐던 곳 남해 두곡 해수욕장 2005. 9. 12. 남해-바다를 바라보다 호박 서리하고 재밌다고 좋아서 입에 거품까지..... 낭만 꼬맹이 혼자서 폼 다 잡고 있다. 이만큼 떨어진 자리에서 그대를 바라봅니다. 항상 푸르고 힘차고 알 수 없는 그대 깊은 속을 차마 헤아리지 못해도 언젠가 이토록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내 가슴도 그대를 닮아가겠지요. 늘 바라보면서도 그리웠던 그대를 또 이곳에서 만납니다. 그리하여 온종일 그대만 바라보다 갑니다. 사모하는 이 마음 그대는 몰라보아도 바람은 알겠지요. 2005. 9. 12. 남해-호구산 용문사 내 어머니 손잡고 찾아들던 그리운 길 마음이 앞서 시리고 그리웠던 길..... 땀 맺힌 내 손엔 세월을 덧입은 까실한 어머니 손이 아닌 초롱한 눈망울로 나만 바라보고 있는 고사리 같은 아이손이 쥐어져 있었고 어느새 그 길엔 조금씩 가을이 들고 있었다. 남해는 열 살에 어머니를 여의신 내 어머니의 외가가 있는 곳이라 갈 때마다 마음 시리고 남모를 정이 가는 곳이었다. 나도 모르게 아이 손 잡고 그리움 배인 곳으로 찾아든 휴일, 그곳은 너무나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였다. 2005. 9. 11. 조기 치매 증상 이건 분명히 치매다. 그렇지 않고서야.....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피곤해서 자리를 물리려던 즈음 밖에서 돌 던지는 소리 같은 게 들렸다. 누가 저러나 싶어 부엌으로 나가본 순간.... 으악~! 밤 찌던 냄비가 타고 있었다. 돌 던지는 소리는 밤이 너무 익어서 폭발하는 소리였다. 찜기를 이용해서 밤이 타지는 않았지만, 찜기가 타버렸다. 부엌엔 연기가 자욱한데 넓지도 않은 이 집 안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도 정신을 어디다 팔고 있었던 건지.... 엊그제 카키 님 블로그에서 달걀 삶다가 냄비 태운 사진을 보고 남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남의 일이 아니다. 이런 정신으로 살려면 죽어야지..... 도대체 이게 몇 번째야!!! 무서워서 밤을 어찌 먹나..... 2005. 9. 10. 만남 2 추석 지나고 그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학원을 운영하는 한 녀석은 너무 바빠서 전화나 문자도 없고, 취업시험 공부 중인 한 녀석은 그래도 가끔 전화해준다. 그 전화가 언제나 반갑고 고맙다. 오래전이고 그리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은 아니어도 참 좋았던 때 좋은 인연으로 알게 되어서인지 그때의 기억으로 고정되어 있어서인지 그들에 대한 생각은 늘 기분이 좋다. 다만, 그사이 참 맥없고 부실하게 변한 나를 드러내어 보여줘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워 여태 본의 아니게 사람들을 피해 다닌 것처럼 그들에게서도 그리움의 테두리 내에 있으면서도 피해 다닌 셈이었다. 내 평생 이렇게 사람들을 피해 다닐 수는 없으니 그리웠던 사람들은 어떻든 만나고 싶다.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냥 한 번 만나고 옛날이야기 한 번 나.. 2005. 9. 9. 태풍이 지난 뒤 맑고 평온한 하늘과 바다 2005년 9월 7일 오후 어찌 이리도 하늘빛이 고울까...... 2005년 9월 3일 촬영 지난 토요일 여우비 내리던 오후, 마지막 더위를 바다에서 즐기는 아이들 어릴 적 건너편 바닷가에 살 때도 이렇게 동네 아이들 노는 바다에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낸 탓에 저 아이들이 마냥 부러웠다. 2005. 9. 7. 수지뜸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환기를 시키고 싶어졌고 환기를 시키다 보니 며칠째 심한 재채기와 콧물에 영락없이 중환자같이 변한 내 꼬락서니가 안돼서 냄새랑 연기가 좀 심해서 한동안 쓰지 않던 쑥뜸을 꺼내어 뜸을 떴다. 면역력 강화에 좋다길래 샀다가 초봄엔 저혈압인 데다 워낙 기력이 약한 상태에서 했더니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가 심하게 나서 몇 번 쓰다가 장롱 안에 모셔두고 잊고 있었다. 봄부터 약을 몇 재 쓴 덕분인지 이번엔 구토가 나거나 어지럽지는 않다. 꾸준히 하면 이 상태에서 좀 벗어날 수 있을지..... 왼손하고 나서 오른손 하려니 왼손으로 불붙이기 어중간해서 왼손만 하고 치웠다. 이럴 때도 옆에서 누가 불이라도 붙여주면 참 좋을 텐데 오늘은 아무래도 혼자라는 사실 때문에 많이 우울한 모양이다. 자꾸.. 2005. 9. 6. 이전 1 ··· 115 116 117 118 119 120 121 ··· 127 다음